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불리는 그들이 '이것'에 목매는 이유

조회수 2020. 7. 2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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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파헤친 그들의 행동..'상업용 공간, 건물主'(2. 끝)]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주인공 박새로이는 공간을 빌려 창업한 사업체 '단밤'을 살리고자 아예 건물을 사들였다. 사업체 존망이 걸린 커다란 리스크를 그렇게 해소했다.

이렇듯 창업자는 공간 임차와 소유라는 행위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해야 한다. 숙명이다.

임차료든 매매가격이든, 공간 비즈니스에서 건물에 매겨진 가격은 매우 다양하고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그 '가격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건물주의 행동(입지결정, 신-증축여부 결정, 매각결정 등 일련의 모든 행위)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떠벌리는 뜬소문 정도로 치부했던 말들을 숫자로 확인해 봤다. 인터비즈는 그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한다.

▶ 지난 기사 : '강남=건물장사 할 수 밖에 없는 땅'?..숫자로 재증명된 통념

출처: 사진 조지윤 인턴
2019년 서울서 거래된 상업용 건물들 가운데 '단기보유-고수익' 으로 확인된 물건들이 밀집한 지역. 광진구 화양동 23번지(좌), 은평구 대조동 185번지(중), 서대문구 북아현동 154번지(우) 일대다. 모두 2019년에 일대 건물들이 '일괄거래'된 사례들이다. 신축 개발을 염두에 둔 거래행태로 파악됐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밸류맵 자료를 토대로 인터비즈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했다.
먼저 고객님이 건축하는 대지의 용도지역.지구에 따른 제한, 건축물의 종류 및 규모 등에 따라 다소 절차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1) 건축허가신청을 하려면 (2)건축사사무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고객님을 대신해서 건축허가신청에 필요한 서류와 관련 설계도서를 준비 해 줄 것이고 고객님이 (3)건축사가 작성한 건축허가신청서와 구비 서류를 접수하신 뒤부터는 (4) 담당자가 허가서류를 검토 및 관련부서와 기관에 협의를 하게되고 (5)관련 법령검토 및 회신을 완료한 뒤 (6)건축허가서를 교부하게 됩니다. 허가서를 교부받은 후 (7)착공하기 전에 착공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착공신고서 (8)제출 시에는 각종계약서(설계자,감리자,시공자) 사본과 가설시설물 설치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9)공사완료 후에는 사용승인신청을 해야 하며, 이 때 (10)설계변경사항이 반영된 최종 공사완료도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서울 다산콜센터가 게재한 답변. 어법에 안 맞는 극존칭은 생략했다. (등록일 2019. 3. 25)

지난해, 누군가가 건물 건축 허가~사용 승인까지의 절차를 서울 다산 콜센터에 물었다. 콜센터는 위와 같이 답했다.

 

질문은 21일 현재 '120 주요질문' 2953 건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있다. 이곳 일 평균 상담 건수는 약 2만5000건*. 건물 짓는 절차를 궁금해 하는 이가 그만큼 많았단 방증이다. 

 

답변을 살펴보니 '건물', '빌딩' 과 관련 없는 사람에겐 익숙치 않다. 과정은 간단히 잡아도 10개다. "용도, 지구제한, 건축물 종류나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음"에도 언급한 열 가지는 꼭 필요하다.

 

아파트 재건축이나 지역 재개발엔 못 미치지만, 건물을 세우는 일 또한 '개발'의 일환이라서다. 새로 짓는 것은 이처럼 만만찮은 일이다. 비용도 꽤 든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매년 고지하는 '건물신축단가표 용도별 평균값(2019)'에 따르면 상가 건물** 공사비는 ㎡ 당 평균 126만 4900 원이다. 3.3㎡로 따지면 417만 4170 원이다. 상가 건물 1평을 짓는데만 '평균 420만 원'가까이 드는 셈이다.

*2019년 1월 기준 일평균 2만5014건, 서울시의회 주요업무보고(서울시 120다산콜재단)

**근린생활시설이 정식 명칭이다. 건축법에 따른 건축물 용도 중 하나다. 슈퍼마켓 등 보통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말한다. 근린생활시설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과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나뉜다.

건물주들이 신-증축, 개발 등으로 골치를 싸매면서도 이런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한 가지 확실한 이유가 있다. 수익률 때문이다.

 

새로 짓고, 더 짓고, 인근 땅을 모아 다시 짓는다. 그리고 시장에 내놓는다. 단지 사고 파는 일만 건물주의 비즈니스가 아니다. 신축, 증축이나 소규모 개발은 소위 '2단계'에 속한다.

 

신 ∙ 증축 → 용도 변경 → 매각..'평균'수익률 1.8 or 3.5배 껑충

인터비즈는 프롭테크 스타트업 밸류맵과 함께 2019년 서울서 거래된 업무-상업용 건물 2922건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 했다.

 

이 가운데 반복적으로 손바뀜(거래)이 일어나 보유기간-매입-매각 가격이 모두 확인된 사례 754건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신축* 70건, 증축 50건**, 그리고 '갖고만 있었던' 단순 보유 물건 634건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신축 건물은 '사용승인일'이 바뀐 기록을 기준 삼았다.

**증축 건물은 직전 거래와 비교해 토지면적과 건물 연면적이 바뀐 기록을 기준 삼았다.

'신축 후 매각' 사례 70건의 매입 가격 합계는 1476억 원이었다.

 

그들은 이 가격에 건물을 산 뒤 이를 허물고 다시 지었다. 이어 3368억 원을 받고 팔았다. 매입 가격 대비 매각 가격을 단순 계산한 수익률은 평균 128.2%다.

 

신축 또는 증축 없이 가지고만 있다가 내다 판 건물주. 즉 '단순 보유자'의 평균 수익률 36.7%보다 3.5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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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건물주들'은 단순히 다시 짓기만 한 것이 아니다. 단독 다가구 건물을 상업 업무 시설로 바꿨다.

 

일반주택(아파트 제외)보다 점포 ∙ 사무실용 건물 몸값이 더 높아서다. 시장의 상식으로 불린다. 70건 가운데 56건이 용도 변경을 거쳐 업무 ∙ 상업 시설로 새로이 태어났다. 건물주들이 '비즈니스 법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 

자기 건물을 증축한 뒤 매각한 주인들도 고수익을 올렸다. 사례 50건의 매입가 합계는 2599억 원이었고, 건물 연면적을 넒혀 4333억 원에 팔았다.

 

매입가 대비 평균 66.7%의 수익을 남겼다. 단순 보유자들의 1.8배 수준이다. 이들 역시 단독 다가구 주택을 증축해 상업용으로 용도변경한 사례가 16건 포함돼 있다. 3분의 1에 육박한다.

 

보유 기간의 경우 신축 또는 증축한 사례가 단순 보유 사례보다 30개월 가량 길었다. 건물 공사에 걸린 기간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출처: 밸류맵 제작, 인터비즈 재가공

신 ∙ 증축 건물주가 거둬들인 수익률과 일반 보유 건물주의 수익률을 추세선으로 보면 두 부류 간 차이가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보유 기간(X축 수치)이 같아도 일반 보유 건물주와 신축 or 증축 건물주의 수익률(Y축) 차이는 상당하다. 특히 신축 건물주들의 경우 4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신축 후 '고수익' 기대..인근 건물 일괄 매입 사례도

주위의 거래 사례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패턴을 양산한다. 이처럼 신축 건물의 수익률이 높다보니, 이른바 '일반 보유' 건물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신축'을 염두에 두고 주변 건물들을 동시에 사들이는 행태다. 이들 건물의 경우 비교적 짧은 기간*만 갖고 있어도 수익률이 10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신축 개발의 압력'이 수익률을 올려놓은 원인 중 하나로 작동한 것이다.

*이른바 '非신-증축 건물'주인들의 평균 보유 기간인 67.4개월보다 짧게 갖고 있었던 사례를 말한다

취재진은 이같은 패턴으로 일대 건물들이 한꺼번에 거래된(2019년 기준) 지역을 지난 17일 직접 돌아봤다.

 

건물 내 점포 대부분은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했고, 기존 세입자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역시 새 건물을 세우려는 움직임이었다. 실제 신축 오피스텔 공사 현장도 눈에 띄었다.

출처: 사진 조지윤 인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54번지 일대

우선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54번지 일대다. 지난해 3월 ~ 11월 사이 이 일대 상가 및 주택 건물 9개 가량이 거래됐다. 154-14번지 건물은 11월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에 비해 토지단가가 296% 상승했다.

 

이곳 '순영상회'(154-26번지) 주인은 "몇 달 전 근방의 건물들이 모두 팔렸다"며 대로변부터 골목까지 앞뒤 전체로 건물을 새로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순영상회를 포함해 아직 장사를 하고 있는 세입자들도 있긴 하지만 새로운 건물주가 가게를 비워달라고 하면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출처: 사진 조지윤 인턴

은평구 대조동 185번지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건물이 모두 허물어진 채 공사 중인 구역(185-5)과 아직 공사 중은 아니지만 건물 전체가 비워진 구역(185-73 )이 혼재돼 있었다.

 

185-81번지 건물도 같은 연도에 거래됐다. 해당 골목길부터 연신내역 4번 출구 바로 앞의 대로변까지 일대의 건물들도 모두 거래된 상태다.

출처: 사진 조지윤 인턴
서울 구로구 구로동 426번지 일대. 공사를 위한 흰색 펜스(노란색 선 안쪽)가 쳐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로구 구로동 426번지 소재 건물들 또한 지난해 9월 일괄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대의 상가 중 가게 하나를 제외하고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426-76(마포설렁탕)건물에는 지난해 12월 7일부로 폐업 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대로변 상가 건물(426-76)도 직전 거래시점보다 150%이상 오른 가격으로 팔렸다.

출처: 사진 조지윤 인턴
서울 광진구 화양동 23번지 일대

광진구 화양동 23-7번지 소재 건물들도 지난해 9~10월 두 달 동안 일괄적으로 거래됐다.

 

단독 다가구였던 23-9 건물은 직전 거래인 2006년 8월에 비해 토지단가가 241% 상승한 수준인 20억 4천 만원에 거래 됐다.

 

지난해까지 3층 상가 건물 등이 있던 자리에는 지하2-지상18층 규모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이다.


*미표기 지도이미지 출처 : 밸류맵

인터비즈 윤현종 기자, 조지윤 인턴
디자인 이정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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