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는 왜 스타벅스, 배달의민족과 만났나

조회수 2020. 12. 1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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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지는,
스타벅스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올해 10월 스타벅스와 손잡고 '스타벅스 현대카드'를 선보였다. 출시 3주 만에 5만 장을 돌파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가입 후 5만 원 이상 사용 시 스타벅스 별 100개 적립, 즉 음료 8잔 가량 증정 혜택을 제공하며 충성도 높은 스타벅스 고객들을 현대카드로 끌어들였다.

최근 카드사가 특정 기업과 독점 계약을 맺고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Private Label Credit Card)'를 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카드는 스벅 외에도 배달의민족, 쏘카 손을 잡았다. 또, MZ세대가 자주 찾는 의류 플랫폼 무신사 전용 카드도 출시한다고 밝히며 PLCC를 통한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다.

"PLCC, 그게 뭔데?"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란 전문 카드사와 협업해 제작한 기업 전용 신용카드를 말한다. PLCC 제휴를 맺게 되면, 기업과 카드사는 상품 설계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공동 운영하며 비용과 수익을 모두 공동 분담한다. 소비자들은 PLCC를 통해 해당 브랜드가 제공하는 혜택과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카드사와 해당 브랜드 간 독점 계약이기 때문에 혜택이 기존 신용카드 보다 훨씬 좋다. 가령, 떡볶이, 김, 계란후라이 등 이색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 배민현대카드의 경우, 결제금액의 최고 3%를 배민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배달의민족X현대카드

PLCC를 국내에 처음 정착시킨 곳은 단연 현대카드다. 2015년 국내 최초의 PLCC인 '이마트 e카드'를 출시하며 PLCC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2018년에는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전용 신용카드인 스마일카드는 출시했다. 전월 실적 및 적립 한도에 상관 없이 최대 2%, 스마일 배송 상품 결제시 3%를 스마일 캐시로 적립해주는 혜택을 제공했다. 단기간에 누적 결제 1억 건, 발급 100만 매를 돌파했으며, 누적 결제 금액 4조 931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이후 스타벅스부터 코스트코, 배달의민족, 대한항공 등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PLCC 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카드의 성공으로 타 브랜드, 카드사들도 PLCC에 활발히 뛰어들었다. 토스 또한 하나카드와의 협업으로 '토스신용카드'를 출시한다. 하나카드가 카드제작과 발급을, 토스가 회원모집과 마케팅을 맡는다. 숙박, 음식점, 쇼핑 등에서 할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토스의 '간결한' 이미지를 담아 색상과 디자인을 구상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했다.


토스X현대카드

PLCC 통해 윈-윈(Win-Win)

신규 고객·충성 고객 확보


유통업체는 PLCC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록인 효과(Look in effect)'도 무시할 수 없다. 록인 효과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지 않고 기존의 것을 계속 이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용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은 다른 경쟁 업체가 아닌 해당 업체를 계속 이용하며 더 큰 혜택을 받고자 한다. 유통 브랜드 입장에서 이들은 충성 고객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PLCC를 배달의 민족, 스타벅스 등 마켓파워가 강한 브랜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PLCC를 통해 이용실적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도도 올라간다. 스마일카드 회원들의 월 평균 이베이코리아 이용 실적은 카드 발급 이후 63%이상 증가했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상품을 추천하겠다는 고객의 비율이 55%로 그렇지 않겠다는 고객보다 3.5배 이상 높았다.


이베이코리아X현대카드

고객 데이터 확보 → 마이데이터 실현


PLCC는 각 고객의 소비 성향과 취향 등 데이터 확보에도 유리하다. 배달, 항공사, 쇼핑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고객 맞춤형 서비스, 선별적 마케팅을 제공할 수 있어 유용하다. 장기적으로 다양한 상품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카드의 경우, 기업 총 11곳과 맺은 PLCC 제휴로 쌓은 데이터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 6월 마케팅 데이터 플랫폼인 '갤럭시 노스(Galaxy north)'를 가동해 소비 행태를 분석하고 마케팅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을 선별하며 데이터 기업으로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그간 쌓아온 다양한 PLCC 데이터가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현대카드 뉴스룸
여의도에서 열린 현대카드 도메인 갤럭시 행사

지난 10월 14일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에서는 현대카드와 현대카드의 PLCC 파트너사 12개 사이의 '데이터 동맹'을 의미하는 '도메인 갤럭시' 행사가 열렸다. 현대카드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화 마케팅에서 거둔 성과를 발표하고 마케팅 데이터 플랫폼인 '갤럭시 노스'를 처음 선보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행사에서 현대카드가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각 파트너사의 마케팅을 지원하고, 그 성공 사례를 다른 파트너들과 나누고자 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 현대카드 뉴스룸
여의도에서 열린 현대카드 도메인 갤럭시 행사

손실 최소화

기존 제휴카드의 경우, 이익, 손실에 대한 부담을 카드사가 떠안도록 설계됐었다. 하지만 PLCC 카드는 기업과 카드사가 비용을 똑같이 부담하게 돼, 카드사로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기업은 카드사와 비용과 수익을 함께 나누기 때문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고객을 유인하는 마케팅을 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구조다.

PLCC, 위기에 빠진 카드사 구할 수 있나

신용카드사는 수수료 인하 요구와 금융 규제 등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PLCC는 위기에 처한 카드사가 내놓은 하나의 타개책이다. 팬덤력이 강한 브랜드 고객을 카드사로 유인할 수 있는 채널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고객 소비 데이터를 통해 빅데이터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양사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드는 데에는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파트너사를 발굴하는 단계부터 시장 분석, 수익 및 비용 분배, 마케팅, 출시까지의 과정을 시간을 들여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두 회사가 너무 달라서 서로 존중하고 어울리지 못한다면 시너지는 공허한 이야기"라며 "PLCC도 마찬가지로 기업 간의 chemisty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PLCC가 카드사 입장에서 여전히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발간한 '미국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시장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PLCC가 카드사 입장에서 리스크 부담이 큰 상품이라고 평가한다. 계약 조건을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PLCC 수익성을 결정하는데 스타벅스나 배달의 민족과 같이 업계 1위의 사업자와 협의하다 보면 협상력에서 우위에 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가운데 PLCC가 카드 업계에 새로운 먹거리의 장을 열어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비즈 박은애 정예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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