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넹, 넵, 네, 앗 네넵' 이 중 누가 가장 부정적일까?

조회수 2020. 11. 11.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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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속, 이 미묘한 느낌들은 뭐지?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얼굴보며 하는 대면보고가 줄어들면서, 강팀장은 최근 메신저를 활용해 팀원들과 소통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별 신경 안쓰던 팀원들의 메신저상 말투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누군가의 대답에 마음이 불편해진 경우, 해당 팀원에 대한 생각도 부정적으로 바뀌는 걸 강팀장 스스로 경험했다. 이러면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지만, 이상하게 신경이 곤두서는 걸 강팀장 본인도 어쩔 수가 없다.

누가 가장 긍정적이고, 누가 제일 부정적인가?

오늘 오전의 일이다. 오후에 팀원들 각자가 준비한 내용을 토대로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강팀장은 팀원들에게 사전공지 문자를 보냈다.

강팀장 : 오늘 오후 회의 1시간 전까지, 각자 맡은 부분들 파일 공유해줘요.

팀원1 : 넹~

팀원2 : 앗! 네넵!

팀원 3 : 네

팀원 4 : 넵 ㅎㅎ

같은 문자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팀원들의 대답들은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그 문자를 읽는 강팀장의 느낌도 대답마다 다 달랐다. 팀원들이 자신들의 미묘한 감정을 답변속에 숨겨놓은 것만 같아, 강팀장은 최근 자꾸 예민해진다.

답변 속, 감정누수현상

최근 들어,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는 급여체에 신경을 쓰게 된다는 팀장님들이 꽤 많다. 급여체는, 직장에서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끼리의 대화용어를 의미한다. 실제로 사람은, 굳이 한 문장 전체를 말하지 않아도 간단한 감탄사만으로 쾌, 불쾌 정도의 감정전달이 가능하다. 신기하게도 그렇다. 그래서 팀장님은 팀원들의 짧은 대답들에 자신도 모르게 “왜 이런 식으로 답변을 했을까?”라며 팀원들의 마음상태를 가지고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면 위에서 예시로 든 팀원 4명들 중, 팀장님의 지시에 가장 적극적인 팀원은 누구일까?

굳이 순서를 따지면 팀원 2가 가장 열정적이다. 실제로 그 팀원이 열정이 있고 업무몰입도가 높으냐는 것과는 별개로, 일단 답변상으론 그렇다. 팀원 2와 같이 답변한 경우, “팀장님의 지시를 알아들었으며, 빠르게 처리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다음이 팀원 1이다. 다만, 팀원 1에 비해 다소 가벼운 느낌이 있다. 팀원 3은 어떨까? “네”라고 대답만 했다. 이 대답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문자를 주고받을 때 문장부호에 예민하다. “!”나 “?”, “…..” 등이 따라오느냐의 여부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상사의 문자를 보는 팀원의 입장도 비슷하다. 팀원의 보고에 “알겠어요”이라고만 답한 경우, 팀원입장에서는 “뭔가 맘에 안 드시는 건가?” “차갑다”는 등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느낌표를 넣은 “알겠어요!”의 뉘앙스가 더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마지막 팀원 4는, 뒤에 따라온 “ㅎㅎ”의 의미가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웃음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상사의 지시에 대해 “어이가 없다”거나 “어딘지 씁쓸하다”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팀원들의 답변들 속 숨은 감정들까지 자꾸만 추측하게 되는 팀장님의 상황이 안쓰럽다. 가끔은 “이 팀원이 나를 무시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팀원의 속마음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인 건 분명하다. 그러니 업무지시에 대해 자신이 없는 건지, 아직 준비가 안 된건지, 말귀를 못 알아들은 건지, 불만을 갖고 있는 건지 등을 파악하는 일종의 신호로만 받아들이자. 신호가 포착되면, 해당팀원에게 직접 다시 설명해주거나 재확인하여, 향후 벌어질 부정적 사태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 필자 함규정 C&A Expert 대표,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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