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상시모집합니다" BTS에게 배우는 '이것'

조회수 2020. 10. 29.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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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3자 구도 시스템'이 존재한다. 생산자(혹은 기획자), 소속 스타 등 기업의 내부 구성원, 팬클럽이나 지역 사회 등 기업의 외부 구성원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룬다. 이 구도 안에서 3자 간(Between Groups), 혹은 3자 내부 (Within Groups) 힘의 균형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용*'이 필요하다. 특히 중용을 지닌 감성지능이 요구된다.

 

유교의 사서(四書) 중 하나인 『중용』, 그리고 『논어』 선진 편에 나온 '과유불급' 등은 동양철학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동시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이 상태는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에서도 중심 사상을 이룬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지나치지도 미치지도 않게,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로, 삶이 극단으로 향하지 않도록 균형 있게 사는 것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조돼 왔다는 뜻이다.

 

*중용(中庸) :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

그러나 중용을 지키는 것은 실천하기 힘들고 정성을 요하는 일이다. 그뿐 아니라 2500년 전에 쓰인 유교 경전을 현시대에 맞게 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감성지능을 논할 때 중용의 미덕을 되새기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각 주체는 3자 구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중용의 감성지능을 발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내부 구성원과 외부 구성원을 동등한 시각으로

첫째, 감성지능에 중용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 기업 내부 구성원과 기업 외부 구성원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BTS의 사례를 보자. 일찍부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와 BTS라는 기업 내부 구성원 사이에는 어느 정도 소통과 공감의 끈이 있었다. 또한 BTS와 팬클럽인 '아미'의 소통과 공감도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3자 구도를 완성시킬 빅히트와 아미의 관계는 어땠을까? 빅히트가 처음부터 기업 내부 구성원과 외부 구성원을 동등하게 인지하고 균형 있게 대했을까? 그렇진 않았다.

출처: 방탄소년단 페이스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박영은(2020) 인터비즈 재가공

2019년 7월 15일, 빅히트는 BTS 공식 계정에 글로벌 팬클럽 '아미' 멤버십 상시 모집 공지를 띄웠다. 공지의 핵심은 아미 5기를 마지막으로 팬클럽 기수제를 없애고 상시 모집 형태로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수제 대신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팬들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회사의 통보에 기존 아미들은 즉각 반발했다. 아미 6기가 되기만을 학수고대했던 이들에게도, 아미 1~5기 기수별로 소속감을 느끼던 이들에게도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본인 인증을 한 인터파크 회원, BTS 공식 카페 회원만이 가입할 수 있었던 아미 1~5기는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고, 찐팬이 아닌 사람들을 걸러낸 폐쇄형 커뮤니티였다. 또 기수별로 여러 가지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빅히트가 내세운 새로운 멤버십 제도 역시 도입 명분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아미가 될 수 있는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기 때문이다. 메일 계정과 가입비만 있으면 세계 각국의 팬들 누구나 쉽게, 언제든지 아미가 될 수 있었다. 빅히트는 더 많은 아미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는 우월 전략이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티켓팅 전쟁을 벌이고 있던 찐아미들, 활개를 펼치는 플미업자들(티켓, 굿즈 등 정상가에 구매한 물품을 더 비싼 금액으로 되파는 것) 입장에서는 겨우 넘은 진입장벽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것을 환영하기 힘들었다.

출처: DBR

회사는 더 많은 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기존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전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통보일 뿐이었다. 이처럼 충분한 논의 과정을 생략한 기획사의 전략은 자칫 팬들의 이탈과 반감, 분열을 일으키는 독약이 된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중용의 관점에서 3자 구도의 모든 주체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기업 내부 구성원과의 소통과 공감은 기업이 지향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인력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고, 기업 외부 구성원과의 소통과 공감은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을 올바른 마케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유용하다.

이론과 실제의 간극 메울 수 있는 서브 전략 마련

둘째, 감성지능의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이해하고, 둘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여러 서브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감성지능은 자기 관리 역량 및 협업,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할 뿐 아니라 리스크에 대한 강한 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제 상황에 맞게 잘 적용된 감성지능은 '혁신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기업 문화를 만든다. 그러나 감성지능이 항상 실전에서도 이론처럼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실전에서 감성지능을 잘 적용하고 조직 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안팎을 진단할 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지 말고 암묵지를 봐야 한다.

1) 먼저 '관계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소통 현황을 측정하라.

조직 내부의 소통 체계를 살펴보자. 겉으로 보이는 것은 기업의 '조직도'지만 이는 직위의 상하관계, 명령의 계통, 부서별 구성을 보여줄 뿐 기업의 '실제 소통 체계 혹은 수행 흐름도'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조직도 이면의 조직 구성원들 네트워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다양한 소통 패턴을 다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또, 소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의사결정 나무(Decision Tree)' 등을 활용한 다양한 데이터 마이닝 프로그램을 동원해 협업 구조를 진단하고, 협업이 더 요구되는 지점을 탐색해야 한다.

2) 감성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훈련, 즉 '감성 코칭'이 필요하다.

감성지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에 투자하려는 회사는 감성지능 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여러 실질적 방안을 구상한다. 예를 들어, 직무 설명과 성과 검토에 감성지능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구성원들에게 수업, 세미나, 온라인 교육 과정 등을 제공함으로써 여러 감정 코칭 및 멘토링 제도를 실시한다. 이런 접근은 자기 자신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과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감정 코칭의 한 방법인 '메타인지'를 떠올려보자. '메타인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아는 능력을 의미한다. 인지 과정을 인지하는 능력, 다시 말해, 자신을 객관화해 바라볼 줄 아는 능력, 혹은 누군가가 카메라로 나를 바라본다고 가정하고 나를 성찰해보는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다. 본래 메타인지는 전체 인구의 약 0.1%만이 갖는 선천적인 특별한 능력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 후천적인 개발을 통해 충분히 키울 수 있다.

 

현재 많은 기업이 양적 성장에 치중하다 보니 구성원들의 감성지능을 돌아보고 향상하기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특히 이런 현상이 많은 스타를 데리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쉽게 발견된다. 이에 기업 구성원들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과 쉽게 단절되고, 문제를 알고 고치려는 노력도 잘 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은 앞으로 감정 코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구성원들이 상황별로 필요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감성지능은 한번 생기면 끝나는, 혹은 계속 고정된 능력이 아니다. 계속해서 돌아보고, 유지 혹은 향상하려는 지속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 박영은 프린스슐탄대 경영학과 교수
원문: 동아비즈니스리뷰 DBR 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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