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집값 폭락? 상승?' 혼돈의 부동산 시장

조회수 2020. 10. 2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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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한 보고서가 부동산 시장을 흔들었다. 제목은 바로 '주택 시장에 폭풍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Storm Clouds Approaching the Housing Market)'. 이 보고서는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 중앙은행의 주택금융 안정화 위원회 소속 선임연구원의 공식 전망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미국 주택 매매가격은 1년 전에 비해 24.2%나 상승하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상반되는 시각과 데이터를 놓고 내년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과 그렇지 않다는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도 금융화를 통해 글로벌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한국도 그 추세를 따라간다.

미국 중앙은행이 내년 부동산 시장 어둡게 보는 이유

미국 중앙은행이 내년 부동산 시장을 어둡게 보는 이유는 거시적 관점에서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원리금 상환이 90일 이상 연체됐거나,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인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모기지은행연합회(MBA)에 따르면 이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4.4%로, 집값 폭락과 경제 위기를 촉발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위원회
담보대출금 중 심각한 연체자·압류자 비중

둘째는, 은행들이 주택 담보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적립한 충당금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충당금이 대출금의 1%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2.3~2.4%까지 높아져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신규 대출 기준을 대폭 강화해 고신용자가 아니면 대출받기가 쉽지 않아졌다.

셋째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플러스 1에서 마이너스 1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소비자 신뢰지수란 미국 소비자의 경기 판단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내년에 감소하면 집값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약 22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관광, 여행, 호텔, 소매 분야를 중심으로 1140만 명이 아직 일터로 복귀하지 못했고, 내년에도 높은 실업률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한 사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8월 매매가격 상승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사 수요와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집을 팔기 위한 매도 물량도 줄었다. 8월 매매가격 상승은 그 때문이지 경기 회복과 소득 증가에 따른 상승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출 금리가 3% 이하로 떨어지면서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줄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조금 더 비싼 집을 샀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전체 모기지 담보 증권(MBS)을 무려 30%나 매입하며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연방 정부는 지난 3월 모기지 인내(forbearance) 프로그램을 통해 원리금 상환을 최대 1년 연장했고, 월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의 퇴거도 6개월간 금지시켰다. 미국은 현재 자유 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강하게 개입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정부 개입은 점점 줄어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겪은 미국, 부동산에 정부 개입 정말 없을까?

반면 미국주택건설협회(NAHB)의 주택시장지수는 빠른 속도로 회복해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주택시장지수는 미국 주거용 부동산 경기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쓰인다. 9월 주택시장지수는 8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미국주택건설업협회
미국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지수

첫 번째 반론은, 연체율 통계에 모기지 인내 프로그램을 신청한 대출자가 포함돼 허점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최대 1년간 연장했는데, 이것이 통계에 연체로 잡혔다. 모기지 인내 프로그램 신청자는 610만 가구에서 370만 가구로 감소하기도 했다. 대출금 상환 능력을 회복한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둘째는, 미국 정부의 강한 개입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과거 주택 폭락이 경제 붕괴로 이어진 아픈 경험이 있다. 정부가 이를 방치할 리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의회가 논의 중인 추가 경기 부양책을 살펴보면, 공화당은 500억 달러(약 57조5000억원), 민주당은 750억 달러(약 82조2000억원) 규모의 모기지 및 월세 지원이 포함돼 있다. 1차 지원금인 300억 달러(34조5000억원)보다 많다.

JP모건 체이스를 비롯한 은행의 3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2분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2분기까지는 모기지 부실화를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떼일 돈이 그리 많지 않다고 전망을 바꿨다.

이렇듯 미국은 저금리 정책과 무제한 달러 찍어내기를 통해 정부가 집값을 강하게 떠받치고 있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부동산 시장은 이미 폭락해 2008년 사태가 재현됐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내년 부동산 가격 상승보다는 하락을 예상하는 쪽이 더 많다.

반대로 한국은 정부가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방법이 정교하지 않아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누가 뭐래도 저금리와 과도한 유동성이 1차 원인이다. 이 유동성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는 한 한계가 명확하다.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혼돈의 시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비즈 서정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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