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하려다 망하고 싶지 않으면 꼭 주의할 '이것'

조회수 2020. 7. 29.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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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고자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항공업계에 위기가 닥쳤고, 이스타항공의 심각한 재정 상태와 함께 임금 체불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지분 취득 과정을 둘러싼 무자본 차입 매수(LBO) 의혹도 문제였다.

 

당초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설립됐고, 재무제표도 미제출해 감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이스타홀딩스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냐는 의혹이다.

 

LBO는 분명 적은 자본을 들여 높은 투자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임은 틀림없다. 단,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한 진실에 대해 DBR 300호에 소개된 연구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자.

 

무(無)에서 유(有) 보다 나은 유(有)에서 유(有)?

많은 경영자가 신사업 진출을 위한 수단으로 인수합병(M&A)을 선택한다.

 

M&A를 선택하지 않고 내부적인 역량 개발을 선택할 경우 해당 기업은 새로운 사업 부문에 필요한 많은 자원과 역량을 무에서 창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많은 자원과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재무적 자원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원과 역량들을 확보한 후에도 이들이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골치 아프고 지루한 과정들을 피하기 위해 경영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기업과의 M&A를 선택한다.

 

M&A를 통해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경영자들은 종종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를 이용한다. 피인수 기업의 가격이 높고, 인수기업이 충분한 현금 자원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LBO가 매력적인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 자기자본의 투자 비율을 낮춘다는 점에서 높은 투자 수익률을 달성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LBO는 양날의 검으로서 위험을 가지고 있다.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M&A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인수 기업의 생존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폴리테크닉대학 연구팀은 LBO가 피인수 기업의 파산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LBO가 피인수 기업의 파산 위험성에 미치는 영향을 대규모 표본과 최신 통계 방법론을 이용해 보여줬다.

 

LBO를 통한 인수합병.. 파산 위험 10배 높아

연구팀은 1980년부터 2006년 사이에 발생한 미국 상장 기업들의 대규모 LBO 사례 484건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 간 존재하는 차이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LBO를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측면에서 거의 유사한 기업들로 두 집단의 표본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 두 표본을 이용해 LBO를 사용해 인수한 해당 피인수 기업이 이후 10년간 얼마나 더 많이 파산하는가를 관찰했다.

 

분석 결과 LBO를 통해 인수된 피인수 기업들의 경우 LBO를 이용하지 않은 피인수 기업들에 비해 파산 위험이 10배 이상 높았다.

  

LBO로 인수된 피인수 기업들(실험집단)의 경우 인수 후 10년간 파산하는 비율이 20%에 달한 반면 LBO로 인수되지 않은 피인수 기업들(통제집단)의 경우 그 비율이 2%밖에 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다른 접근법을 이용한 분석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실제로 LBO를 통한 인수합병 결과를 톺아보면 이같은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인 토이저러스의 파산도 LBO에서 비롯됐다.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2005년 75억달러에 토이저러스를 인수했다. 75억달러 중 66억달러가 LBO로 조달됐다.


문제는 회사 자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은 탓에 회사는 이자 부담을 계속 안고 있었다.


부실한 재정때문에 토이저러스는 새로운 경영 전략을 짜서 사업 성장을 시도하기 보다는 이자 상환에 자금을 써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결국 토이저러스는 2017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이듬해 미국에서의 사업을 완전히 청산했다.

113년 전통의 미국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가 지난 5월 파산 신청을 한 배경에도 LBO를 통한 인수합병이 있었다.


그동안 니만 마커스는 지난 2005년과 2013년에 이뤄진 차입을 통한 기업 인수로 대부분 생긴 50억달러(약 6조원)에 가까운 부채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포브스는 지난 2013년 사모펀드 아레스와 캐나다 공공 연금 펀드 PPIB가 LBO를 활용해 니만마커스를 인수하면서 생긴 막대한 부채가 파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영업을 중단하며 판매실적이 부진했던 것도 이유지만 그 이전부터 자본 구조 상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도전정신과 무모함은 한 끗.. LBO 선택은 신중해야

LBO가 피인수 기업의 인수 후 파산 가능성을 10배까지 높인다는 발견은 LBO를 고려하는 경영자들에게 중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LBO는 M&A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등 여러 가지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높은 실패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M&A를 추진하는 경영자들은 왜 LBO를 선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애초에 해당 경영자들이 왜 M&A를 시도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알 수 있다.

 

M&A는 대개 신사업 진출을 통해 성장과 이윤의 창출을 모색하는 경영자들이 선호한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새로운 사업 분야를 선정할 때 어떤 판단하에 해당 분야를 선택한 것일까?

 

당연히 해당 분야의 전망이 밝고,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역량을 이용해 빠른 성장과 이윤을 창출할 수 있으며, 기존 사업 분야와 시너지가 높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하에 선정했을 것이다.

 

게다가 자원의 투여를 서서히 증가시키는 방식(내부 개발) 대신 단기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르게 해당 산업에 진출하는 고위험 고수익 수단(M&A)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이들로선 이왕이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LBO를 이용하는 게 더 합리적인 방법이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과연 이 신사업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과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인가?

LBO를 통한 M&A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경영자라면 섣부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이 질문에 대해 확실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만약 조금이라도 확신이 없다면 해당 분야로의 진출을 재고해야 한다.

 

설사 M&A를 통한 진출을 추진하더라도 LBO를 이용하는 것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00호

필자 강진구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

인터비즈 조지윤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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