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자동차도 친환경이라고?!

조회수 2020. 12. 9.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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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이 친환경 경로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탄소 배출의 주범이란 인식을 뒤집는 걸 넘어서서 친환경을 대표하는 메이커로 거듭나겠다는 의도이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앞다퉈 전기차 등 친환경 이동 수단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의 혁신 기업 테슬라는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자동차 생태계를 전기차로 재편하는 파괴자 역할을 수행한다. 자동차 기업들은 이제 이동 수단으로의 전환이라는 '전략적 변곡점'에 놓이게 됐다.

이런 구조적 전환의 흐름은 국내에서도 감지된다.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그간의 내연기관 차량 제작과 판매에서 벗어나 수소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했다. 또한 로보틱 모빌리티, 육상용 자율주행차(PBV),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을 미래 사업으로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한다. 특히 단순히 전기차를 제조해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제조에서부터 차량 부품의 재활용(리사이클링)까지 자동차란 생산품의 생애 전 부문에서 환경 요인을 고려해 전략을 짜고 있다. 친환경 주행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한 현대차의 오늘을 살펴봤다. ☞원문 기사 더 보기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

2020년 자동차 시장의 최대 트렌드는 전기차 판매량 급증이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유럽 내 전기차 판매 급증으로 약 480만 대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6%에 육박하는 수치.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매년 21%씩 성장해 2030년이면 4000만 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량을 줄이고 전기차를 늘리는 정도의 전환을 말하는 게 아니다. 차를 만드는 소재에서부터 시작해 차의 제작부터 최종적으로 폐차되는 순가까지 '차의 일생'의 전 부분을 친환경에 입각해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NN '친환경 모빌리티'에 출연해 현대차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브랜드 비전으로 내건 문패가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CNN이 방영한 '친환경 모빌리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라는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는 인류의 이동이라는 기본 욕구 실현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이뤄지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이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브랜드로 비즈니스를 재편하는 과정은 큰 도전이지만 현대차는 이미 그 일을 시작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는 유엔개발계획(UNDP)와 함께 'For Tomorrow'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교통 주거 환경 등 오늘날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세계 각계 구성원의 집단지성을 모아 솔루션을 도출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캠페인이다. 홈페이지(www.fortomorrow.org)에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솔루션과 아이디어를 모으는데 현대차와 UNDP는 이중 일부를 선정, 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첫걸음,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론칭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을 8월 론칭한 것은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오닉은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이온(Ion)과 독창성을 뜻하는 유니크(Uinque)를 조합한 용어.

현대차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이오닉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그 첫 모델인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중현세단 아이오닉6(2022년 출시 예정), 대형 SUV 아이오닉7(2024년 출시 예정) 등을 연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1년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총 3종의 전기차 전용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만든 건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기차를 넘어 로보틱 모빌리티나 육상용 자율주행차(PBV),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현대차가 차량 판매만큼이나 전기차 생태계 및 인프라 구축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장기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안목의 철학은 디자인 구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이오닉 시리즈는 지난해 독일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서 공개했던 콘셉트카 '45'를 모티브 삼았다. 과거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포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콘셉트카였다. 한 마디로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자사의 디자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로 미래지향적 요소를 가미한 '파라메트릭 픽셀'을 제시하며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디자인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성능 측면에서는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최초로 적용돼 아이오닉 브랜드의 차세대 전기차는 세계에서 최단 시간인 20분 내 충천이 가능하고 한 번 충전으로 450Km 이상 달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아이오닉 브랜드는 차량 제작에 친환경 소재를 대거 이용하는데 도어 센터 트림에는 목분이나 화산석에서 추출한 내추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헤드라이닝은 사탕수수 폐기물로 만든 바이오 합성수지(PET)를 이용했고, 일부 색상에는 대두유를 원료로 만든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는 등 차량의 생산부터 고객의 이용까지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 구현 의지를 드러내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친환경

더불어 현대차는 마지막 폐차 과정에도 친환경 요소를 적용하려 한다. 10월 13일 영국 런던 셀프리지스에서 현대차 주도 아래 열린 '리스타일'이라는 행사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폐차된 차에서 나온 폐기물로 만든 패션 제품을 전시하는 자리였다. 이곳에는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6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만든 주얼리, 점프수트, 조끼 등을 내보였다.


현대차가 글로벌 패션 브랜드 6곳과 진행한 '리스타일 2020'에서 판매된 제품들

* 회사별 전시품

알리기에리(Alighieri) : 자동차 안전띠와 유리 등을 이용한 목걸이 팔찌 등

이엘브이 데님(E.L.V. DENIM) : 자동차의 자투리 가죽 시트와 데님을 함께 사용한 점프슈트

퍼블릭스쿨(Public School) : 버려지는 에어백 소재에 안전띠를 어깨 끈으로 덧댄 유틸리티 조끼

푸시버튼(pushBUTTON) : 에어백의 특징을 살린 조끼

리처드퀸(Richard Quinn) : 에어백 소재를 원단으로 활용한 코르셋 의상

로지애슐린(Rosie Assoulin) : 자동차 제조과정에서 버려지는 자동차 카펫 원단을 이용한 토트백

현대차 측은 "새로움을 뜻하는 '리(Re)'와 패션을 뜻하는 '스타일(Style)'의 합성어로 이름을 붙였다"라며 "재활용이 힘들었던 자동차의 폐소재에 패션을 가미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각 전시품은 셀프리지스 런던 매장 이외에도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한정판으로 판매되는데 현대차는 그 수익금을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런던 패션위크를 주관하는 영국 패션협회에 기부한다. 친환경 패션의 홍보를 위해서이다. 현대차는 2019년에 시작한 리스타일 행사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운영할 계획. 차량의 연구, 생산 마케팅 과정에서 자원 절약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가 이처럼 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을 모토로 내세우는 것은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이 재무적 성과만큼 유의미한 가치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ESG(Enviromental, Social, Governance)에 대한 투자자나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은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가치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에 현대차는 아이오닉 브랜드 캠페인인 'I'm in charge(아임 인 차지)'를 통해 소비자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오닉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래 모습을 공유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자동차의 성능과 외관만을 주요 경쟁 요소로 삼았던 자동차 업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홍보 방식이다. 해당 차량을 왜 만들고, 왜 팔고, 고객이 왜 사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하면서 차량 구입이 곧 지속가능한 사회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10호
필자: 장재웅, 서형석 동아일보 기자

인터비즈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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