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CEO는 직원에게 인색하다?

조회수 2020. 9. 3. 08: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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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부모가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 커서 CEO가 된다면 어떨까? 부모와 자기 자신이 힘들게 고생했던 걸 생각하며 노동자에게 더 공감하고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놀랍게도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란 CEO들이 직원 처우를 부실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이애미대 허버트경영대학원 헨리크 크롱크비스트 교수와 연구진이 미국 CEO들의 사회경제적 배경, 기업 인사 관행, 정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HBR 2020 7-8월호에 실린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블루칼라 가정에서 자란 CEO는 직원에게 인색하다"

크롱크비스트 교수 등은 1992~2017년 S&P 1500 기업 CEO들의 자료를 분석했다. 신문, 전문가협회, 학교, 대학 동문회 간행물, 행사 연설 등 다양한 자료를 참고해 미국 CEO 1626명의 부모의 직업을 조사했다. 


이후 상류층(CEO, 자선사업가, 재계 실력자), 전문직(의사, 판사, 군 고위장교), 중산층(회계사, 엔지니어, 교사), 노동계층(목수, 배관공, 트런운전사), 빈곤층(실직자, 잡역부, 소작인) 등 다섯 가지 사회경제적 계층으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평소 보고 듣고 이야기한 내용이 '직업적 규범'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CEO들의 성장환경과 어려서 접한 직업적 규범, 그리고 회사의 노동정책에 반영된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 사이의 연관성을 찾고자 했다.

직원 친화적 정책을 펴는지 아닌지는 노동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세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삼았다. ▲직원이나 노조가 제기한 소송 건수 ▲미 산업안전보건국에서 적발한 현장위반 사례 ▲직원들의 회사평가(기업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 자료 활용) 등을 통해 회사의 직원 처우가 어떤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소송, 산업안전국 고발, 직장평가에 있어 산업별로 차이가 나는 부분은 통계분석을 알해 감안해 보정했다. 회사규모, 총자산, 수익성, 레버리지 비율,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 비율을 비롯한 다른 중요한 비즈니스 요인들을 통제했다.

또한 CEO와 직원 친화적 정책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주로 CEO가 바뀔 때를 조사했다. 관찰 결과 회사의 CEO가 블루칼라 출신에서 화이트칼라 출신으로 바뀌면 노동정책이 개선됐다. CEO의 성장 배경에 따라 노동자의 복지, 안전에 대한 조치나 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블루칼라 직종은 대부분 비정기적이고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한다. 별다른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말이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겪어 본 사람들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바꾸고자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일찍이 기업의 인색함에 자주 노출되고 익숙해진 탓이다.

성별, 나이, 인종에 따른 차이는 없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조사 대상 중 여성 리더의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그 대신 성별과 관련된 측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CEO의 어머니가 일을 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일하는 어머니를 둔 CEO가 이끄는 회사의 노동자 처우가 훨씬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크롱크비스트 교수는 CEO들의 나이에서 이러한 결과가 온 이유를 설명했다. 


CEO들은 평균적으로 1946~1947년에 태어났다. 50~60년대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지금보다 힘들었기 때문에, 이 시기 어머니가 일하는 걸 본 CEO는 어릴 적부터 가혹한 직업적 규범을 접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인종이 사회적 지위와 어느 정도 상관성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상관관계 검증이 미약한 부분은 아쉽다. 다만 부모가 이민자나 소수민족인지, 군 복무 경력이 있는지, 아이비리그 출신인지 등을 살펴본 후 상관관계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부모가 아이비리그 출신인 CEO는 상류층일 확률이 높았고 소수민족이나 이민자 출신 부모를 둔 CEO는 노동계층이나 빈곤층일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표본으로 조사한 CEO 중에 소수민족 출신이 5.7%에 불과해 상관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CEO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체계적인 증거를 발견하진 못했지만, CEO의 성장 배경에 따라 팬데믹 기간 내 실시하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조치나 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세대'가 등장했듯, 현재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힘들게 자란 사람들이 후에 CEO가 되면 노동자에게 불리한 기업 관행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를 통해 유년기, 청소년기에 겪었던 경험이 '직업적 규범'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CEO의 노동 정책은 직원 만족과 조직 성과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안전,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다행인 부분은 1960년 이후 출생한 CEO, 즉 60세 이하의 CEO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젊은 CEO들은 사내 노동정책을 결정할 때 자신들의 사회 경제적 배경을 고려할 가능성이 낮았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지 판단하려면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20. 7-8월 호
필자 램지 카바즈(Ramsey Khabbaz)


인터비즈 정예지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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