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인터비즈

"마스크 안 쓸 권리도 있잖아!" 미국인들은 왜 이럴까

12,102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마스크 쓰기가 미국에서는 상당히 복잡한 사안이다.


한국에서 마스크를 쓰는 건 인간적인 예의이며 과학적 논리에 따른 행위인 반면 미국에서는 문화적으로 불편한 방식인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관련된 정치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가 4개월 만인 11일(현지 시간) 재개장한 가운데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디즈니월드를 거닐고 있다

출처올랜도=AP 뉴시스

동양에서는 얼굴 표정에서 눈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입이 중요하다. 이는 이모티콘에서 잘 드러난다.

 

다채로운 이모티콘이 일반화되기 이전에 특수 문자를 이용한 웃는 모습을 우리는 ^__^ 또는 ^^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가 더 일반적인 방식이다.

 

우리는 눈에 웃음의 방점이 있는 반면 서양인들은 입가가 올라가야 웃는 모습으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서양인들에겐 자신이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게 입을 가린 마스크가 불편한 이유다. 어쩌면 미국 팝컬쳐의 대표적인 악당 ‘조커’가 입이 찢어진 모습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지도 모른다.

​ 

많은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의무화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문화와 관련이 깊다.


어떻게 보면 미국인들의 총기에 대한 인식과 비슷하다. 즉, 총기를 모두 없애서 사회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려면 개인의 자유를 속박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니까 원하는 사람은 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거다.


모두 마스크를 써서 전염병을 이겨내는 것보다 개인의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래서 많은 미국인들이 마스크 쓰기를 거부한다.

게다가 이번 팬데믹은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2월 미국의 많은 의료 전문가들은 일반인들까지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진에게 돌아갈 마스크가 없을까봐 일반인들의 사재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떼가며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고 있을 때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4월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주 정부의 자택대피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한 시민이 “자유가 아니면 코로나19를 달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출처올림피아=AP 뉴시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많은 미국인들은 마스크 쓰는 게 문화적으로 불편한 데다가 공급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안 썼던 거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동안 조금씩 줄어들던 확진자 수가 갑자기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제일의 코로나바이러스 국가가 됐다.

​ 

과학에 귀를 기울이면 답은 명확하다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최소화하면 된다. 백신과 치료약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그래야 다시 경제를 가동할 수 있다.

 

제롬 아담스는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마스크를 쓰면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내용의 트윗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는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매일 수만 명이 새로 걸리고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 데도 마스크 쓰는 걸 두고 나라가 반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 마스크를 쓰는 건 정치적인 행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트럼프는 7월 11일이 돼서야 처음으로 마스크를 썼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시작된 지 거의 6개월이 다 돼가는 시점이다.

 

6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건 자신에 대한 반대를 의미한다는 식으로 말하는가 하면 마스크를 쓰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조롱하기도 했다. 자동차 공장을 둘러보면서는 언론이 난리 치는 걸 보기 싫어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국가기관인 질병관리센터에서 마스크 쓰기를 권고했을 때도 자기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마스크 ‘안 쓰기’는 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어하며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는 성향을 지닌 트럼프에게 매우 잘 맞아 떨어진다.

​ 

트럼프뿐 아니라 많은 공화당 인사들이 마스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병원을 방문하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 애리조나 주는 주지사들이 공화당 계열인데, 확진자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 하지 않았다. (이 중 텍사스 주지사가 최근 어쩔 수 없이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했다.)

​ 

조지아 주지사는 한 발 더 나간다. 주 안에서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애틀란타시와 같이 주 내에서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한 지역에 소송을 제기 했다.

 

주지사의 명령이 우선한다면서.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미국 주지사 중 첫 번째로 확진자가 됐는데도 “주민들에게 어떤 자유를 줄지 고를 수는 없다”며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 하지 않았다.

아내와 조문 나선 바이든(왼쪽). 연설하는 트럼프(오른쪽). 마스크 쓰기에 대해 둘의 의견은 엇갈린다.
출처AP 뉴시스
현재페이지1/총페이지2

정부가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니 많은 상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스트코와 월마트, 패밀리 달러 스토어와 같은 유통업체들은 고객이 마스크를 써야 매장에 들여보내고 있는데, 미시간 주의 한 패밀리 달러 스토어 직원은 한 손님에게 함께 온 딸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다가 총을 맞았다.

 

적은 수겠지만 마스크를 쓰면 입장을 허용하지 않은 가게도 있다고 한다.

​ 

한국 사람으로서는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마스크 쓰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미국은 전국민이 마스크를 몇 주만 열심히 쓰고 다니면 경제를 다시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적어도 지금과 같이 일별 확진자 기록이 매일 갱신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 마스크를 쓰는 일은 너무나도 정치적인 이슈가 돼 버렸다.

​ 

정치적으로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존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소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지킬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다.

 

하지만 사람의 건강과 목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정치적 토론과 다름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실에 우선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애초에 정치적 싸움의 대상이 아닌 것을 정치적 이슈로 끌어내려 나라가 반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미국의 마스크 쓰기’와 같은 사안이 우리에게는 없을까.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지극히 상식적이고 명백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필자 김선우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 <40세에 은퇴하다> 작가

인터비즈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해시태그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