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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혼내야겠다고 난리 난 마카롱집.. '뭘 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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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딱 기다리세요.
제가 혼쭐내러 갑니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던 4월 13일 서울 중랑구의 마카롱 가게 A. 마을 카페 수준의 이 소형 가게는 뜻하지 않게 인스타그램에서 댓글 폭격을 받았다.

 

언뜻 보면 해당 가게의 '사장을 혼쭐 내주겠다'는 성화가 쏟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읽다 보면 유쾌한 반전과 마주한다. 혼쭐 내주겠다는 표현은 사실, 이곳에서 소비를 독려한다는 의미의 일종의 응원가였다.

 

이 작은 마카롱 가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 마카롱 가게, A의 사정

(좌) 의료봉사 현장에서 김청미 씨, (우) 의료봉사를 떠나기 전 가게에 붙여 둔 안내문

출처김청미 씨 제공

A 가게를 운영하는 김청미 씨. 그는 3월 9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안동중앙의료원과 포항의료원에서 코로나19 의료 봉사를 했다. 개업 전 병원에서 근무하던 경력을 살려 의료 봉사에 지원한 것.

 

김청미 씨는 한 방송에서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읍소하는 의사를 보고 '그냥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지원했다고 한다.

 

그렇게 '코로나를 뿌시고 오겠다'는 안내문을 남기고 떠난 뒤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한 달 4일 하고도(봉사 기간) 2주(자가격리)가 더 걸렸다.

  

댓글 폭탄이 쏟아진 것은 그래서였다. 혼쭐 내주겠다는 댓글은 돈과 혼쭐을 섞은 '돈쭐'을 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 

 

이는 기부나 봉사와 같은 선행을 행한 사업체나 경영인에게 '돈으로 혼쭐을 내주겠다' 즉, 착한 소비로 보상해 주겠다는 뜻을 전달하는 신조어다.

 

부정적 어감의 '혼쭐'을 익살을 더하는 장치로 사용했을 뿐, 사업체 또는 사업자로서는 반색할 만한 문화 현상이다.

  

이 '돈쭐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윤리경영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그들은 돈쭐의 대상이 된 사업체의 홍보 대사를 자처하는 등 착한 기업 확산에 적극적으로 앞장선다.

 

A 가게만 해도 김 씨의 선행에 감명받은 젊은 세대들의 성화(?)로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울산과 부산, 인천 등 지방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김 씨는 하루에 300개 이상의 마카롱을 만들어야 했다.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 것 같아 기뻤다

-김청미 씨
확산하는 돈쭐 문화, 이유는?

요즘 이런 식으로 돈쭐 난 가게는 한두 곳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B 파스타 가게는 결식아동에게 무료로 파스타를 제공한다. 이 소식을 접한 젊은 소비자는 열광했다.

 

결식아동에게 음식 값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B 파스타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A에서처럼 이곳의 방문 후기는 블로그나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친구에게 '같이 돈쭐내러 가자'는 댓글을 다는 게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퍼졌다.

 

더불어 결식아동을 돕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업주들도 늘었다. 그 결과 B 파스타 사장님이 시작한 이 일은 '선한 영향력'이라는 자발적 자영업자 공동체 모임으로 확산, 현재 이 모임에 참여한 업체는 전국 600곳이 넘어간다.

마카롱 가게에 '돈쭐' 내러 방문한 이혜원 씨

돈쭐 문화가 확산하는 이런 분위기는 '미닝아웃(Meaning Out)'을 추구하는 MZ 세대의 소비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닝아웃'이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 소비자 운동의 일환으로서, 자신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정치‧역사적 문제를 일으킨 특정 브랜드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이나, 환경 보호를 위해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도 미닝아웃을 실천하는 사례로 꼽힌다.

 

A 가게를 방문한 이혜원 씨는 "제가 직접 의료 봉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를 함으로써) 그와 비슷한 선행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커피 한 잔 값으로 충분히 기부했다는 느낌을 낼 수 있는 게 돈쭐의 매력이다" 고 밝혔다.

결식아동을 돕는 파스타 가게에 방문한 박소영 씨

팬덤 문화의 속성까지 노출되는 특성도 나타난다. MZ 세대는 자신들의 놀이터인 SNS를 통해 돈쭐의 대상으로 선정한 사업체를 직접 홍보하고 응원하는 서포터로 활동하는 것.

 

B 파스타 가게에 방문한 박소영 씨는 "내가 한 사람에게 알리면 그 한 사람이 주변 세 사람에게 알린다는 말이 있다"며 "다시 그 세 사람이 각자 세 사람에게 알리게 된다면 더 많은 분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SNS에 업로드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비즈니스 업계의 핫 키워드로 떠오르는 '돈쭐내자'는 기업과 사업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MZ 세대는 브랜드의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고 비윤리적이라면 언제든 내치고, 그 반대라면 즉각 호응을 보일 의지를 내비친다.

 

현대 경영윤리학자인 미국 조지아 대학의 캐롤 교수가 제시한 윤리경영의 정의를 곱씹어 볼 시점이다.

윤리경영은 '합법의 테두리를 넘어 입법의 취지나 사회통념까지 고려한 경영방식, 법적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가 기대하고 요구하는 바를 충족하는 경영형태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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