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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도 대행을? "어떤 제품이든 대신 팔아드립니다"

조회수 2020. 7. 8. 13: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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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실적 안 좋아도 "우리가 남이가"?..이젠 옛말 

생산, 지원 넘어 최근엔 마케팅-영업도 '외주' 대세

어떤 제품이든 "대면영업 해서 팔아 주겠다" 세일즈 대행사도 등장 

 

우리나라 회사는 모든 일을 스스로 다했다. 법률 업무를 위해 법대 졸업생을, 재무 부서를 위해 경영 전공자를, 회사 홍보를 위해 글쓰기 전문가를 채용했다.

 

"섬유에서 석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중시했던 한국의 대기업은 밖으로 돈이 새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외주를 주느니 차라리 계열사를 만들고, 형제자매 기업을 만들어 일감을 나누었다. 효율이 떨어져도, 실적이 나빠도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끌고 갔다.

 

시대는 달라졌다. 정보통신과 물류가 발전했고, 경쟁 환경은 나빠졌다. 전세계를 무대로 경영을 하면서 기존의 방식을 유지할 수 없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생산의 외주화가 가장 먼저 시작됐다. 직접 제품을 생산하기 보다는 외주 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자사의 제품을 전세계 20개국 이상의 협력업체으로부터 공급받는다.

 

기아자동차는 동희오토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모닝을 생산한다.

 

팹리스(Fabless) 기업은 생산을 하지 않고 반도체 회로의 설계와 개발만 담당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초기에 외국 거대 제약사의 위탁생산자 (CMO :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로 사업을 시작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원 업무 역시 오래전부터 아웃소싱 대상이었다. 법률 부서를 위해 더 이상 법대생을 뽑지 않는다. 필요할 때마다 로펌 변호사를 부르면 된다.

 

홍보 이슈는 홍보 에이전시에게 맡기면 더 잘 한다. 홍보팀 직원은 그저 지시를 잘하는 것이 임무다.

 

세금 업무는 세무 법인에 맡긴다. 매년 바뀌는 세법을 직원이 굳이 공부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재무팀은 회계법인을 호출하고, 인사팀은 인사 컨설팅 회사나 교육 기업을 소환한다.

 

IT부서는 서버를 구매하지 않고 아마존의 AWS나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를 사용하기에 사람을 둘 이유가 없다.

 

쓴 만큼만 돈을 내면 되기 때문에 관리부담도 없고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총무나 대외협력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대행사를 쓰고, 외주를 주고, 아웃소싱을 한다. 직접 고용은 하지 않는다. 이것이 뉴노멀(New Normal)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핵심 기능이라 할 법한 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영업은 어떨까?

 

기획은 전략컨설팅 회사에 의뢰한다. 맥킨지 컨설턴트가 자사 직원보다 항상 더 낫다는 보장은 없지만, 심리적으로 더 위안이 된다. 빅3 전략컨설팅 회사부터 개인사업자 컨설턴트까지, 전략을 수립하고 액션플랜을 집행해줄 기획자들은 널려있다.

 

최근 불황으로 인해 메이저 컨설팅 펌 출신 중 다수가 대기업의 CEO나 임원으로 영입되면서 기획 업무의 외주화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전언이다.

 

연구개발은 회사의 미래전략과 맞닿아 있기에 외부와 소통하는 것 자체를 꺼려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픈 이노베이션 (Open Innovation)이 중시되면서 R&D 분야에도 외주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대기업이 벤처기업과 손을 잡아 조인트벤처를 세운다. 대학 연구실과 공동 연구를 한다. 경쟁사 특허와 인력을 선별적으로 인수한다.

 

마케팅도 대행사가 성행이다.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를 대체로 대행사가 수행한다. 온라인 광고, 바이럴, 콘텐츠 생산, 행사 진행 등이다. 시장 조사도 리서치 업계가 담당한다.

 

발주사는 RFP(Request For Proposal : 제안요청서)를 통해 원하는 스펙만 잘 정해주면 된다. 심지어 RFP를 쓸 줄 몰라도 예산 범위만 일러주면 조사업체 직원이 알아서 제안서를 써온다.

 

마지막 남은 본사 고유 영역은 영업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서 돈을 벌어오는데 고객에게 남의 얼굴을 들이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업 영역 커버를 위해, 제품의 배송을 위해 대리점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영업의 헤게모니는 본사가 쥐고 있었다.

 

하지만 영업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제약 업계는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을 도입해 영업 중이다. CSO는 병원내 모든 의료진을 상대할 수 없는 제약회사의 약점을 겨냥한 전문 영업 대행사다. 오랜 영업경험과 고객망을 가진 이들이 CSO소속으로 혹은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직원을 뽑아 훈련시키기 보다는 검증된 실력을 갖춘 CSO를 100% 실적제로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몇몇 제약회사는 CSO를 통해 매출이 크게 신장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CSO에 의한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제품이든 대면(Face to Face) 영업을 통해 팔아주겠다는 세일즈 전문 에이전시도 등장했다. 2012년에 한국지사를 설립한 세일즈웍스코리아(구. 애프코코리아)는 B2C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현재는 자선단체 후원 회원을 주로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선단체의 경우 매달 후원금을 내기 때문에 보험 상품 가입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유치에 성공하면 상당한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있다.

 

자체적인 영업조직이 없는 스타트업이나 자선단체, 영업 커버리지를 확대하고픈 중소기업에게 세일즈 대행사는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그 외에 숨고(숨은 고수), 크몽 등 전문가 및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에서 영업 대행 인력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 숨고의 경우 광고유치, 부동산 유료강의 판매, 보안 소프트웨어 판매, 자동차 정비 영업 등 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발주하는 프로젝트가 다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누구보다도 매출이 절실하기에 영업 대행에 대한 수요는 많은 편이지만, 영업 대행인 입장에서는 노력 대비 매출이나 이익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아직 매칭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업분야에서 아웃소싱이 대세가 되면 영업조직에는 거대한 변화의 쓰나미가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능력이 출중한 일부 경력자들은 영업 대행사로 이직을 하거나, 프리랜서 영업인으로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 할 것이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해 육성하기 보다는 단기간에 실적을 올려줄 영업 대행사를 선호할 것이다. 유명 MC 전현무나 김성주가 퇴사 후 방송국을 가리지 않고 겹치기 출연을 할 때 방송국에서 신규 아나운서 채용을 동결하고, 상당수의 아나운서들이 비인기 프로그램을 전전했던 사례를 떠올려보면 쉽다.

 

이래저래 20:80의 양극화 시대가 영업 분야에도 도래하게 생겼다. 아니 어쩌면 5:95의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영업은 숫자가 곧 인격인 동네니까.

 

인터비즈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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