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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시진핑이 마신 '이것', 시총 344조 넘긴 전략은?

조회수 2020. 7. 16. 09: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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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맥도날드, 스타벅스... 세계에서 손 꼽히는 글로벌 음식료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앞지른 기업이 있다. 마오타이로 잘 알려진 중국 대표 백주(白酒) 기업인 귀주 마오타이(貴州茅台)다.


미국 닉슨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방문했을 때, 대접하기도 하면서 중국 국주(國酒)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2013년 시진핑이 주석에 취임하면서 반부패 운동의 일환으로 공무원 접대, 회식을 엄격히 단속하며 잠깐 고전을 겪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중저가 백주 시장으로까지 폭을 넓혀 힘을 키워갔고 지난 6월엔 기존 중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중국 공상은행을 2위로 밀어내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술 하나로 중국 본토 증시에서 1등 기업 자리에까지 오른 마오타이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마오타이 마을에서 만들어진 '마오타이주'

중국을 대표하는 국주인 마오타이주는 프랑스 코냑, 영국 스카치위스키와 함께 세계 3대 증류주로 꼽히는 명주다.


마오타이주에 대한 기록은 2000여년 전부터 등장한다. 기원전 135년 한나라의 무황제가 중국 내륙의 귀주성에 있는 마오타이촌(茅台村)에서 만들어지는 술을 역사상 최고의 술이라 인정하고 즐겼다고 한다.

 

마오타이촌은 질 좋은 고량(高粱)이 생산되고 물이 좋아 이 곳에서 빚은 술은 예전부터 명주로 인정받았다.

 

연평균 기옵 섭씨 18.5도, 습도 78%의 고온 다습한 기후로 미생물 번식이 활발해 누룩이 독특하게 발효된다. 이같은 특징 덕에 지금까지도 마오타이주는 귀주성에서 생산되는 것을 으뜸으로 쳐준다.

 

자연환경 조건뿐만 아니라 2000여년 간 주민들에 의해 개발돼온 생산 기술도 한 몫한다.

 

회사에 따르면 원재료를 9번 찌고 8번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 후 7번 술을 받아내는 과정을 거쳐 생산된 술은 다시 밀봉된 항아리에 3년 이상 숙성을 거친다. 총 5년이 지난 후에야 출시될 수 있을 정도로 생산 공정이 엄격하다. 회사는 이런 독특한 제조법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 신청했다.

출처: 타임
미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을 때 중국을 방문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마신 술도 마오타이주다. 특히 회담을 가진 저우언라인 중국 총리는 1950년 사회주의 적권 수립 1주년 기념 행사에서 마오타이를 국빈 연회 술로 지정하기도 하면서 이 술을 국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마오타이 경영고문 왕중추가 쓴 「신이 내린 술 마오타이(2019)」에 따르면 이 술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한 것은 1949년 이후였다.

 

1915년 파나마운하 개통을 기념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큰 명성을 얻긴 했지만 정작 마오타이의 생산 조건은 상당히 열악했다.

 

당시 마오타이촌에 있는 3대 소방 (청이, 릉허, 헝싱)의 양조공정은 모두 사람의 손으로 이뤄졌으며, 그 인원은 한 소방 당 50여명 아래였다.

 

하지만 1949년 11월 공산당이 국민당으로부터 마오타이촌을 탈환하면서 마오타이주의 생산을 이어가기 위해 모색했다.

 

청이소방을 국유화하면서 귀주성 전매사업공사 런화이마와이주창, 약칭 마오타이주창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룽허소방, 헝싱소방을 마오타이 주창과 합병했다. 국주로서의 입지를 다진 것도 이때부터다.

 

1949년 12월 마오쩌둥이 소련을 방문할 때, 스탈린에게 나라를 대표하는 예물로 마오타이주를 선물하기도 했고 국경절 리셉션에서 '국연 지정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출처: 동아일보

2018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 사이의 정상회담에서도 마오타이주가 등장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한 병에 약 2억 원 정도 하는 '아이쭈이 장핑(矮嘴醬甁)' 브랜드의 마오타이주를 대접했다. 이 술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정판으로 생산돼 희소가치가 크기 때문에 중국술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잠깐 무너짐? 다시 성장 !

창창할 줄만 알았던 마오타이에도 위기는 있었다.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였던 2012년 12월 허례허식과 사치풍조를 없애는 8대 업무관행을 발표하면서다. 

 

일명 '반부패 운동'이 일어나면서 공무원 접대·회식을 엄격히 단속했고, 병당 수십만원을 호가한 마오타이 역시 사치재로 낙인 찍혔다.

 

반부패 운동의 여파로 마오타이의 매출액은 2013년 309억 위안, 2014년 316억 위안, 2015년 327억 위안으로 한동안 정체에 빠져있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3년 마오타이 회장은 회사 매출의 40%가 정부 지출에서 비롯됐다고 말한 바 있다. 불황은 예고된 것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오타이는 1)가격을 인하하고 2)판매망을 늘리는 전략을 짰다.

출처: 차이나데일리
마오타이주의 병에 라벨을 부착하고 있는 생산라인의 노동자들

중국 현지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2014년 마오타이는 본격적으로 대중화를 시도했다. 프리미엄 라인에 사용된 동일한 고량을 포함하고, 동일한 생산 공정을 거치지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보다 첨단화한 공장을 세운 것이다. 

 

같은해 10월 저가 라인에 집중하는 자회사 라이마오(Laimao)를 설립하기도 했다. 기존에 800위안 이상으로 책정된 마오타이주들에 비해 8~16배 이상 저렴한 마오타이 영빈주와 같은 중저가 제품들을 선보였다.

 

온라인 유통망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징둥닷컴 등 10여 전자상거래 업체와 협약을 체결했다.

 

류즈리 마오타이 전 회장은 2014년 현지 매체를 통해 온라인 채널을 마케팅의 중심에 두고, 마오타이 자체 전자상거래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1억 위안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현재 마오타이는 자체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는 등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출처: alamy
마오타이주의 대표적인 중저가 보급형 라인인 마오타이 영빈주. 53도 기준 500ml에 100~200위안 (약 2 ~ 4만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들은 그대로 둔 채 중저가 라인들을 새로 만들고 온라인으로까지 판매망을 넓히면서 마오타이는 점차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반부패 운동은 이어졌지만 단속기관의 눈을 피해 마오타이주를 소비하는 것도 한 몫 했다. 

 

2013년 이래로 한자릿수였던 매출 증가율은 2017년 무려 49.8%나 뛰어 매출액 582억 위안(약 9조 9865억 원)에 달했다. 2018년 역시 매출액 737억 위안으로 지난해 대비 26.5% 상승했다.

 

마오타이는 경영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데 이어 애국주의 풍조에 맞게 ‘홍색’ 이미지를 부각해 중국인들의 감수성을 공략하는 등 마케팅적인 측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17년에는 백주 전문가들을 육성할 목적으로 마오타이대학을 세우기도 했다. 설립 당시에는 귀주성 출신의 학생들만 모집했지만 외지 지원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2018년부턴 외지 신입생도 함께 모집하고 있다.

팬데믹 와중에도 '저력'..공상은행 제치고 시총1위 등극

출처: bloomberg

올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마오타이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귀주 마오타이의 시총은 1조 8077억 위안(약 310조 3459억 원)을 기록하며 그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중국공상은행(1조 7769억 위안)을 제쳤다. 백주 회사가 중국 본토 증시에서 시총 기준 1등 기업 자리에 오른 것이다.*

 

26일 기준으로 다시 중국공상은행(1조 8604억 위안)이 마오타이(1조 8340억 위안)를 밀어내고 1위 자리를 되찾으면서 반짝에 불과했나 싶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7월 6일 마오타이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2조 위안(약 340조 원)을 돌파하면서 다시 시총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다음날 주가가 5.5% 급등하면서 시총 2조 1200위안에 달하면서 불과 하루만에 시총이 1000억 위안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당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특히 각종 모임들을 자제하면서 백주 판매량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춘절 연휴 기간 동안 각종 연회 및 선물용 백주 판매가 성수기를 맞이했고, 중국 정부가 경기 침체를 이겨내기 위해 소비 진작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실상 마오타이는 호실적을 이어갔다.

 

지난 4월 마오타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마오타이의 영업 이익은 244억 5백만 위안(4조 19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6% 상승했다.

 

순이익은 131억 5500만 위안(2조 26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4% 증가했다. 마오타이에 대한 중산층들의 선호 현상이 지속된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오타이는 지난해 11월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주식만으로는 이미 공상은행의 시총을 넘어섰지만 이번에는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모두 포함해 계산한 시총마저 앞질렀다.

출처: 신동아

다만 마오타이의 고공행진에 대한 불안 요소도 여전히 남아 있다. 먼저,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은 주류에 관해서는 실효성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규제가 강화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오래 이어진 '가짜와의 전쟁' 역시 문제다. 식당에서 손님이 가져온 진짜 술을 가짜 술로 바꿔 내놓았다가 손님이 술병에 표시를 해놓는 바람에 들통났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가짜가 판치면서 단순히 라벨만 가는 수준을 넘어 심지어 농약을 넣은 가짜 마오타이가 판매되기도 한다.

 

2017년 시 주석이 직접 나서 '혀끝 안전'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했지만 강력한 단속에도 여전히 가짜가 판쳐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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