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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워커가 '직사각형 병'과 '사선 라벨'을 고집하는 이유는?

조회수 2020. 7. 22. 09: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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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취향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이다. 조금만 고삐를 놓쳐도 도태되기 쉽다. 신생 브랜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한발 앞서 나가지 않으면 '전(前) 세대의 브랜드'로 기억될 수 있다. 조급한 마음에 시류만 따라가서도 안 된다.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한 채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올해 200주년을 맞은 조니워커는 이러한 혁신과 변화의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브랜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혁신

존 워커는 1800년대 스코틀랜드 킬마녹에서 작은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의 가게에선 위스키를 팔았는데, 들어오는 위스키의 맛이 일정치 않았다. 오크통에 따라 맛과 풍미가 매번 달라졌다.


손님들이 언제 사도 같은 맛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존 워커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는 차(tea)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차 블렌딩 기술을 위스키에 도입한 것.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였다.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섞는 실험을 수 없이 반복한 끝에 최고의 배합 기술을 발견했고, 언제나 일정한 맛을 내는 위스키를 만들 수 있었다.


이때부터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의 대표적 브랜드인 조니워커의 역사가 시작됐다.

출처: 조니워커 홈페이지

조니워커의 특징인 직사각형 모양의 병 역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


아들인 알렉산더 워커는 산업혁명기에 가업을 이어받았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던 시기였다. 철도가 생겨 활동 반경이 넓어졌고, 배를 통한 교역이 활발해졌다. 알렉산더 워커는 여기서 기회를 읽었다.


1867년 조니워커의 첫 상업 블렌드 제품인 ‘올드 하이랜드 위스키(Old Highland Wisky)'를 선보인 그는, 선장들을 찾아가 조니워커 제품을 싣고 가달라고 요청했다.


덕분에 금세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1920년 이미 120개국에 진출했고, 한국에는 1949년에 들어왔다.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포장 기술이 발달하지 못하다 보니 병끼리 부딪쳐 깨지는 일이 잦았다.


알렉산더 워커는 모두가 둥근 병을 사용할 때 직사각형 병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상자에 넣어 운송할 때 빈공간이 없어 파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조니워커 병은 또 한번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BBC 보도에 따르면 내년 봄 영국에서 종이병에 담긴 조니워커가 시범적으로 판매된다.

 

국내외에 친환경 바람이 이는 가운데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유리병을 사용하는 대신 종이로 병을 만드는 변화를 택했다.

출처: 조니워커 홈페이지
조니워커 제품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사선으로 붙인 라벨 역시 알렉산더 워커의 작품이다. 수평이 아닌 24도 각도로 틀어서 붙인 라벨은 두 가지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일단 눈에 잘 띈다. 상점 진열장에 수십 가지 술이 진열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책을 읽듯 라벨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한 눈에 원하는 제품을 찾기 어렵다. 사선 라벨이 붙은 조니워커는 단연 눈에 먼저 들어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 실용적이기도 하다. 사선 라벨에는 위스키 정보를 적을 공간이 넉넉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여러 종류 위스키를 섞거나 사각병을 만들고 라벨을 사선으로 붙이는 것도 혁신일까. 누군가는 시스템을 뒤바꾸는 일에야 비로소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간 아무도 행하지 않았던 것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조니워커의 정신을 보여주는 스트라이딩맨

디자인 등 외형적인 부분은 다른 브랜드가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첫 번째 펭귄(first penguin∙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도전하는 사람) 기업 중에는 처음 시장에 던졌던 신선함을 잃고 사라져 버린 곳들도 많다.

 

혁신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선 브랜드의 내면을 채워야 한다. 즉, 브랜딩을 통해 꾸준히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경영컨설턴트 야마구치 슈는 저서 <뉴타입>에서 브랜드 고유의 ‘의미’를 강조한다.

 

그는 애플의 사례를 들어 “제품이나 기능은 얼마든지 모방할 수 있지만, 애플이라는 고유의 브랜드가 고객에게 주는 감성 가치는 모방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조니워커는 로고인 스트라이딩 맨(Striding man∙걸어가는 신사)을 통해 브랜드 모토인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준다. 

 

스트라이딩 맨은 1908년 만화가 톰 브라운이 창업자 존 워커의 손자인 알렉산더 워커 2세와 점심식사를 하던 중 냅킨에 그림을 그리고 ‘Born 1820, Going Striding’이라고 남긴 데서 탄생했다.

출처: 조니워커 홈페이지

스트라이딩 맨은 탄생한지 약 100년 만에 걷는 방향을 바꿨다. 조니워커가 지닌 혁신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원래 스트라이딩 맨은 지팡이를 들고 왼쪽으로 걷는 모습이었으나 2000년부터 오른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통상 오른쪽을 향해 가는 게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즉, 조니워커는 방향을 바꿈으로써 전통을 향하기 보다 미래와 혁신을 향해갈 것임을 보여주었다.

출처: 디아지오 코리아

광고 캠페인과 사회공헌 활동들도 '킵 워킹(Keep walking)'의 정신을 보여준다. 2015년 진행된 글로벌 캠페인 ‘Joy Will Take You Further’가 대표적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철학을 알리는 캠페인이었다. 이를 통해 목표를 성취해가는 과정을 즐긴다면 자연스럽게 성공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당시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 된 배우 주드로,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 젠슨 버튼 등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도전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던 ‘킵워킹펀드(Keep walking fund)’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꿈이 있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발된 이들에게 1억원씩을 지원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은 조니워커가 추구하는 ‘도전’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시대 흐름을 읽어야 나아갈 수 있어

브랜드 헤리티지는 분명 신생 브랜드가 따라할 수 없는 강점이나, 때로 역사가 브랜드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숙성할수록 맛이 깊어지는 위스키처럼, 위스키 브랜드도 헤리티지가 중요하지만 새로운 고객들을 위해 때로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여성 차별 반대 움직임인 ‘미투(me too)’가 전세계로 퍼졌던 2018년, 조니워커는 여성의 날을 맞아 ‘제인 워커(Jane Walker)’를 선보였다.

 

그간 중절모를 쓴 남성을 로고로 사용했지만 시대 흐름에 맞춰 여성으로 변형한 로고를 만든 것이다.

출처: 디아지오
제인 워커(좌)와 조니워커 로고

밀레니얼 세대 고객으로 저변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HBO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의 컬래버레이션 한정판 출시가 대표적이다.

 

첫번째 컬래버레이션 ‘화이트 워커 바이 조니워커’ 성공 이후 원작 스토리텔링을 더한 ‘조니워커 송 오브 파이어’ ‘조니워커 송 오브 아이스’도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드라마와의 콜라보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한층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200주년을 맞아 출시된 한정판 제품에는 기존과 다른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했다. 레드라벨 블랙라벨 등 제품 구분 시 라벨 일부에만 사용되던 색(레드, 블랙 등)을 병 전체에 사용해 세련된 느낌을 극대화하며 젊은층을 겨냥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뉴트로 열풍을 타고 많은 기업이 과거의 라벨이나 패키지를 되살리며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것과 다른 행보다. 디자인에선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슬로건인 KEEP WALKING을 전면에 써서 브랜드가 추구해온 혁신 정신은 더욱 강조했다.

 

홈술·혼술 트렌드에 발맞춰 소용량 패키지도 편의점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있다. 200ml 크기 제품은 한번에 먹기에 부담이 덜하다.

 

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위스키를 활용한 하이볼 레시피도 만들어 SNS 등을 통해 제공하며 밀레니얼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인터비즈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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