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전쟁' 시대에 네이버가 영상 아닌 '이것' 택한 이유

조회수 2020. 10. 27. 16: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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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시장의 경쟁이 뜨겁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공세는 물론이고 방송국, 콘텐츠 기업, IT기업 등 가릴 것 없이 동영상에 집중한다.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고, 초등학생들은 이제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이 아닌 크리에이터를 꼽는다.


그 가운데 네이버는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KTB 네트워크와 함께 300억 원 규모의 오디오 콘텐츠 펀드를 만들며 국내에서 오디오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18년 12월에는 '오디오 클립'을 출시하며 오디오북과 팟캐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해 4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네이버는 "향후 오디오 콘텐츠 확보에 투자하고 오디오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다. 바로 '네이버 나우(NOW)'다. 나우는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24시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이 없고, 다른 플랫폼과 다르게 수요자가 창작할 수 있는 플랫폼도 아니다. 그런데도 MZ세대 사이에서 나우의 인기는 연일 고공행진이다. 과연 나우는 어떻게 MZ세대를 사로잡았을까.

네이버 나우와 MZ세대

국내에서 오디오 콘텐츠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팟빵에서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오랜 기간 오디오 콘텐츠는 정치·시사·경제 콘텐츠 위주로 꾸려져 있었고, 그 때문에 1020 세대와는 별개의 영역처럼 여겨졌다. 반면 나우는 엔터테인먼트와 음악 분야를 공략했다.

출처: 네이버 NOW

나우는 '오리지널 쇼'를 구성하며 인기 연예인을 호스트로 세워 MZ세대를 불러 모았다. 박나래의 <대외비>, 피오·민호의 <Brrrr Friends>, 하성운의 <심야 아이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심야 아이돌>은 나우 서비스가 출시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방송하고 있는 토크쇼로, 꾸준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체적인 청취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네이버 나우 포스트에 올라온 방송 소개글 조회수만도 100만 명이 넘는다.


나우는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도 다수 제공한다. <VIBE 최신곡믹스>, <올타임훼이보릿 탑골가요>, <빌보드 핫100>은 네이버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가 MZ세대의 취향에 맞춰 선곡한 것이다. 유명 선곡 유튜버 때껄룩(TAKE A LOOK)이 선곡하는 플레이리스트 <때껄룩의 선곡맛집>은 나우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았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우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자율 감각 쾌락 반응(ASMR) 콘텐츠도 서비스하고 있다.


백그라운드에서 나우를 실행해도 데이터가 소모되지 않는 점도 인기 요소다. 나우는 출시 초기부터 '데이터 프리'를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청소년 요금제·중저가 요금제 사용으로 데이터가 부족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네이버에 따르면 나우는 출시 후 1년간 누적 시청자 수가 2000만 명 이상이며 그중 10대~20대 비율이 28.2%로 가장 높다. 특히 10대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 스피커와 함께 성장하는 오디오 시장

그렇다면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최근 스마트 스피커, 무선 이어폰, 커넥티드 카 등으로 플랫폼이 확장되며 차세대 미디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삼정KPMG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 스피커 연간 출하량은 2018년 7800만 대에서 2019년에는 전년 대비 60% 증가해 1억 246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의 빌트인 커넥티드 카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모델이 많다. 집 또는 차량에서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며 이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는 셈이다.


오디오의 특성이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최근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6월 디지털 기기를 보유한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오디오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유 1위는 '오디오를 들으며 충분히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팟빵이 지난 2017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팟빵에 따르면 오직 청취 행위만 한다고 응답한 유저는 17%에 불과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에어팟 등 무선이어폰의 대중화는 오디오가 지닌 멀티태스킹 능력을 한층 강화했다"며 "스마트 스피커의 사용 및 스마트폰 음성인식 서비스가 보편화되며 음성 인식 기반 정보검색의 주도권이 미래 플랫폼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네이버가 나우를 멀티태스킹에 최적화한 것도 이런 이용자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나우는 틀어놓고 네이버 앱의 다른 기능을 이용하거나 백그라운드에 놓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 네이버가 국내 1위 검색포털로 입지를 다졌다면, 오디오 플랫폼을 통해 24시간 '듣는 네이버'로 이용자들이 네이버에 머무르는 시간도 더 확보할 수 있다. 검색할 때만 찾는 네이버가 아닌, 24시간 듣는 네이버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나우, 앞으로의 전략은

출시 1주년을 맞이한 나우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 현재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팟빵이 점유율 70%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ASMR 콘텐츠를 중심으로 10대를 사로잡은 스푼라디오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우는 오디오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9월 네이버는 "차세대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방식의 뮤직 라이브 플랫폼으로의 시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실시간 라이브 공연에 확장현실(XR) 기술을 적용한 라이브 방송 프로그램 'Party B'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첫 방송된 Party B는 '빌보드 케이팝 100' 차트에 오른 뮤지션이 매달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아티스트가 무대에서 공연하면 크로마키 기법과 XR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서 무대를 새로운 가상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우주공간, 사막, 뉴욕 거리 등 다채로운 무대를 구성할 수 있다.


다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많아 나우의 XR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동영상 서비스까지 진출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은 자체 여행 프로그램 '본 보야지'를 네이버 V LIVE가 아닌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지난 콘서트와 팬미팅 실황도 위버스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체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구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나우가 어떤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비즈 정서우 서정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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