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아무노래 챌린지' 틱톡에서 대박 난 이유는?

조회수 2020. 11. 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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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야 한다. MZ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길면 안 된다. 무시간성을 사는 MZ세대는 짧은 콘텐츠를 생성하고 퍼뜨리는 '밈(Meme)' 문화를 주도한다. 밈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적 요소들이 유전자처럼 복제된다는 의미로 처음 사용한 단어다. 최근에는 단순히 복제하거나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재가공하고 재해석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1일 1깡, 식후깡, 깡지순례. 2020년 상반기를 강타한 '깡' 열풍은 밈 문화의 대표적인 예다. 깡은 2017년 12월 가수 비가 내놓은 미니 앨범 '마이 라이프 애'의 타이틀곡으로 발매 당시 과장된 춤과 세련되지 않은 콘셉트로 혹평을 받았다. 깡은 3년이 지나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 패러디되기 시작하더니 급속도로 인기가 확산됐다. 퍼포먼스를 따라 하는 커버댄스부터 시작해 특정 표정이나 동작을 모방하고 편집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변화됐다.

깡의 팬을 뜻하는 깡팸, 성지순례하듯 깡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깡지순례, 깡이 갑자기 명곡으로 들린다는 깡각증세 등 신조어도 나왔다. 깡 공식 뮤직비디오는 뒤늦게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니, 지난 5월 기준 1200만 건을 넘어섰다. 더불어 연예인 비의 부활도 화려하게 이뤄졌다.

이렇게 사라졌던 비의 뮤직비디오가 다시 살아난 이유는 MZ세대의 무시간성과도 연결돼 있다. 시간 경계의 의미가 퇴색된 디지털 공간에서 흥미롭고 즐길 수 있는 소재를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나는 노마드들, 그들의 자유로운 놀이 일탈 속에서 밈은 지속적으로 문화적 복제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 전국을 강타한 지코의 '아무노래' 역시 밈 문화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1월 13일 공개된 직후 아무노래의 춤과 멜로디는 급속도로 퍼져나가더니 오랜만에 가요계에 등장한 국민송이 되었다. 아무노래를 아무 노래가 아니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아무노래 틱톡 챌린지'다. 이는 아무노래의 앞부분 안무를 따라 하는 댄스 챌린지다. 안무가 어렵거나 동작이 크지 않아서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효리, 청하, 화사, 송민호 등 연예인은 물론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아무노래 챌린지에 참여했다. 챌린지는 세계적 트렌드가 되며, 아무노래 관련한 틱톡 영상 수는 8억 뷰를 돌파했다. 아무노래 신드롬은 틱톡 챌린지 문화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짧아서 확실한 행복'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틱톡은 짧은 영상 전용 콘텐츠를 플랫폼으로, 15초에서 1분 사이의 '숏폼 콘텐츠'가 많다. 150개국에서 74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현재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그중 1020 세대가 가장 많다.

틱톡이 1020세대를 사로잡은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틱톡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며 영상의 배경 음악이나 화면 효과 등을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다른 콘텐츠를 모방하고 재창조하는 밈 현상의 주축이 되는 순간, '핵인싸'가 될 수 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는 MZ세대에게 중요하지 않다. 오리지널의 가치보다는 이를 더 재밌고 신선하게, 재밌게 생산해내는 패러디에 더 가치를 둔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확대 재생산한 밈으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거나 변방의 문화가 주류가 될 때, 그들은 희열을 느낀다.

묻고 더블로 가, 사딸라 등의 유행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06년 영화 <타짜>, 2002년 드라마 <야인시대> 등에 나왔던 한마디 대사를 따와 확대 재생산하며 시작됐다. 대사의 주인공인 김응수와 김영철은 10여 년 전 캐릭터를 다시 연기하며 버거킹, BBQ 등 유명 브랜드 광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

'탑골 GD'로 재발견돼 연예인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던 양준일의 경우도 대표적인 밈 문화 현상이다. MZ세대는 자신들의 부모 세대 스타가 지금 봐도 멋져 보이는 패션 감성을 지녔다며 열광했으며, 그의 숨은 개성과 매력을 보물섬 탐색하듯 파헤쳐 나갔다. 결국, 미국에서 자연인으로 살고 있던 그를 연예계 한가운데로 소환해, 전성기 때보다 훨씬 큰 환대와 주목성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자신들이 주목한 스타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을 만들어 가면서, MZ세대는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적극성과 참여성은 프로슈머를 넘어 모디슈머로의 진화하는 것의 밑바탕이 되고 있기도 하다.

문화적 복제 밈의 대세화는 기업 마케팅 활동이 진실성 있고 부지런해져야 함을 한 번 더 요구한다.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워도, 설령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우리 브랜드가 믿는 바를 전하고 우리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언제 어떻게 누구의 손에 재발견돼 무대 중앙에 서게 될지 모른다. 허술하고 부족한 모습이더라도, 나름의 솔직함과 용기로, 나에 대한 스토리를 콘텐츠로 쌓고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씨를 뿌리듯 정성스럽게. 나를 '덕질'하고 싶은 그 누구의 손에서 알토란같이 확대 재생산될 그날을 기대하며, 시장이 가지고 놀 거리를 부지런히 만들어 놓아야 한다. 오늘, 내 브랜드에 대한 짧은 밈 한 컷, 10초의 과학을 시작해 보자.

인터비즈 서정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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