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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인공지능, 새로운 권리주체로 인정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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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도 인간처럼
법적 권한을 가지게 될까?

기술은 보통 법(法)보다 빨리 사회에 안착하기 마련이다. 사회 구성원은 때때로 그 둘 간의 속도 차를 서로 다르게 계산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2019년을 되돌이켜 보면 '타다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논란은 결국 택시 업계의 요구(타다 베이직 사업 철수, 기존 법 원칙 고수)대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당시 양쪽 진영 내부에서는 한 번쯤 고민해 봤다면 누구나 아찔해 할 만한 화두 하나를 동시에 떠올린다.

지금도 이런데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그땐 어쩌려고?

2019년 서울개인택시조합 등의 반발에 따라 VCNC(타다 운영사)는 '타다 베이직' 사업의 철회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초기 논란은 타다 베이직으로 활용된 11인승 승합자동차(카니발)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렌터카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는 허용 대상이 되느냐 하는, 기존 법에 대한 위반 유무였다. 끝내 국회에서 사실상 '타다 베이직'의 운행을 금지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사업은 철회됐다. 그 결과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은 신사업이 속출하는 시대에 선제적인 법체계 정비,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사례로 남았다.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기의 대표 키워드이다. 기계학습, 심층학습(Deep Learning) 등으로 인간처럼 학습하고 사고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주행보조장치, 오토파일럿 등 업체별로 명칭을 달리해 널리 쓰이는 낮은 단계(최종 5단계 중 1~2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도 그 일부이다. 5~10년 안에 더 이상 주행에 인간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에 대한 단일한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다. 다만, 옥스포드 사전 등에 따르면 인간의 학습·추론·지각 능력과 같은 인간의 지능적인 행태를 모방할 수 있는 기계의 능력을 뜻한다.

이런 AI 등장은 인류에게 법적인 숙제를 잔뜩 안겼다. 일단, 자율 주행에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자율성을 띤 AI에게 운전을 맡기면, 사고 책임을 누가 짊어져야 하는가"이다. AI 시스템을 만든 제조사에게? 아니면 자동차 소유자에게? 그것도 아니면…. 이러한 법 해석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기준이 미리 마련되지 않으면 또 다른 소모적 논쟁에 온 나라의 역량이 휩쓸려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단, 이 문제를 풀 방법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제시된다. AI를 권리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차 소유자와 제조사의 권리와 의무를 조정하는 게 한 가지. 인간에게서 법인으로, 권리주체의 개념이 확장된 것처럼 AI를 포괄하는 '전자(적) 인간'을 새로운 권리주체로 인정하는 게 두 번째이다. 어떤 경로를 택하든 기존 법체계와 법리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전자이냐 후자이냐에 따라 그 수정의 폭이 대폭 달라질 뿐이다.

학계나 법조계 일각에선 AI를 권리객체로서 '물건의 개념'으로 두는 첫 번째 방법으로는 민형사상 책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운행 지배력이 없는 차량 소유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우는 것도, 알고리즘상 문제가 없는 데도 제조사에게 제조물책임을 묻는 것도 양쪽 모두에게서 반발의 근거를 제공할 논리적 빈틈이 있어서다.


※용어설명
- 권리주체: 법에 의해 인정되는 힘인 권리를 부여받는 개인 또는 법인

- 전자인간: 2017년 1월 유럽연합(EU)은 AI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 운행지배: 현실적으로 자동차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

- 무과실책임: 고의나 과실이 없이도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책임. 과실책임주의 원칙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위험이나 공해를 수반하는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취하지만, 그로 인해 손해를 입는 자가 생겨도 과실책임주의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사회적 불공평을 해소하기위해 나타난 원칙

- 제조물책임: 제조물에 결함이나 하자가 있어 소비자가 인적, 재산적 손해를 입었을 때 제조자가 부담하는 배상책임

2017년 한국민사법학회가 내놓은 '인공지능 사회를 대비한 민사법적 과제 연구(정진명 단국대 교수 책임, 이상용 충남대 교수 공동연구원)'의 결론 부분에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는 문구가 나온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컴포넌트로 구성돼 있어 누가 개발한 어떤 컴포넌트에 결함이 발생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 결과 인공지능의 개발 과정이나 작동 과정에서 발생한 오작동으로 피해를 입은 기존 권리 주체들 사이에서 그 책임 범위를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권리주체 사이에 책임 범위가 분배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의 자율성과 예측 불가능성에 의해 구체적 사정에 맞게 적용하기 어려우며, 또한 다수의 잠재적 피해의 가능성만으로 책임을 귀속시키기도 어렵다."

그런 면에서 첫 번째 경로는 AI가 아직, 완전한 자율성을 띠지 않은 시대에 활용될만한 원칙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결과적으로 AI에게 법적 권한을 주고 그 사고에 따른 책임을 묻게 하는 두 번째 방법이 장기적인 대응방법으로 검토되곤 하는 것이다. 이중기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그중 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데 완전 자율주행차를 권리주체로 보고 책임재산(강제집행 개시 당시 채무자에게 속한 재산)을 부여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교수의 논문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의 법적 취급: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의 법적 인식과 책임을 중심으로'에는 AI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사고에 대해 로봇인 자동차의 책임을 물을 경우 AI(자동차)가 책임의 주체로서 "어떻게 책임재산을 확보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물론 그 책임재산은 보험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인데 보험 제도가 자율주행자동차를 위해 제3자를 위한 보험상품을 개발하면, 구매자나 제조자가 그 보험료를 지급하는 방법을 놓고 다양한 방식의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각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ⅰ) 구매자가 보험료를 선택하는 경우 : 구매자가 위험을 인수하는 방식

구매자가 자율주행자동차 구매시, 자동차를 위해 "제3자(자동차)를 위한 책임보험"을 들어주는 방식-이 경우 판매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ⅱ) 제조자가 보험료를 선택하는 경우 : 제조자가 위험을 인수하는 방식

제조자가 자율주행자동차 판매시, 자동차를 위해 "제3자를 위한 책임보험"을 들어주는 방식

(ⅲ) 혼합방식: 위험의 공동인수

처음 3년은 제조자가, 다음부터는 구매자가 자동차를 위한 책임보험을 들어주는 방식, 혹은 제조자가 보험료의 70%, 구매자가 30%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방식 등

출처(인용):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의 법적 취급, 이중기, 2016, p23

현대의 법 제도는 인간 존엄성에 근거를 둔 '인간' 이외에 필요에 따라 '법인'이라는 새로운 권리주체를 추가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지금 학계에서 '자율성을 띤 AI의 법적 책임'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세 번째 권리주체의 탄생을 예감케하는 일이다. 생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간은 어쩔 수 없이 AI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그 권리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법률상담은 물론이고 기사작성, 투자분석 등 인간의 정보 획득과 판단 과정에 AI가 개입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 추세를 보면 이런 전망이 더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즉, 영화나 SF 소설에서 마주한 인간과 AI의 아름다운 공존은 이러한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인터비즈 김재형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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