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는 자유에요!" 이직 경험 2회차 출판사 대리의 생생 후기

조회수 2020. 8. 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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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는 ‘젊은’ 출판사 마케터 모임이 있습니다.(최고령 담당) 지금은 코로나19로 어렵지만, 종종 정보 교류 차원으로 만나서 (자기 회사 욕하는) 건전한 모임인데요.

 

만날 때마다 늘 나오는 주제가 있어요. 바로 ‘이직’입니다.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 만나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죠?

  

마케터 모임에서 마케팅보다 더 뜨거운 이직 이야기. 사실 모든 직종이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업계에서 어느 위치일까?’, ‘여기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저긴 연봉이 많을까?’ 이러한 속마음을 숨긴 채 서로 눈치게임하기 바쁜데요.

 

출판계는 다른 직종보다 이직도 잦고, 재직 기간도 상당히 짧은 편에 속한답니다. 3년, 6년, 9년마다 이직 욕구가 든다는 ‘3, 6, 9 법칙’을 뛰어넘어, 1년도 채 다니지 않고 이직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평생직장의 시대는 갔다지만 점점 많아져가는 이직자들. 오늘은 일명 '호모이직쿠스'라고 불리는 출판사 '이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의: 이직 2회 경험자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습니다.♨

▶ 인터비즈가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우리네 존버기를 전해드립니다. 4차 산업혁명기 직장에서 분투하는 각양각색의 삶을 소개하며 함께 힘내자는 의미의 글입니다. 1화 드라마앤컴퍼니 이영래 씨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소개할 이야기는 박중혁 씨(박 대리)의 출판사 존버기 입니다. 맨 아래 다음 존버기 주인공 모집 안내 배너에도 주목해 주세요. 앞서 인터비즈 존버기 공모에 응해주신 다른 분에게도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해당 작품들을 찬찬히 살피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1화 드라마앤컴퍼니 이영래 씨 이야기 바로가기

우린 왜 이직하는가

1. 월급아, 너는 왜 제자리 뛰기만 하는 거야.

 

= 이직을 꿈꾸는 모든 분들의 불만일 거예요. 바로 제자리걸음 중인 월급! 해마다 최저시급과 물가 인상률은 쑥쑥 오르는데, 그에 반해 월급은 '출판계가 불황이다.'라는 말로 동결되기 일쑤입니다.(출판계 불황이란 말은 10년 전부터 이어지고...)

 

워낙 출판계 연봉이 아담하기도 하고, 물가인상률에 따른 인상도 이뤄지지 않으니 연차가 쌓일수록 직원들은 다른 회사 모집 공고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곤 합니다. (안 볼 것 같죠? 모든 직원들 다 봅니다.​)

 

그리고 소문을 통해 다른 출판사 대우가 어느 정도인지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업무가 대개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할 바에 높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가는 게 빠르다는 판단이 서게 됩니다.

 

그렇게 능력 있는 직원들이 대우가 좋은 출판사로 이직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출처: OK저축은행 광고 화면 캡처

2. 좋아하는 책을 만들겠다는 소신!

 

= 신입들이 이직하는 큰 이유입니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 나오는 출판사로 이직이죠.

 

처음 입사할 때 원하는 출판사로 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유명 출판사들은 신입을 잘 안 뽑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선 분야 상관없이 다양한 출판사에 지원을 하고, 그중 붙은 곳에 입사를 하곤 해요. 열심히 일을 배우겠단 마음으로요. (뼈를 묻겠다는 정신 나간 다짐도... )

 

그렇게 1~2년 일을 터득하고 나면 슬금슬금 좋아하는 책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릅니다. 일이 더 재밌을 거 같고, 덕업 일치가 될 것 같고, 야근을 해도 행복할 것 같단 (말도 안 되는 헛된) 상상을 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2~3년 차에 이직이 상당히 잦습니다. 출판사도 사람을 뽑을 때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가 잘 이뤄지는 것이죠.

 

 

3. 나는 청소하러 온 게 아닌데….

 

= 들으면 눈물이 날 이유입니다. 바로 주 업무보다 보조 업무가 많은 사례인데요. 간단하게는 단순 서류 정리나 프린트, 택배 포장 업무가 있고요. 크게는 청소, 설거지, 상사 심부름 등이 있습니다.(이러다 집안일까지 도와줄 판)

 

출판계엔 10명 이하의 작은 출판사들이 많아요. 이런 곳은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일당백으로 움직여야합니다.

 

편집자가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마케터가 편집 보조를 해줄 때도 있죠.(마케터가 없는 출판사도 꽤 있어요.)

 

그래도 출판 관련 일을 하면 다행입니다. 현타가 와서 눈물을 쏟고 싶은 순간들도 종종 있는데요. 매일 회사 청소를 한다던가, 상사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처리하느라 하루를 허비하는 경우죠.

 

‘내가 뒤치다꺼리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취업준비를 했던가.’라는 물음에 다다르면 그 회사와의 인연은 끝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리 대우(연봉)가 좋아도 이런 곳에선 오래 견디지 못하더라고요.

 

 

4. 배울 선배가 없다.

 

= 이것 또한 규모가 작은 출판사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선배가 없다는 거고요.(이상한 사람만 모여 있다는 거죠.) 두 번째는 진짜 사람이 없는 경우입니다.(썸바디 헬프 미..?)

 

저도 첫 회사 땐 선임이 없어서 (​밥값 못 했) 많이 헤맸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깨우칠 수밖에 없었죠. 그 과정을 겪고 나니 다음 회사에도 선임이 없었지만, 오히려 편했습니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현재 선임이 있는 곳으로 왔는데, 느낌이 또 달라요. 저보다 경험이 많고, 인사이트 있는 선임에게 얻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둘 다 겪어본 결과 확실히 배울 점 많은 선배가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본부장님 칭찬 드실 시간입니다\^o^/)

 

간혹 달랑 몇 장의 인수인계 파일만 놓여있을 때도 있는데요. 누군가가 적었을 인수인계 파일... 하지만 사람은 없고... 그럴 경우 신중하게 근무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전임자가 후임자 뽑는 기간도 못 참고 바로 튀었 )

 

 

5. 'X라이 불변의 법칙'에 걸려 버렸다.

 

= 여러분도 잘 아는 법칙이죠? 출판계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에 적용이 된다는 '돌+아이 불변의 법칙'. 같은 말로는 '돌+아이 질량보존의 법칙'이 있습니다. 어딜 가나 이상한 사람은 무조건 있다는 뜻이죠. (나는 아니겠지;)

 

출판사의 경우 회사 분위기가 엄격하거나 위계질서가 갖춰져 있진 않는데요. 자칫 잘못하면 돌+I의 쇼타임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정말 이상한 행동이 아니면 큰 제재를 가하진 않거든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서로 얼굴 붉힐 일을 만들지 않는 거죠. 

 

다행히 전 지금까지 좋은 동료만 만났는데 주변엔 꽤 많은 분이 동료 욕을 하고, 그들 때문에 이직하는 사례를 봤습니다. (나는 아닐 거야;)


이쯤 되면 이렇게 쉽게 회사를 뛰쳐나와도 되냐는 의문이 생길 텐데요. 출판계는 이직하기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1)출판사 수가 엄~~청 많아 선택지가 넓고, 2)지인의 소개로 빠르게 스카웃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3)이직했다가 다시 예전 회사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죠.

 

뭐 굳이 예를 들자면 '가출한 자식이 산전수전 다 겪고 집에 돌아왔을 때 다시 밥 먹여주는 느낌'이랄까요?

출처: 박 대리 인스타 화면 캡쳐
직전 회사에서 퇴사 당일 올린 게시물

'이직을 최소 2~3번은 해봐야 출판사 직원'이라고 할 정도로 워낙 이직이 빈번한 출판계지만, 그래도 한곳에 잘 정착하면 꾸준히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책과 사람, 대우가 모두 맞으면 말이죠^^ (그런 곳 따윈 여기에 없ㅇ )

 

오늘도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열심히 존버하신 여러분! 칼퇴해서 즐거운 저녁되시길 바랍니다 :) 일기 쓰는 줄;;;;;;;

 

​▶박 대리: 이 사람이 궁금하다면 여기 누르고 인스타 서핑

인터비즈 김재형 편집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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