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건물장사하기 딱 좋은 땅?' 숫자로 재증명해보니..

조회수 2020. 7. 2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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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파헤친 그들의 행동..'상업용 공간, 건물主'(1)]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주인공 박새로이는 공간을 빌려 창업한 사업체 '단밤'을 살리고자 아예 건물을 사들였다. 사업체 존망이 걸린 커다란 리스크를 그렇게 해소했다.

이렇듯 창업자는 공간 임차와 소유라는 행위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해야 한다. 숙명이다.

임차료든 매매가격이든, 공간 비즈니스에서 건물에 매겨진 가격은 매우 다양하고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그 '가격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건물주의 행동(입지결정, 신-증축여부 결정, 매각결정 등 일련의 모든 행위)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떠벌리는 뜬소문 정도로 치부했던 말들을 숫자로 확인해 봤다. 인터비즈는 그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한다.
출처: 조지윤 인턴
서울 강남역 부근 강남대로의 한 횡단보도

건물주를 유혹하는 곳, '강남'

사람들은 유독 '강남'을 입에 올린다. 그것도 아주 많이. 트위터-블로그-인스타그램-뉴스로 본 강남 관련 언급량은 지난 한 달 간 20만 3973 건(*1) 이었다.

 

혹시나 해서 같은 기간 '강북' 언급량도 봤다. 8431 건이었다. 차이는 24배였다. 강남이 단순히 ‘지명’으로만 불리지 않는단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1. 소셜매트릭스의 '강남' 월간 언급량 집계, 4.19~5.16)

언급량이 많다는 것은 '바이럴(입소문)'을 이용하기 좋다는 뜻이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장사다. 비즈니스다.

 

서울의 '경제 중심'으로 언제나 강남이 회자되는 것은 작위적이지 않다.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위해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를 찾는것도 자연스럽다. 왜일까. 상품-서비스 등 재화의 수요와 공급을 책임진 핵심, 역시 사람이 집중했기 때문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지난 1년 간 일 평균 유동 인구(*2) 가 제일 많았던 곳이 바로 강남3구다.

 

강남구(313만여명)와 서초구(211만여명)가 1-2위. 송파구는 4위(185만여 명)였다. '광화문과 명동'으로 사실상 요약할 수 있는 종로구(151만여 명)와 중구(167만여 명)보다 많다.

 

특정지역에 사람이 몰리고 움직였단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업무용-상업용 시설, 즉 '건물'이 많았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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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는 프롭테크 스타트업 밸류맵과 함께 2019년 서울서 거래된 업무-상업용 건물 2922건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 했다.

 

이 가운데 반복적으로 손바뀜(거래)이 일어나 보유기간-매입-매각 가격이 모두 확인된 사례 754건(신-증축 포함)을 분석했다. 건물 거래는 역시 강남3구지역에 쏠려 있었다.

 

25개 자치구 754건 중 188건, 24.9%가 ‘강남’이었다.

*2. 통계청(통계데이터서비스)과 SK텔레콤이 통신모바일 빅데이터 기반으로 공개 중인 2019년 4월~2020년 3월 간 '유동인구 지도서비스'를 분석한 결과다. 유입인구와 유출인구를 합쳤다.

유입: 타 지역에서 2시간 이상 머물던 사람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여 2시간 이상 머문 경우 측정

유출: 해당 지역에서 2시간 이상 머물던 사람이 타 지역으로 이동하여 2시간 이상 머문 경우 측정

※ 한 사람이 여러 시군구를 방문하여 2시간 이상 머문 경우 시군구 별로 각각 1명씩 계산

거래 이력으로 본 행동패턴 : 강남 건물주, '더 짧게 잡고, 더 남겨 판다'

강남 건물주의 행동패턴을 보기 위해 우선 서울 전체 상황부터 들여다봤다.

 

앞서 언급한 754건 가운데 건물을 사들여 신축이나 증축하지 않고 팔던 시점(2019년)까지 계속 갖고만 있었던 사례를 먼저 살폈다. 634건으로 거래 사례의 84%를 차지한다.

634건 주인들의 매입가격 합계는 3조 9713억 원이었다.

 

건물이 터잡은 땅 넓이나 건축물 연면적이 모두 천차만별이기에 이들 건물주가 거래 1건 당 평균 얼마에 사들였는지 계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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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들이 얼마나 오래 갖고 있다가 어느정도 가격에 팔았는지다.

 

평균 보유기간(*3) 은 67.4개월, 매각 가격 합계는 5조 4293억 원이었다. 매입가 대비 매각가를 단순 계산한 수익률은 36.7%였다.

 

쉽게 말해 서울 건물주들은 물건을 사들여 평균 5년 7개월 가량 유지하다가 매입 가격 3분의 1 조금 넘는 돈을 남기고 팔았다는 뜻이다.

*3. 물론 634건 각각의 보유기간은 다양하다. 이들이 건물을 사서 팔때까지 걸린 기간은 제일 짧게는 2개월, 가장 길게는 164개월(13년 8개월)까지 분포했다.

서울 전체에서 강남 3구만 따로 떼 놓고 비교해 보자.

 

지난해 신축과 증축 없이 거래된 서울의 건물 가운데 강남, 서초, 송파구는 150건으로 거래량의 23.6%를 점했다. 이들 지역 건물주들은 평균 65.9개월 간 해당 물건을 유지만 하다가 작년에 매각했다.

 

수익률은 43.6%다. 나머지 22개 자치구를 합친 서울 전체와 비교하면 보유기간은 1.5개월 짧고, 수익률은 6.9%p 높았다.

​ 

강남 3구도 각각의 자치구 상황을 보면 미세한 편차가 있다. 평균 보유 기간이 가장 짧으면서도 수익률이 제일 높았던 곳은 강남구였다.

 

64.2개월 간 갖고 있다가 매각해 매입가의 45.1%를 남겼다. 위 표를 보면 강남 3구를 ‘뭉쳐놓은’ 수치와 비교해 보유 기간은 1.7개월 짧았고, 수익률은 1.5%p 높았다. 서울 전체와 견주면 ‘단기보유 – 고수익’ 경향이 더 확연하다.

강남3구 건물주의 보유-수익 패턴을 나머지 22개 자치구 건물주와 비교하면 ‘그들’의 성향은 한층 뚜렷해진다.

 

소위 ‘비(非)강남 건물주’들은 평균 67.8개월 간 건물을 갖고 있다가 팔았다. 강남3구 건물주보다 2개월 가까이 오래 갖고 있지만, 수익률은 13%p이상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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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남 건물주는 건물에 특별히 손 대지 않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갖고 있다 팔아도 매입가 대비 더 많은 돈을 남겼다.

 

부동산 중개업자 뿐 아니라, 적어도 ‘공간’에 관심을 둔 이들이 왜 ‘강남’을 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보유 기간 관계 없이 '일확천금?..별로'

그렇다고 이들 강남 건물주의 ‘(신-증축 없는) 건물 매입’ 행위는 초(超) 고수익을 의도한 것이었을까. 등기부로 확인된 결과를 놓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래 표를 보자.

강남3구 거래 사례 150건 가운데, 사들인 건물 가격 곱절 이상을 벌어들인 ‘수익률 100% 이상’ 물건은 14건으로 10%가 채 안됐다.

 

이는 ‘비강남 지역’서 발견된 수익률 100% 이상 건물과 비교할 때 사례 수와 비율 모두 못 미쳤다.

​ 

이 뿐 아니다. 강남 3구에선 아예 마이너스 수익률이 난 건물 거래도 찾기 어려웠다.

 

150건 중 3건(2%)에 불과했다. 이 또한 강남3구 외 지역보다 사례 수와 비중(28건, 5.8%)이 적었고, 낮았다.


출처: 밸류맵 제작, 인터비즈 가공
2019년 거래된 서울 강남3구와 그 외 지역 건물(신-증축 없는 건물)들의 거래 이력 패턴을 비교한 그래프. X축은 보유기간, Y축은 수익률이다. 비강남(파란색 점)과 강남3구(회색 점)의 차이가 드러난다. 강남 3구의 경우 오랫동안 보유했더라도, 회색 영역에서 보듯 100% 이상의 수익률을 낸 경우는 드물다. 비강남권 건물들은 일부(파란색 영역) 사례들이 '장기 보유- 초고수익' 패턴을 보였다.

그래프로 보면 강남과 ‘비강남’ 건물주의 거래 패턴 차이는 극적이다.

 

강남권의 경우 아무리 오래 갖고 있어도 초고수익을 낸 건물주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강남3구 외 지역에서 일부 ‘장기보유-초고수익’ 패턴을 다수 확인했다.

출처: 조지윤 인턴
신-증축 없는 2019년 서울 건물 거래 사례 중 제일 수익률이 높았던 마포구 공덕동 111번지 소재 54㎡(구 16.3평) 규모 건물터. 지난해 초까지 기사식당이 있었던 이 건물은 허물어졌다. 신축을 위한 공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신-증축 없는 2019년 서울 건물 거래 사례 중 제일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마포구 공덕동 111번지 소재 54㎡(구 16.3평) 규모 토지에 세워진 연면적 47.15㎡(구 14.3평)짜리 작은 건물이었다.

 

해당 건물주는 2008년 2월 2억 3000만 원에 이 상업시설을 사들여 지난해 8월 13억 1000만 원을 받고 팔았다.

 

보유기간 11년 6개월에 수익률 469%. 전형적인 ‘장기보유 –고수익’ 패턴이었다. 세간에서 보통 언급하는 ‘안정성은 강남권, 수익률은 비강남권’이란 통념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인터비즈 윤현종 기자
디자인 이정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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