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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저귀가 아프리카 산모들의 원픽이 된 이유는?

조회수 2020. 7. 5.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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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혁신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조직 내부에 갇혀 기존에 해오던 비즈니스 전략과 실행 방식을 고수한다. 외부와 차단된 요새에서 생활하는 셈이다. 허나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다.


전 세계 많은 산업과 시장에서는 엄청난 ‘파괴’가 일상화되고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산업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조직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


소비재 기업 P&G는 왜 돈도 안 되는 사업을 아프리카에서 이어갔을까? 가전회사는 왜 혈액보관용 냉장고를 만들었을까? 동아비즈니스포럼2019에 연사로 나온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가 강조한 디지털 시대 경쟁력 확보 '5F 전략'을 소개한다.

구글은 검색 회사, 소프트웨어 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동차 업체이자 은행이며, 로켓을 발사해 은하계를 탐사하려는 회사가 됐다.


최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아닌 전통 산업에 속한 회사들 중 일부도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약을 팔던 미국 소매업체 CVS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편의점처럼 제조된 약만 파는 회사였다. 그런데 최근 의료진을 확보해 고객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건강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유통 업체에 불과했던 CVS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면서 병원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출처: CVS Health

냉장고 제조사 하이얼은 식품 판매와 소비를 둘러싼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냉장고를 통해 고객의 식품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식품 관리 회사를 지향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고객이 주로 사용하는 식재료가 떨어지면 알아서 주문해 배달까지 완료한다. 이처럼 하이얼은 냉장고 제조업체에서 식재료 관리회사로 변모했다.


더 나아가, 세탁기를 통해 고객의 옷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의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꿈을 꾸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조직 밖에서 사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 밖에서 사고하기 위해 필요한 구성 요소는 5F(Focus, Fast,Flexibility, Friendly, Fun)로 설명할 수 있다.

① 목적의식을 갖고 집중하라 - Focus


기업들은 기업이 서비스를 하는 이유, 제품을 만드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목적을 세워야 한다. 목적은 바로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력이다.


즉, 사용자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다.

출처: CSDW
P&G의 사회적활동프로그램중 하나 CSDW

목적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P&G다. 목적(Purpose), 가치(Value), 원칙(Principle), 즉 PVP에 입각해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분명한 PVP를 세우고 시장 내에서 놀라울 만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수 패킷(Water Purifi cation Packet)이다. P&G는 2004년부터 ‘2020년까지 한 시간마다 1명의 삶을 구하자’라는 구호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기술, 제품 개발에 나섰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의 경우 오염된 물을 마셔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다면 P&G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신흥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던 중 오염된 물에 분말로 만든 알약을 넣으면 깨끗한 물로 정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발견해 인수했다. 이 정화제만 넣으면 20분 만에 오염된 물이 깨끗한 물로 변했다.

출처: CSDW
깨끗한 물을 만드는 분말알약

작은 알약처럼 제작된 정수 패킷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저개발국가 소매업체에서 판매됐다. 그런데 결과는 P&G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생각보다 재무적인 이익이 나지 않았다. 이들 국가에서 정화제가 치약, 비누와 같이 생필품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P&G는 재무적 이익을 포기하고 이 정수 패킷을 계속해서 팔기로 했다. 사회적 이익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의 가치를 지키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도 미국 정부, UN과 함께 이 제품을 무료 혹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P&G는 이 밖에도 이와 유사한 활동으로 사회적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합치된 사회적 혁신을 이룬 예가 있다.

출처: businesstoday
P&G의 Pampers 기저귀를 체험하는 아프리카 산모들

아프리카에서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은 P&G 브랜드의 기저귀를 많이 사용한다. P&G가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돕는다’는 목적으로 활동한 결과다.


아프리카는 영유아 사망률이 굉장히 높다. 영유아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기저귀 시장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P&G는 아프리카 부모들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에 돌입했다. 이동 병원을 만들어 보건 담당자들과 함께 각 지역 부모가 영유아들의 건강을 진단하게 하고 임신한 여성이 적절한 시기에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면서 기저귀도 무료로 나눠줬다.


이런 경험을 한 산모들은 자연스레 P&G 기저귀를 선택하게 됐다. 회사가 세운 비전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시장이 확대된 셈이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목적을 세우는 것이다.

②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라 - Fast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는 게 관건인 시대에 살고 있다.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자신의 건물 밖으로 나와서 직접 살펴보고,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코닥이 디지털 기술을 충분히 보유했음에도 조직 안의 생각에 갇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려보자. 코닥은 뉴욕 본사에 안주한 채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실리콘밸리를 외면했다. 조직 밖으로 나와 실리콘밸리를 참고한 사례를 보자.

출처: communitascapital

존 테이솜(John Taysom)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로이터의 혁신가였다. 그는 2000년대 초 첫 인터넷 붐이 일었을 당시 디지털 플랫폼을 회사에 적용했다.


테이솜은 그들을 위협하는 기술과 회사가 나온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그는 스탠퍼드대 학생들과 교수, 스타트업을 하는 젊은 사업가들을 만나며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반응을 살펴 보다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 가는 실리콘밸리의 프로세스도 로이터에 적용했다.


테이솜은 줄곧 “당신을 누가 파산시킬 것인지 생각하고 그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변화에 항상 대비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빠른 대응과 민첩함은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③ 회사 내 사일로를 제거하라 - Flexibility


새로운 시장,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선 조직도 재구성해야 한다. 하나의 부서나 하나의 팀으론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과제에 필요한 인재, 부서가 모여 융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필요한 자원과 인재를 언제든 조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조직 내부뿐만이 아니다. 조직 외부와의 유연한 협업도 매우 중요하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통신회사인 버라이즌은 매우 당황했다. 한 임원이 아이폰을 들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할 수도 없다”며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버라이즌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보유한 기술을 살폈다. 바로 안드로이드 기술이었다.

출처: samsung
삼성과 파트너십을 맺은 버라이즌

버라이즌은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가지 행보를 택했다.


우선 순차적으로 이뤄졌던 개발 프로세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바꿨다. 기술 개발과 관련된 부서와 인재들을 한데 모아 융합팀을 구성했다. 매우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보유한 버라이즌에서 이례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다.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파트너십을 구축해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했다. 이 중엔 삼성도 있다. 삼성은 버라이즌과 협업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빠르게 개발했고 곧 애플의 강력한 경쟁사가 됐다.

​④ 건물 밖 파트너십에 주목하라 - Friendly

디지털 세계에서는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 이 파트너십은 단순한 협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이얼은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핵심적인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하이얼의 바이오메디컬 사업부는 최근 U-Blood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하이얼은 혈액을 보관할 수 있는 의료용 냉장고를 제조해 혈액은행 관리의 효율성은 물론 병원 환자 치료의 신속함을 높였다.


이 냉장고는 사물인터넷(IoT)과 무선 인식 전자태그(RFID)에 적용해 혈액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수술실, 입원실, 구급차 등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에 혈액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혈액은행의 중앙관리시스템을 분산시스템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환자가 필요한 시간, 공간에 필요한 혈액을 신속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병원 내 수술 역량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환자와 혈액과 관련한 데이터를 AI에 적용해 부가가치 서비스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하이얼은 냉장고를 만드는 단순 제조회사에서 의료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의료 회사로 거듭났다. 건물 밖에서 생각한 덕분이다. 의료 냉장고가 포함된 전체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자사 제품에 적용해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⑤ 직원들이 일에 재미를 느끼게 하라 - Fun


어떤 혁신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인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조직원들이 매일 회사에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조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이유다. 조직원들도 스스로 기업가정신을 갖춰야 한다. 자신이 회사를 만들어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동기부여를 위해선 ‘3M’이 필요하다.

첫 번째 MMastery, 즉 숙련이다. 자신의 역량을 개발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어려운 과제를 자신의 역량으로 해냈을 때 뿌듯함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두 번째 M은Membership, 소속감을 갖는 것이다. 조직원들이 온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사람들은 회사에 올 때 이러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게 된다. 회사가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직원들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다.


세 번째 MMeaning, 즉 의미다. 밀레니얼세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일의 의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일에서 재미를 느끼고 싶어한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친구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회사에서 일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혁신을 이루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밖에 없다. 변화의 도중에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면 그 실패에 숨겨진 엄청난 성공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협업 도구를 제공하는 슬랙(Slack)이 그 예다. 슬랙은 다중플레이어들이 함께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의 핵심이 게임이 아님을 깨달았다. 메신저에 주목한 것이다.


결국 슬랙은 비디오 게임 대신 협업 툴 개발에 전념해 성공했다. 이렇듯 현 상황을 인내하면서 조직 밖에서 사고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자신만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8호

강연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

정리 이미영 기자


인터비즈 김정관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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