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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님♥' 대세 예능이 선택한 PPL 방법은?

조회수 2020. 7. 15. 13: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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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너무나 생각나는 삼립호빵과 함께 합니다~"

tvN의 인기 예능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에서 이수근이 외친 말이다. TV 방영본이었다면, 분명 특정 상호를 거론했다며 심의 조치를 받았을 터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미리보기처럼 5분간 TV(tvN)에 노출되고, 전체분은 유튜브에 공개된다. 즉, 해당 발언은 엄밀히 말해 유튜브 채널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심의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곤 해도 좀, 수상하다. "굳이 상표명을 밝힐 이유가 있었을까?" "광고 단가가 높아지나?" PPL(간접광고)의 이전 공식과는 크게 달라진 이런 방식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사실 지금까지 PPL의 노출 공식은 '최대한 아닌 것처럼,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대놓고 PPL 신분(?)을 커밍아웃 하다니….

심지어 해당 방송분에는 삼립호빵 측이 출연자인 이수근, 은지원에게 제품 홍보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광고 모델 발탁도 고려하겠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당당히 노출된다. 광고를 감출 게 아니라 웃음 요소이자 하이라이트로 부각시킨 것.


이처럼 '대놓고 PPL'을 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노림수는 무엇일까.


사모곡에서 구애가로

PPL은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 상표, 회사나 서비스의 명칭이나 로고 등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를 뜻한다.


적어도 연출가 입장에선 작품의 완성도를 해치지만, 제작비 충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여야 하는 필요악과도 같은 존재였다. 극의 전개에 상관없는 상표나 장소(매장 등)를 노출하면서 시청자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고 봤기 때문이다.


장르 파괴의 치트키인 '웃음'을 다루는 예능은 그나마 드라마나 다큐에 비해 PPL에 관대한 분위기였다. 물론, '과도한 PPL=시청자의 비난'이란 공식을 깨뜨릴 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예능에서도 PPL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루는 게 핵심이었다.


여행 방송에서 호텔 예약 어플을 자세히 비춰주거나, 출연자의 테이블 앞에 협찬 음료수를 일렬횡대로 늘어놓는 방식이었다. 연출자는 방영후 '이 정도면 자연스러웠어'라고 감탄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광고주는 소비자가 은연중에 자사 제품을 찾게 되는 '무의식 마케팅'에 기대를 걸었다. PPL은 일종에 은유와 비유로 조심스럽게 마음을 드러내는 사모곡과도 같았다.

요즘 예능은 이런 구도에서 벗어나 정공법을 쓴다. 방탈출 예능 프로그램인 tvN <대탈출>은 닭가슴살 PPL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힌트를 조합해 세트장을 탈출하기 위해 평균 6시간의 녹화가 소요된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제작진은 별도로 '간식 시간'이라는 장치를 설정해놓고 멤버들에게 PPL 식품을 제공한다.


닭가슴살이 담긴 냉장고에는 한 장의 엽서가 놓여있다.

'광고주님이 주신 음식입니다. 맛있게 드셔주세요.'

닭가슴살을 한 입씩 먹을 때마다 '+세트비', '+특수효과비' 등의 자막이 오른다. 제작비에 이 PPL이 보탬이 되고 있음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도 기발한 PPL이 등장한다. 출연자인 유재석과 조세호는 오프닝부터 이번 회차는 PPL이 들어왔음을 밝힌다. 그리고 광고주, PPL을 향한 무한 애정을 드러낸다.

유 : 방송사가 요새 힘들어요. 그래서 아껴야 합니다.
조 :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 제작비 때문에 어딜 가야 된다 그러더라고요?
유 : 네! 미리 예고 좀 드리겠습니다. 점심 PPL이 들어왔습니다. 저희 제작비에 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저희들은 언제든지 PPL 환영입니다~!

유튜브 생존법, 확산하다

이런 흐름의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먼저, 뉴미디어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이런 '대놓고 광고'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1인 미디어의 크리에이터가 이런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이런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젊은 세대는 노골적인 PPL을 이상할 게 없는 일로 받아들인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소비자행태조사(MCR)데이터에 따르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한다고 답한 2296명 중에서 46%가 'PPL을 눈 여겨본다'고 답했다.


10대, 20대만 놓고 보면 52%, 50%로 절반 이상이 예능 PPL을 관심 있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대가 질색하는 것은 오히려 과한 PPL이 아니라 아닌척 한(들킨) PPL이다. MZ 세대의 콘텐츠 행태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에 하나가 '진정성'.


아닌 척하던 광고가 불쑥불쑥 맥락에 맞지 않게 끼어들었던 SBS 드라마 '더킹'은 논란이 되고, 아예 누가 봐도 광고란 것을 티 내며 이를 재미 요소로 활용한 MBC '꼰대인턴'은 화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꼰대인턴의 남성우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어설프게 PPL이 아닌 척하고 찍느니 차라리 조금 더 뻔뻔하게 드라마에 녹여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1인 크리에이터의 생존법에서 시작한 PPL의 새 공식은 이젠 기존 방송가의 제작 방식에도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프로그램 노출을 TV 방송과 유튜브를 병행하는 구도로 짜놓고,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PPL은 유튜브에서 아예 대놓고 드러내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MBC <놀면 뭐하니>는 방송에서 방영하지 않았던 '유튜브 온리' 영상을 공개했다. 제목은 'PPL 물어오는 복덩이 라섹'. 그 내용은 특정 업체 냉장고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것이다.


이 영상에서 유재석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김치가 싱싱하게 살아있는 ○○○ 냉장고" 등을 외치며 화끈하게 홍보했다.

이처럼 노출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PPL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 광고산업조사(2018년 기준)에 의하면 간접광고의 산업 규모는 2018년 1270억 원. 2017년 1108억 원에 비해 14.6% 증가했다. 


이 뻔뻔한 PPL이 앞으로 더 흔하고 익숙한 홍보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예고다.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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