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간 지 12년 된 스티브잡스를 다시 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조회수 2020. 7. 29. 09: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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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조직을 이끄는 사령탑인 CEO를 잘못 둔 기업이 잘 될 리는 없다.

 

아무리 멘토링과 코칭을 제공하고 CEO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믿음직한 고위 임원진이 곁에 있고 이사회의 특별한 지원이 뒷받침된다 해도 나쁜 CEO가 미치는 악영향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CEO의 실책과 오류는 치명적이며 그 영향은 개인 차원을 넘어선다.

 

그런데도 CEO를 잘못 선택하는 실수를 되풀이하는 이사회가 있다. 멕 휘트먼이 CEO로 부임하기 전의 HP, 스티브 잡스가 CEO로 돌아오기 전의 애플,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야후에서 목격된 수장의 잦은 교체는 최근 사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IBM의 루 거스너, 포드의 앨런 멀랠리,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의 경우처럼 파격적인 CEO 인사가 단행된 뒤 놀라운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사례도 볼 수 있었다.

 

어떤 이사회는 CEO를 잘 고르고 어떤 이사회는 CEO를 선임하는 데 애를 먹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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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잘 고르는(?) 이사들은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 필요한 두세 가지 역량(피벗)에 초점을 맞춘다.

 

CEO와 기업 이사회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조언을 제공하고, 다수의 이사회에서 활동 중인 램 차란은 그간 경험을 통해 사실상 한 두 명의 이사가 탁월한 인선 결정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

 

1. 새 CEO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피벗)을 명확히 하라.

우수한 CEO를 선정하는 이사회는 새 CEO가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두세 가지 역량을 찾아낸다. 이 역량들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런 역량들을 ‘피벗(중심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피벗을 기준으로 여러 후보 가운데 적임자를 가려낸다. 기업마다 CEO 자리에 필요한 피벗도 제각기 다르다. 피벗을 매우 구체적인 용어로 표현하고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애플 선임이사가 생각한 차기 CEO의 피벗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축출된 지 1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동안 애플이 내놓은 신제품은 연달아 실패했고 파산에 가까워졌다. 세 차례 연달아 실패한 CEO 선임의 결과였다. 

 

애플 선임이사 에드 울라드는 애플의 마지막 기회를 차기 CEO가 쥐고 있다고 봤다. 차기 CEO에게 적합한 피벗을 곰곰이 생각했다.

 

차기 CEO는 '상상력이 뛰어나고 고객이 원하는 고도로 차별화된 경험을 창조할 재주가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리고 '혁신적이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피벗이 가리키는 건 스티브 잡스였다.

 

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일으켰는지 우린 잘 알고 있다. 이 성공에는 피벗의 미학을 잘 이해했던 선임이사의 기여가 있었다.

 

CEO 선택에 탁월한 이사진은 피벗을 알아내기까지 상당히 공을 들인다.

 

회사의 당면 과제와 외부환경조건의 변화 추이를 이해하기 위해 열중한다. 분석 보고서를 읽고, 내부 인사와 소통하고,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상담한다. 이들은 일반적인 이사들보다 더 넓고 깊게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복잡하거나 모순된 문제를 섣불리 간과하지 않는다. 그 대신 문제들을 철저히 파헤치고 필수적 기술과 역량이 무엇인지 추론한다.

 

이들은 올바른 역량 조합을 찾아낼 때까지 이런 과정을 되풀이한다.

 

2. 열린 마음으로 후보를 찾아라.

적임자를 잘 골라내는 이사들은 후보를 검토할 때 객관성을 유지하려 힘쓴다.

 

기존 유력 후보나 CEO의 추천인물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부, 또는 외부 인사가 좋겠다고 미루어 짐작하지도 않는다.

 

많은 이사회에서는 혹시 모르고 지나치는 적임자가 있을지 몰라 헤드헌터를 통해 외부 인사 후보 몇 명을 최종 리스트에 더 올려놓는다.

 

CEO 선택을 잘하는 영민한 이사들은 외부 인사 후보를 검토할 때 후보 개인의 유명세나 후보가 소속된 유수기업의 후광에 과도하게 영향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출처: 동아일보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때로는 현직 CEO의 직속 부하만이 리더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CEO 감을 잘 고르는 이사들은 시각을 넓혀 CEO보다 몇 직급 아래에 있는 리더들도 고려 대상에 넣는다.

 

특히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연차가 과거에 비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인이다. 마이클 델,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등 회사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해 자신의 리더십 능력을 키워간 35세 미만 리더의 사례는 많다. 

 

IT 서비스 아웃소싱 업체 코그니전트를 성공 가도에 오르게 한 프랭크 드수자가 CEO로 선임된 것도 그의 나이 38세일 때다.

 

3. ‘최고의 리더’가 아닌 ‘최고의 적임자’를 뽑아라

CEO 후보가 두 세명으로 추려지고 나면 각 후보는 여러 차례의 필터링을 거치게 되는데, 이들 모두 능력이 뛰어난 리더일 가능성이 높다.

 

CEO 인선에 능한 요령 있는 이사들은 각 후보와 피벗을 맞춰보는 작업을 심도 있게 진행한다.

 

이들은 최고의 리더보다 ‘최고의 적임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각 후보의 면면을 철저하고 분석한다.

같은 면접이라도 어떤 식으로 대화를 진행하는가에 따라 깊이가 달라진다. 한 미국 대형 보험사의 인선위원회에서 매우 철저한 면접 메커니즘이 이루어졌다.

 

피벗이 결정된 뒤 내부 인사 후보 두 명과 외부 인사 후보 세 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사 여섯 명으로 구성된 인선위원회는 면접에만 일주일을 할애했다. 긴 시간을 투자했지만 인선위원회는 점점 미궁에 빠져들었다.

 

인선위원회는 원래 인접 세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리더를 찾고 있었지만 면접 과정에서 기존 업계에 아직 성장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면접 주간 후반에 이르러 인선위원회는 다섯 명의 후보를 전부 탈락시켰다. 그리고 피벗을 재정립했다.

 

헤드헌터는 외부 인사 두 명을 추가로 추천했다. 인선위원회는 소그룹 면접을 다시 진행했고, 새로운 유력 후보를 가려냈다.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 선임을 승인했고, 신임 CEO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4. 선발된 후보의 결점도 충분히 감안하라

모든 CEO는 약점이 있다. 일반적인 후보 검증 과정에서 후보의 흠이 보이기 마련이지만 CEO 선임에 능한 현명한 이사들은 결정을 내릴 때 후보의 결점을 받아들인다. 어느 정도 타협은 불가피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전략, 기획, 혹은 재무 담당 출신 CEO 중 많은 이들이 대인관계 기술이나 운영 능력은 부족한 편이다. 한편 디지털 기술 전문가인 리더는 재무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

 

2009년 자동차 부품기업인 델파이는 CEO의 결점을 보완한 덕분에 CEO와 회사 모두 구할 수 있었다.

 

델파이가 파산을 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와중 새로운 이사회가 꾸려졌다.

 

새로운 이사회는 잭 크롤 이사장에게 현 CEO가 월스트리트와 잘 소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고를 요청했다.

 

크롤은 CEO를 결정하는 일은 회사의 주요 니즈를 충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었다. 투자자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내부 변혁도 그만큼 중요한 문제였다.

 

크롤이 보기에 델파이 CEO의 피벗은 탁월한 운영 능력, 기술에 대한 집중, 델파이가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OEM 업체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 직원들을 결집시키는 능력이었다.

 

이사진은 결국 이런 피벗에 동의했다. 그리고 현 CEO가 피벗에 충분히 부합한 인물이라는 점에도 동의했다.

 

그렇다면 CEO의 결점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이사진은 실력 있는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를 고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고, CEO와 CFO는 훌륭한 콤비를 이뤄냈다.

 

5. 인재를 잘 뽑는 이사를 찾아라

CEO 인선 작업은 이사회 전체가 맡아야 할 책무지만, 그중에서 인선 과정 담당 이사를 선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엉뚱한 사람이 인선을 지휘하면 여지없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대게 이사들은 이미 위원회 혹은 이사회 회원이거나 선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엔 비즈니스 통찰을 검증받고 뚜렷한 가치관을 지닌, CEO 경험자가 많다.

 

그래서 이들의 인선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동료들은 이런 리더십을 환영한다. 

 

다른 이사들은 질문과 지적을 통해 인선 과정에 객관성을 더한다. 좋은 인선 리더라면 이런 도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현직 CEO 역시 중역들 가운데 이사회가 차기 CEO 후보로 고려할만한 괜찮은 후보군을 구축하고 이사진에게 이 후보들과 회사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CEO 인선 작업도 위험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인선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럴수록 특정 후보를 편애하지 않고 피벗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개별 후보의 강점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약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선 과정을 주도하는 이들이 흔하게 마주치는 함정을 피하고 훌륭한 인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16년 12월 호​

필자 램 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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