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과자로 표현하자면?" MBTI·SPTI 테스트 왜 할까?

조회수 2020. 11. 2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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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6personalities 트위터
난 '반건조 오징어 숏다리' 나왔는데,
내 짝꿍 '연양갱' 어딨어?

한때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꿰찼던 SPTI 테스트. MBTI와 비슷한 심리 테스트를 풀면 사용자의 성격 유형을 '스낵'으로 표현해 준다. 오픈한지 5일 만에 860만 명이 참여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초부터 유행으로 번진 MBTI 성격 유형 테스트 이후 스낵, 꽃, 대학교 학과, 꼰대 성향 등 다양한 후속 테스트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SNS를 핫하게 달구고 있다. 심리테스트가 인기를 끌자, 기업에서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성격 유형 테스트는 신뢰도 여부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성격 유형의 사람끼리, 혹은 궁합이 잘 맞는다고 나오는 성격 유형의 사람끼리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관계를 맺기도 한다.

심리테스트 마케팅, 왜 하는 걸까?

'공유하기' 기능 통한 참여 유도 & 광고 효과

개인 성향 테스트를 통한 마케팅은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준다. 소비자 입장에서 부자연스러운 광고보다 거부감이 덜 들기 때문이다. 간단한 게임처럼 클리어하고 친구들과 재미 삼아 결과를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도록 도와주는 집중 앱 '포레스트'는 심리테스트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원래 앱 자체를 알리는 광고를 내보냈는데, 광고 예산이 수익을 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바이럴에 용이한 심리 테스트를 만들어 배포했다. 인기를 끌면서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 순위에도 이름이 올랐다. 실검에 오른 이틀 동안 한국에서만 약 800만 명의 참여자가 접속했고, 평소의 50배가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심리 테스트는 이처럼 소비자들이 검사 결과를 주변 친구들에게 공유하며, 서로 '잘 맞는 성향', '안 맞는 성향'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갖는다. 물론 이 심리테스트 이후 곧바로 소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참여자들이 테스트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오락 목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참여와 구매를 연결 지을 수 있도록 하면 심리테스트 마케팅의 효과는 꽤 클 것이다.

마켓컬리에서는 <심리 테스트로 알아보는 나의 행복 유형, 내가 음식이라면?>을 주제로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5문항으로 구성된 테스트를 마치면 자신을 표현하는 음식과 함께 '나와 잘 맞는 친구'와 '나와 안 맞는 친구'의 음식 유형까지 알려준다. 소비자 유형 별로 쿠폰을 지급해 검사로만 끝나지 않고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출처: 마켓컬리

고객 데이터 확보에도 효율적

심리 테스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타깃을 설정하는데, 심리 테스트는 해당 타깃층의 선호도와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스낵(snack) 심리테스트(SPTI)는 스낵팟이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서비스다. 이들은 자체 앱 서비스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970만 명이나 되는 심리테스트 참여자를 확보했다. 스낵팟은 SPTI결과를 통해 곧 출시될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얻었다. 스낵에 대한 콘텐츠 수요를 파악해 자체 상품 제작과 간식 추천 서비스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스낵팟 공식 블로그

자가 진단 테스트에 푹 빠진 MZ 세대

그렇다면 소비자, 특히 MZ 세대는 이러한 심리 테스트에 왜 반응하는 것일까?


1.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게임'
최근 유행한 심리 테스트들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검사 결과지를
귀여운 캐릭터로 압축해 보여줍니다.

이용자들은 마치 게임을 즐기듯 질문에 답하고
자신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얻어 가는 거죠.

- 옥소폴리틱스(OXOPolitics) 유호현 대표

일종의 자기 정체성 찾기 놀이다. 심리 테스트를 한 후, 결과를 SNS에 공유하는 과정은 게임적인 요소를 첨가해 참여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게이미피케이션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모여서 놀 수 없게 된 상황 속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재밌는 요소들을 찾게 되며, 심리테스트가 더욱 각광​을 받았다. 각 유형별로 빙고판을 만들어 SNS에 업로드하며 자신의 어떤 부분이 성격 유형 설명과 일치하는지 체크하면서 일종의 놀이를 하는 것이다. 이는 SNS에 인증하는 것과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MZ 세대의 특성과 잘 부합한다.

2. "나는 누구인가" 자아 정체성 찾기

사회적 거리 두기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진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테스트 참여자들은 테스트 결과를 SNS에 공유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 내리는 과정을 재밌어한다. 결과의 신빙성이 어떤지는 중요치 않다. 'MBTI 과몰입'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참여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성격 유형과 맞춰보며 의미 부여를 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정의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자가 진단 테스트를 통해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유형화해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3. 타인과 관계 형성

성격 유형이 같은 사람, 혹은 궁합이 잘 맞는다고 나온 사람끼리 관계를 새롭게 맺을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검사 결과를 SNS에 공유할 뿐만 아니라, 각 유형별 특징을 빙고판으로 만들어, O 표시를 하면서 SNS에 올린다. 그 내용을 서로 확인하며 공감하고 소통한다. 타인의 테스트 결과를 본 사람은 그 사람과의 친밀도와 상관없이 온라인상으로 대화를 걸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MBTI가 큰 인기를 끌면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는 측면이 크다. 가령, 과거에는 내성적인 사람을 두고 "사회생활하려면 성격 고쳐야 한다"는 등 특정 성격을 바람직하지 못한 성격으로 규정했었다. 하지만, MBTI를 통해 오히려 특정 성격을 강요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소통 방식을 이해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인터비즈 박은애 정예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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