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일본'을 이길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7. 29. 09: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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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 세 만화는 같은 만화일까 다른 만화일까?

출처: 출처 : (1), (2) 위키피디아 (3) 네이버 영화

정답은 "다른 만화"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일본의 SF 애니메이션인 '우주해적 캡틴 하록', '캡틴 퓨처'다. 세 번째는 앞의 두 작품의 등장인물, 의상 등을 절묘하게 합친 '우주대장 애꾸눈'이다.

 

1980년대 우리 만화 중에는 일본 만화 표절작이 많았다. '혹성 로보트 썬더 A'와 같은 로봇 만화들은 너무 대놓고 설정, 배경, 인물들을 베껴오기도 했다. 캐릭터 혹은 설정 하나만 가져와 새로운 작품인마냥 그린 것도 있었다.

  

그런데 부끄러운 표절의 역사가 있던 그 80년대에 태어난 만화 작가들이 만든 작품이 이제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고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화돼 지난 6일부터 일본 AT-X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한 웹툰 '갓오브하이스쿨'의 작가 박용제는 1981년 생이다. 마찬가지로 한국-미국-일본의 합작으로 애니메이션화된 웹툰 '신의 탑' 작가 SIU도 1986년 생이다.

 

그때 그 시절에 태어난 작가들이 새로운 판도를 이끌어가는 지금까지의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살펴보자.

 

80년대 추억의 로봇 만화.. 대부분 표절?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1967년에 개봉한 '홍길동'이다. 그 이전에도 상업광고용으로 제작되거나 단편으로 제작된 만화 영화는 있었지만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는 최초였다.

 

이어 '호피와 차돌바위', '선화공주와 손오공'등이 개봉하면서 국내 만화 시장은 차츰 저변을 넓혀갔다.

 

그러나 70~80년대를 거치면서 외국 애니메이션의 수입은 급격히 늘어났다. 문제는 단순히 수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표절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비디오전사 레자리온', '마징가 Z' 등 로봇·SF 만화를 표절하는 경우가 잦았다. '비디오 레인져 007', '황금날개 1,2,3' 등이 대표적인 표절작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원더우먼', 'ET'을 대놓고 베껴 '날아라 원더공주', 'UFO를 타고 온 외계인'처럼 캐릭터와 설정까지 똑같이 가져오기도 했다.

 

당시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보편적이지 않았기에 표절작들은 공공연히 상영되곤 했다.

 

'한국판'이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과연 DC코믹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알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인정 받은(?) 표절작도 있었다. 바로 일본의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에 등장하는 로봇 '발키리'의 디자인을 모방한 '스페이스 간담 V'다.

 

2009년 소년한국일보 등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 '로보텍'이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방영된 마크로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로봇 장난감도 인기를 얻었다.

 

문제는 이를 만들던 일본의 장난감 회사 타카토쿠사가 부도가 난 것이다. 이에 당시 일본 애니 업체에서는 결국 스페이스 간담 V 로봇을 만든 한국의 장난감 회사에 연락해 '마크로스'라는 제품으로 새롭게 포장해 미국으로 수출해줄 것을 요청했고, 실제로 많은 스페이스 간담V 로봇이 마크로스란 이름을 달고 미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80년대 표절의 역사? 80년생 작가들의 K웹툰 선방

표절로 얼룩졌던 80년대를 지나면서 애니메이션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80년대 후반 '달려라 하니', '검정 고무신' 등 우리에게 익숙한 만화 영화부터 2000년대 초반 '뽀롱뽀롱 뽀로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기 만화 영화들이 나타났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야후, 파란,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시작한 웹툰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재밌는 점은 2000년대 ~ 2010년대의 웹툰 전성기를 이끈 작가들이 80년대생이라는 점이다. 표절작들이 만연했던 그 시기에 태어난 작가들의 작품이 새로운 한국 만화 전성기를 이끌고, 나아가 만화를 수출시키는 데까지 성공한 것이다.

 

'마음의 소리'의 조석, '목욕의 신'의 하일권, '신과 함께'의 주호민 모두 80년대생이다. '패션왕'의 기안 84 역시 마찬가지다.

출처: 출처 : (1) 애니플러스 (2),(3) YES24
(1) 애니메이션화된 웹툰 갓오브하이스쿨 (2) 신과 함께 원작 (3) 신과 함께 일본 리메이크작

웹툰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화한 작품들의 인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네이버 웹툰 '갓오브하이스쿨'과 '신의 탑'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미국 전역, 남미, 유럽 지역은 물론 일본 TV 채널에서도 공개됐다.

 

한일 동시방영 채널인 애니플러스 독자 반응창에는 "PV만 봐도 3분기 액션에서는 1위각이 보인다"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신의 탑'은 1화 공개 후 미국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산업의 인기는 숫자로도 명확히 알 수 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애니메이션산업의 수출액은 전년대비 20.5% 늘어난 1억 7452만 달러(약 2095억 원)로 나타났다.

 

수입액은 788만 달러(약 94억 원)를 기록해 수출입 차액은 1억 6664만 달러(약 2001억 원)로 흑자를 달성했다.

 

일본 수출액은 3268만 달러(약 392억 원)로 지난 해에 비해 23.5% 늘어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산업은 라이선스 수출 형식으로 이뤄지는 게 52.2%로 해외 진출형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외국 작품을 표절했던 과거는 뒤로하고 새로이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장벽 높은 일본 애니 시장.. 웹툰 IP 영상화 기대감 UP

그러나 아직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을 뚫기엔 장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동화(동영상)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2010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13년부터는 6년 연속으로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디지털 만화 시장 역시 압도적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 전망치는 4조 5410억원으로 굳건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역시 점점 더 커지는 중이다. TV, 영화, 인터넷을 통한 영상 서비스 등 9개 분야 매출을 토대로 시장 규모를 산출했을 때, 2018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국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2018년 처음으로 1조 92억 엔(약 11조 4109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일본 시장 규모의 46.3%를 차지했다.

 

시장 전체 규모는 2조 1814억 엔(약 24조 6648억 원)으로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출처: 네이버 웹툰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화가 예정된 웹툰 <연의 편지> , <유미의 세포들>

하지만 한국 역시 웹툰 기반의 디지털 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추격해가고 있다.

 

특히 웹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영상화하는 트렌드를 미루어 보아 K웹툰의 성장세가 K애니메이션의 성장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보인다.

 

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19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 웹툰의 글로벌 거래액은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지난 해에 비해 13.6% 성장했다. 올해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1조 5535억 원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한국 웹툰 플랫폼이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70%를 차지하면서 K웹툰의 선전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네이버의 라인망가, 카카오의 픽코마, NHN의 코미코가 각각 점유율 38%, 28%, 4%를 기록하면서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매출 기준 70%의 점유율을 합작했다고 알려졌다. 

 

K웹툰이 세계 최대 규모의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해가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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