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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 광고에는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다?

조회수 2020. 11. 1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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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수면 브랜드 시몬스가 지난해 선보인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세 편은 유튜브에서 편당 조회 수가 수백만 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성수동 카페거리와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이천 시몬스 테라스 및 부산 전포동 등 네 곳에서 오픈한 침대 없는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철물점)'도 10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 수가 4만 명을 넘었다.

이처럼 시몬스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상품 소개 등)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소비자가 먼저 시몬스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그래픽과 비주얼 요소만으로 광고를 기획하고, 지역 사회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소셜라이징(socializing) 방식의 팝업스토어를 개시함으로써 MZ 세대의 '팬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상품을 빼낸 자리에 창의적인 '설득의 기술'을 가미, 알아서 찾아오게 만드는 시몬스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살펴봤다.


침대 없는 '힙'한 철물점

4월부터 3개월간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개장해 트렌드 리더 사이에서 화제가 된 곳이 있다.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맞은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하드웨어 스토어가 그곳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동시 입장이 가능한 인원은 4명으로 제한됐지만,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1시간 가까이는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시몬스는 이런 열기에 힘입어 7월에는 경기 이천시, 10월에는 부산 전포동으로 위치를 옮겨 팝업스토어의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출처: 한국시몬스 제공
서울 성수동 카페거리에 문을 열었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이 스토어는 철물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제품이 마련됐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 제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알록달록 포장돼 공구와 문구류, 각종 잡화가 빼곡히 들어섰다. 연필, 지우개, 줄자, 노트, 목장갑, 헬멧, 양말, 랜턴, 작업복 같은 복고 느낌이 나지만 세련된 물건이 가득하다. 매장 한쪽엔 레트로 취향을 담은 1990년대 오락실 게임기가 설치됐다. 손님이라고 해야 할지, 방문객으로 불러야 할지 아리송한 사람들이 매장에 들어오면 워낙 보고 즐길게 많아서 그런지, 꽤 오래 머무른다.

시몬스는 지역사회와 공존한다는 취지를 살려 하드웨어 스토어를 여는 곳마다 새로운 제품을 추가했다. 수제 공업이 발달한 성수동에서는 케이블 타이, 스패너 등 공구와 지우개, 볼펜 등 문구류 위주로 매대를 꾸몄고,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의 팝업 매장에선 패션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로 옮겨와서는 이천의 특산품인 쌀을 시몬스 감성으로 포장한 제품을 매장 중심에 뒀다. 또한 공구점과 카페가 밀집한 부산 전포동에서는 음악에 기반한 부산의 로컬 패션 브랜드 사운드샵 발란사'와 함께 부산 지역의 특성을 담은 아이템을 활용했다.

이 특색 있는 이벤트는 사실 소소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침대를 상징하는 작은 굿즈를 만들어 수공업이 발달한 성수동에서 오픈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수동에 상점을 단기 임대해 제작한 제품을 소진할 때까지만 진행키로 계획했던 게 이렇게까지 진행된 것. 홍보용 매장이지만 실제 판매도 이뤄졌는데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가게를 찾아 일일 평균 매출 250만 원을 나타냈다. 특히 일명 '점프 수트'라고 불리는 상하 일체형 작업복은 최고 인기 상품으로 가격이 7만 원에 달하는데도 오픈 2주 만에 150벌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출처: 한국시몬스 제공
하드웨어 스토어 내부

그런데 시몬스는 왜 이런 활동을 하는 걸까. 시몬스가 성수동에 하드웨어 스토어를 운영하던 시기, 대림미술관에선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라는 이름의 전시 프로젝트가 개최됐다. 구찌가 서울의 다채로운 문화와 현대미술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이 자리는 앞선 질문의 답을 유추할 수 있는 참고 자료가 될 듯하다.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성장성이 높은 구찌는 자기만의 개성과 생각이 뚜렷한 MZ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마케팅, "소비자 스스로 브랜드를 좋아하도록 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찌 플레이스'라는 앱을 출시해 구찌 브랜드에 영감을 준 장소를 추천하고 있다. 이 구찌 플레이스는 젊은이들에게 꼭 한번 들러야 하는 여행지로 떠올랐고, 그중에 한 곳으로 선정된 곳이 대림미술관이었다. 한편으로는 새롭게 대두되는 가치관에 맞춰 모든 제품에 모피를 일절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하는데…. 구찌의 이런 노력은 MZ 세대 사이에서 기분이 좋을 때 "I feel Gucci"라고 말하는 이가 생겨나게 만들었다.

TV 광고를 굿즈로

사실 시몬스가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를 먼저 찾게 하려는 시도는 이미 광고에서 시작했다. 2019년 시몬스 과고는 시청자에게 '이건 뭐지'라는 신선함과 놀라움을 줬다. 이른바 '침대 없는 침대 광고'였다. 총 3편으로 제작된 광고는 마틴 게릭스의 노래, '서머 데이즈(Summer Days)'가 흘러나오며 시작된다. 수영장, 해변, 숲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델이 등장하고 화면이 멀어지면서 'SIMMONS'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문자 디자인)가 나오면서 끝난다.

이 광고엔 특별한 내용이 없어서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광고에 푹 빠졌다. 광고가 나온 후 4주 동안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로 찾아서 보는 사람도 많아서 편당 조회 수가 수백만 건을 넘는다. 사람들이 이 광고를 좋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보기 좋고, 신나며, 한 번 영상을 본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광고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시몬스의 크리에이터 그룹인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여해 제작했다. 팀원들은 시몬스가 제품의 차별화된 성능이나 프리미엄급 고품질에 대해서는 이미 오랜 기간 광고를 해와서 소비자에게 충분히 각인됐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광고를 만들 때는 브랜드 이미지를 그래픽과 비주얼 요소로만 표현하기로 했다. 이 광고는 2019년 서울영상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시몬스 광고만 유일하게 광고주와 프로덕션이 함께 직접 제작했다는 게 남다른 점이다.

이 광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왔는데 "광고를 활용해 굿즈를 만들어 보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광고에 나오는 주요 장면들로 티셔츠와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디자인해서 제작했다. 광고가 히트하면서 SNS에서 제품이 알려지니, 사람들이 판매용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의 강수정 아트팀장은 이런 과정이 광고 효과를 배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정판으로 제작한 티셔츠가 온라인상에서 구매 인증샷 열풍을 일으키며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끈 덕에 고객과의 소통이 훨씬 강화됐다는 것이다.


기업 수명은 점점 줄어든다. 포천 500대 기업 순위에서 최근 10년 사이 상위 10대 기업 중 7개가 바뀌었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는 사업을 접었고, 100년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벤치마킹 대상이던 GE 역시 어려움에 빠져있다. 이렇게 기업이 어려워지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고객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시몬스의 브랜딩 활동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시몬스는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 150년 브랜드 전통에 젊은 감성의 '힙함'을 더했고, 딱딱하던 품질 이미지에 세련미를 입혔으며 프리미엄은 친근하게 다가오게 했다. 가장 고무적인 결과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였다는 것. 시몬스의 미래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문 필자: 이병주 DBR 객원 편집위원 capomaru@gmail.com

인터비즈 김재형 정리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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