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성공' 이 공식은 과연 사실일까?

조회수 2020. 12. 6.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주식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벌어도, 잃어도 괴롭다고 말합니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욛 대표도 "주식하는 마음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8년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3000억 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책임 운용한 경력이 있는데요, 주식 승부사로 불리는 그가 주식은 괴롭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홍 대표가 오르락내리락 흔들리는 주식시장에서 마음을 다잡고 투자 원칙 세우는 법을 알려줬습니다. 모두가 주식 투자에 뛰어든 지금, 어떻게 해야 '덜' 괴롭게 주식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 주식 투자를 즐겁게 하고 싶다.


주식은 원래 괴로운 것이다. 돈을 벌어도 괴롭고, 잃으면 더 괴롭다. 사실 제가 쓴 책인 <주식하는 마음>은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주식하는 마음은 괴롭다.


Q. 하지만 대표님은 주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하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8년간 일을 했는데 갑자기 창업을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한 가지만 꼽자면, 좋은 자산운용사를 만들고 싶었다. 사실 돈을 믿고 맡길 펀드가 그리 많지 않다. 노후 걱정을 하다 보니 제 돈을 누군가에게 맡겨서 남이 잘 운용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맡길 회사가 눈에 띄지 않았다.


또 직장인으로 일하는 것보다 구조를 갖춰서 지속가능하게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물론 훌륭한 회사다. 많은 걸 배웠다. 다만 내가 일을 하는 게 아니더라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름의 큰 뜻이 있어서 창업을 하게 됐다. 

Q. 주식 시장에 다양한 격언이 있다. 일례로 주식을 사고 팔지 말라는 말이 있다. 30년 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지금까지 가지고만 있어도 부자가 됐을 거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대표님은 장기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


장기 투자는 좋다. 주식 투자에 확실하게 실패하는 방법으로 굉장히 잦은 매매를 하는 방법이 있다. 거래를 한 번 할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이 사실 어마어마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타 매매도 짧게 짧게 매매를 하면서도 굉장히 잘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무조건 안 좋은 건 아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를 30년 보유하면 몇십배를 벌었다, 굳이 중소형주를 분석해 매매하는 것보다 대표주를 장기적으로 찍어서 가지고 있어도 좋다는 말은 들어보면 그럴싸하다. 그런데 30년 전 시가총액 1위는 한국전력, 2위는 KT였다. 3~7위는 은행이고 그 다음에 포스코, 9위가 삼성전자다. 10위에 대우도 있다. 그렇다면 30년 전, 시총 9등을 하던 삼성전자를 굳이 골라 30년 보유할 이유가 있었을까?


생존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장기 투자를 해서 몇십배, 몇백배 오른 회사를 보고 얘기하는 건 살아남은 회사들만 보는 셈이다. 1970년대 초반에 대형 우량주 50개만 끝없이 주가가 올랐던 때가 있다. 당시 맥도날드, 폴라로이드 등의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그러다 1973년 이후 5년동안 그 회사들의 주가가 전부 좋지 않았다.



Q. 다른 격언으로 '남들과 다르게 움직이라'는 말도 있다.


업계 용어로 '역발상 투자'라고 부른다. 남들이 공포에 빠져있을 때 사고, 남들이 탐욕에 빠져있을 때 팔라는 뜻이다. 최근 많이 설득력을 가졌던 이유는 지난 3월 급락장에서 용기를 내 매수하신 분들이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이다.


3월 개인 순매수가 무려 11조 원이다. 그런데 1월과 2월에도 개인 순매수가 4조 원씩 있었다. 코로나는 작년 12월 말 발생하기 시작해, 1월부터 주가가 빠졌다. 1월에 주식을 산 분들은 3월에 손실을 봤을 것이다. 2월 하락장에서 용기를 내신 분들도 3월 빠져나갔을 수 있다.


1~2월 용기내신 분들 모두 남들과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남들이 공포에 빠져있을 때 용기있게 나섰지만 손해를 보셨다. 3월에 사신 분들은 이익을 봤다. 1~2월과 3월은 의사결정의 질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었을지, 그 차이가 무엇일지를 파악하셔야 한다. 단순히 시장이 급락하고 있을 때 주식을 사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옳은 얘기는 아니다.



Q. '생활 속에서 발견하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지금 겨울인데 호빵이 많이 보이니 호빵 회사 주식을 사야 한다 등 생활 속에서 투자할 종목을 발견하라는 말이 있다. 이것도 위험한 생각인지?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건 좋은 방법이다. 생활 속에서 소비하고 있으면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빠르게 알 수 있다. 투자 아이디어로 활용하면 높은 확률로 성공할 수 있다. 다만 그게 아이디어의 시작점이 될 수는 있지만 아이디어의 종결점이 될 수는 없다.


주가가 움직이는 데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 어떤 회사의 제품이 잘 될 것 같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주가가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아에서 K5와 K7을 처음 출시했을 때, 회사가 굉장히 크게 바뀌었다. 디자인도 바뀌고 차량 상품성도 바뀌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 차가 잘 팔릴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회사는 엄청나게 턴어라운드 했고 그때 주식을 샀으면 5~7배를 벌 수 있었다.


현대차는 2010년 이후 성과가 좋지 않은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코나 전기차가 나왔다. 당시 현대차는 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뒤쳐져 있다는 평을 받고 있었는데, 코나가 나오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차량 자체가 잘 팔리기도 했다. 그런데 주가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K5와 코나는 왜 달랐을까.


기아차에서 K5와 K7은 플래그십 모델이다. 잘 팔리면 좋고, 안 팔리면 회사가 휘청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1년에 약 300만대에서 400만대의 자동차를 판다. 그 중 코나가 회사 이익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만 전기차라는 플랫폼, 그리고 코나가 잘됨으로 인해 후속으로 내놓은 전기차 시리즈 판매량 등 여러가지 기대치를 생각해야 한다.



Q. '철저히 분석하라'는 말도 있다. 그 기업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정보가 많아야 주가가 떨어져도 흔들리지 않고 추가 매수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분석을 전혀 안 하고 감으로 투자하는 분들이 워낙 많다. 어차피 아무리 철저히 하라고 해도 정말 지나치게 철저한 분들은 많지 않다.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이다.


그런 분들이 간혹 계시다. 남들이 아무도 모르는 어떤 회사의 자회사의 자회사가 땅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땅의 가치가 되게 비싼데 시가총액에 전혀 반영이 안 돼 있다. 이렇게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고 투자하시는 분들이다.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통하지는 않는다.


파고 파다보면 공개된 정보임에도 남들이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 그런 걸 파악했다 한들 남들이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모르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오히려 공개된 정보,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내가 옳다면 나들이 어떤 이벤트를 계기로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다. 그런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어야 좋은 투자법이다.

* 인터비즈에서는 점심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12~13시) '이시한의 점심약속 LIVE'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 영상 링크로 들어가시면 지난 회차들의 VOD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비즈 서정윤 정리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