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만명 찾는 호갱노노, 시작은 이케아였다?

조회수 2020. 10. 24. 17: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매매든 전세든 월세든 누구나 한 번쯤은 부동산 계약을 후회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사 갈 집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에서 10분. 집을 모두 파악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거주자에게 "왜 이사를 가느냐"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동네 주민들은 어디서 주로 장을 보는지, 층간 소음은 없는지, 동네에 벌레는 많은지 등 실거주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정보가 많다.

그래서인지 호갱노노는 최근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설치해야 하는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호갱노노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에 구성한 앱이다. 여기에 이야기 기능을 더해 실거주자가 자신의 아파트를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파트 후기를 볼 수 있다는 강점에 힘입어 호갱노노는 2016년 론칭 이후 꾸준히 성장해 작년에는 구글 플레이 '2019년을 빛낸 일상생활 앱'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9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00만 명에 달하며, 앱은 현재 부동산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 호갱노노 제공

호갱노노가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렸던 건 아니다.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는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처럼 성장할 때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난 7일 심 대표에게 호갱노노가 쌓아온 지표와 앞으로 걸을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화상회의 앱으로 진행됐다.

호갱노노의 시작

호갱노노의 출발점은 이케아였다. 카카오 개발자로 근무하던 시절, 이케아가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가구를 비싸게 판매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정말 그럴까'하는 궁금증에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영국, 대만 등 11개국에서 판매하는 상품 정보를 모두 모아 가격비교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케아는 보통 국가별로 상품명이 달라요. 그래서 같은 이미지를 묶어 가격을 비교해 주는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사이트에 표시된 가구는 약 7000종 정도였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 싸게 파는 제품'과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파는 제품' 등으로 분류했죠."

이후 그는 호갱노노 2탄을 기획했다. 바로 부동산 호가와 실거래가를 비교하는 사이트다. 심 대표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 공시된 부동산 시세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정보가 많이 차이 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투자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보육 기관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로 자금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

다만 고민이 있었다. 심 대표는 "당시 첫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안정적인 대기업인 카카오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함께 '호갱노노'를 만들어보자는 동료 둘이 나타났고, 그렇게 셋이 2015년 호갱노노를 만들었다.

멤버가 3명뿐이라고요?

창업 초기 투자자로부터 받은 질문 중 하나다. 창업 당시 이미 시장에는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가 있었다. 대규모 투자를 받은 부동산 서비스인 직방과 다방도 있었다. 세 사업자가 확고히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새롭게 사업을 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많은 벤처캐피털을 만났지만 투자한다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인력 중 절반 이상이 개발자인 호갱노노는 직방, 다방과 다르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 인력이 부족했고 마케팅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그 와중에도 호갱노노는 입소문을 타고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출시 1년 만에 MAU도 50만 명 가까이 기록하며 직방, 네이버 부동산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18년 직방은 호갱노노의 지분 전량을 약 230억 원에 사들였다. 직방은 호갱노노의 취약점이었던 마케팅에 집중했다. 심 대표는 "직방 인수 전후로 크게 바뀐 점은 없다"면서도 "호갱노노는 마케팅을 잘 하는 곳이 아니어서 그 부분에서 직방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고 회상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바뀐 건 직접 투자금을 받으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습니다. 가장 바랐던 점이기도 하고요."

데이터, 그리고 업데이트

호갱노노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알려주는 앱이다. 실거래가를 지도에 표시해 원하는 동네의 시세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구성됐다. 거기에 각종 데이터도 더했다. 신고가, 변동, 인구, 공급, 경사, 출근 시간, 거래량, 학원가, 개발호재, 분위지도, 외지인 비율, 상권, 거주 직장인 연봉 등 다양한 데이터를 녹여냈다.

호갱노노에 쓰이는 데이터는 전부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심 대표는 "20~30종가량의 데이터를 받아 그중 사용자가 집을 구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 같은 정보만을 추려낸다"고 설명했다. 엑셀로 정리된 자료는 한눈에 보기에도, 원하는 내용을 찾기에도 어렵다. 호갱노노는 그런 자료를 재가공해 한눈에 보기 쉽게 꾸린다.

심 대표는 "호갱노노의 강점은 사용자가 정보를 더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력이 엄청 뛰어나거나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건 아니다. 단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쉽게 만들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시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호갱노노 앱 캡쳐

심 대표는 최근 추가한 '상권 정보'를 예로 들었다. 상권 정보는 아파트 근처의 주요 편의 시설과 병원, 공원 등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집을 구하면서 우리가 궁금해하는 건 사실 편의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니에요. 편의점이나 마트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대신 동네의 중심 상권은 어딘지, 어디에 어떤 가게가 많은지 등을 궁금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정보를 시각화해 직관적으로 표현했고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제는 커뮤니티가 된 호갱노노

호갱노노를 대표하는 기능 중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호갱노노 사용자는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또는 분양 예정인 아파트에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동네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던 것이 이제는 하나의 커뮤니티가 됐다. 하루에 달리는 댓글만 수백만 개가 넘어가고, 한 아파트에 이야기도 수천 개씩 쌓였다.

심 대표는 "이야기 기능이 커지다 보니 커뮤니티 사이트의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분란을 조장하는 글, 서로를 비난하고 싸우는 글 등이 적지 않다. 그는 "신고 기능을 도입했고 앞으로 신고처리를 자동화하는 것도 개발하고 있다"며 "여러 업데이트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 기능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사용자를 위해, 검색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실제로 이야기 기능에서 학군이나 아파트 실측 정보 등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 대표는 "과거 게시글을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10월 중 검색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목표"

호갱노노는 아직 서비스 범위를 아파트·오피스텔 외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 없다. 심 대표는 "호갱노노는 인원이 적은 편이라 데이터를 별도로 수집할 수 없다. 공공 데이터를 가공하는 정도"라며 "빌라나 원룸 등은 사진도 중요하고 정보도 각양각색이다. 아파트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 당분간은 아파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익모델에 대해서는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현재 호갱노노의 가장 큰 수익은 공인중개사들이 플랫폼에 올리는 광고로부터 발생한다. 다만 호갱노노의 광고는 다른 플랫폼과는 조금 다른 형태다. 심 대표는 "다른 플랫폼은 월 과금 방식으로 광고비를 받는 반면 호갱노노는 노출 비율에 따라 광고비를 책정한다. 노출된 만큼만 돈을 지불하고 광고 효과가 없을 땐 광고를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추석 연휴 때를 보면, 공인중개사분들이 그냥 광고를 끄시더라고요. 저희는 그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추석 연휴에 집을 보러 다니는 분들은 많지 않잖아요. 불필요한 광고비를 지출하고 싶지 않으실 수도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새로운 광고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심 대표는 호갱노노의 장기적인 목표로 "침체된 부동산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실거래가도 모른 채 부동산을 찾는 분들도 계셨는데 지금은 대부분 실거래가는 보고 가신다"며 "앞으로 사용자 경험을 더 개선하고, 기술을 토대로 산업 전반의 서비스 질적 향상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인터비즈 서정윤 기자
seojy@donga.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