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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재택근무라면서 도장 하나 찍으러 회사에 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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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내에서 '도장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장문화는 현금결제 선호 문화와 함께 일본 특유의 아날로그 문화로 꼽힌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를 택하는 회사가 늘고 있지만 일본에선 도장 때문에 회사에 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닛케이 BP종합연구소가 일본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3%가 '서류 및 전표 업무' 때문에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난 4월 일본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 간의 접촉을 70~8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책에 발맞춰 많은 일본 기업이 재택 근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도입한 일본기업의 비율은 55.9%(5월 초 기준)로, 17.6%였던 3월 초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회사 규모에 따라 재택근무 도입비율이 다르다. 도쿄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 300인 이상 기업의 재택근무 도입률은 90%였으나 30인 미만 기업에서는 도입률이 45%인 것으로 나타났다(6월 기준).


게다가 재택근무를 도입은 했어도 실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비율은 더 낮다.


이달 초 일본 후생노동성이 메신저 앱인 LINE을 통해 실시한 전국 단위 조사에서 응답자 약2400만명 가운데 “재택근무로 일을 하고 있다”라고 답한 비율은 고작 5.6%에 그쳤다.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이 늘어도 여전히 사무실에 출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계경리 업무 담당자가 대표적이다. 전자결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아 서류와 도장을 사용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장 사랑

일본은 기업, 관공서, 은행 등에서 도장을 많이 사용한다. 직장 내 도장 예절이 있을 정도다. 상사에게 보고하는 서류에서는 상사에게 허리 숙이듯이 비스듬히 도장을 찍는 게 관습이다. 수년 전 이러한 문화가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작은 2015년 방송된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스쿨 혁명>이란 프로그램의 '모르면 부끄러운 어른의 상식 퀴즈' 코너에는 매너 연구가 스미모토 요시에가 출연해 상황별 매너에 대한 퀴즈를 냈다. 이중 '상사에게 인감을 제출할 때 지켜야 할 매너는?'이란 문제가 논란을 불러왔다.


그녀는 왼쪽으로 기울인 도장, 똑바로 찍은 도장, 오른쪽으로 기울인 도장 중에서 부하가 상사에게 인사를 해야 하므로 왼쪽으로 기울인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본 네티즌들은 '인사 같은 거 하고 싶지 않다' '미친 건가' '이런 쓸데없는 걸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매너연구가 스미모토 요시에 그녀의 기업이름은 매너미이다.

출처매너미 홈페이지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주간 판매부수 10만부의 <주간 SPA>의 디지털판에는 도장을 비스듬히 찍지 않아 경고를 받았다는 직장인의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했다.

출처newscareerjapan, innk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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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실무자 사이에선 도장 문화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전자 문서 솔루션 기업 'Paper Logic'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장 결재로 인해 업무에 지연이 생긴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82%에 달했다.

꾸준히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지만 도장문화는 쉬이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소개된 도장 찍는 로봇이 이를 방증하는 듯 하다.


도장 찍기를 효율화(?)하겠다며 히타치와 로봇기업 덴소 웨이브는 자동 날인 로봇 Cobotta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인간이 수행하는 다양한 단순 업무를 대신한다. 실험실에서 시약을 섞거나, 물건을 반복해 옮기는 일 등에 활용된다.


덴소가 소개한 로봇 활용법 중엔 자동 날인도 있다. 도장 찍는 로봇은 소형 두 대와 문서 인식용 스캔 카메라로 구성된다. 한 대가 서류를 넘기면 카메라가 문서를 촬영해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구별한다. 그런 다음, 다른 로봇이 인감도장을 집어 인주를 묻혀 정확한 위치에 도장을 찍는 방식이다.


로봇 공개 후 '정교한 작업을 하는 로봇 기술이 대단하나, 로봇까지 동원해서 도장을 찍어야 하나' '가짜뉴스인줄 알았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덴소와 히타치가 협업하여 만든 업무 로봇
출처itmedia,den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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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소원 나의 소원 전자결재

도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수 십년 전부터 나왔다. 50년대 아사히 신문은 '행정 간소화를 위해 도장 사용을 줄인다' '도장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 디지털 경제연구소 역시 약 20년 전부터 전자서명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철옹성같던 일본 도장문화가 바뀔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 4월 일본 도쿄 지하철 주요 역에는 도장 문화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광고가 게재됐다. "재택 근무 중에 도장을 찍으러 출근했다"는 문구는 일본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영상통화나 메신저로 소통하며 일하지만, 상사의 결재나 외부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도장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광고를 찍어 공유한 트위터는 16000번 리트윗되며 일본 직장인들의 슬픈 공감을 보여주었다.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도장을 찍으러 출근했다"는 광고

출처SmartHR

전자결재 활성화 관련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지지부진했다. 2018년에는 법인 설립시에 인감 신고 의무를 폐지하고 전자증명서로 대체한다는 '상업등기법' 개정 논의가 있었다. 법인용 전자인감의 법적인정 제도를 2022년까지 실시한다는 예정도 있었다.


하지만 내각 내에서 통일된 의견이 없을 정도로 추진력이 약했다. 지난 4월 6일 일본 자민당이 인감 규칙의 검토를 담은 '신종 코로나 대응을 계기로 추진해야 할 디지털 규제 개혁'에 대한 제언을 아베 신조 총리에게 전달했다. 며칠 뒤에는 또 회의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같은 달 14일 기자회견에서 전 IT장관 다케모토가 전자서명으로의 전환을 "어차피 민간의 이야기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많은 기업인과 국민들이 IT장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했다. 일주일 뒤에는 아베 신조 총리가 대면이나 관례적인 행정 처리 절차를 재검토하고 보조금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절차를 시도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지난 4월 6일 아베신조총리와 자민당의원들

출처자민당 홈페이지

오락가락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일본 기업들이 먼저 '탈도장'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산토리 홀딩스는 서류 작성에서 날인을 최소화하고 전자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일본의 3대 인터넷 기업인 GMO그룹의 쿠마가이 대표는 SNS에 "결정했습니다. GMO는 인감을 폐지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의 SNS에는 며칠 전 IT장관의 기자회견 사진이 걸려있었다. GMO는 실제로 4월 17일 그룹 내에서 인감 절차의 완전 폐지를 결정했다.

인터넷기업 GMO의 대표는 탈도장발언에 IT장관의 기자회견 사진을 올렸다

출처GMO 쿠마가이 대표 트위터

전자결재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면서 관련 기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자결재는 전자화된 도장으로 결재만 하면 돼 사용법도 간단하고 언제 누가 날인했는지도 기록에 남아 보안걱정도 덜 수 있어 효율적이다.


도장기업이자 전자결재기업 '샤치하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공헌 차원에서 6월까지 무료로 전자도장 서비스를 제공했다. 개당 월 100엔 이용료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용 건수가 급증했다.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17000개 사, 등록된 전자도장수는 45만 개이다(2020년 6월 기준). 코로나19에 기업들이 빠르게 脫(탈)도장하기 시작했다.

전통과 보안을 위해서라며 일본은 디지털화 전환을 미뤄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정부도 전자시스템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국민 대다수도 전자결재를 희망하면서 일본시스템 전반의 디지털화는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비능률의 상징 日도장문화, 코로나 팬데믹 시대 맞아 퇴출되나>와 코트라 <코로나19, 일본 기업의 종이와 도장을 없애다> , <일본, 경쟁력을 높이는 재택근무란?> 를 참고로 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인터비즈 박은애 김정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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