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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 칭찬스티커 1갭니다. "잠깐! '무원칙 KPI'는 안 돼요"

조회수 2020. 7. 2. 13: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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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료 : 게티이미뱅크 l 인터비즈 가공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어릴 적 '칭찬 스티커' 한 장을 받으려고 기를 쓰고 발표를 한 기억이 있다. 사과, 포도, 하트.. 형형색색 다양한 스티커들을 모아가며 한 판을 다 채웠을 때의 뿌듯함은 열살 배기 애들이 수업에 집중하게 만들어줬다. 다른 친구들이 어느정도 했는지를 보면서 승부욕을 불태우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명시적으로 어느 정도 했는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때 동기 부여가 된다. 기업들도 이를 알기에 핵심성과지표(KPI)를 운영해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다만 KPI가 정말 업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도 크다. DBR 290호에 소개된 기사를 통해 KPI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목표 달성 여부를 알기 위해선...기업도 개인도 KPI

출처: 위키피디아
'혁신과 기업가 정신(1985)' 등을 저술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주창한 목표관리(MBO, Management by Objectives)가 도입된 이래 많은 회사가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지표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운영하고 있다.


KPI는 조직 또는 개인의 목표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선정하는 지표인데 KPI로 선정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측정 가능성’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이익 추구’다. 따라서 대부분의 KPI는 ‘측정 가능성’이라는 조건과 맞물려 매출액 성장률, 영업이익률 등 재무지표 위주로 선정되곤 했다.


하지만 조직 내에는 다양한 부서 및 다양한 업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재무지표만으로는 조직 또는 개인의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비재무적지표’ 또한 중요한 KPI로 선정되곤 한다. 가령, 인적자원관리(HR) 부서의 경우에는 인력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3년간 이직률, 핵심 인력 유지율 등을 KPI로 선정하는데 이런 지표가 비재무지표의 단적인 예다.


문제는 부서나 직원들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KPI를 발굴하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데 있다. 사례를 통해 적절한 KPI를 발굴해가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올바른 KPI 선정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나무종합회사는 직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사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사내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직원들에게 ‘복지포인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매월 말, 한 달 동안 대여 건수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책을 대여한 직원들을 선정해 포인트를 수여했는데 그 덕택인지 초기엔 사내 도서관을 이용하는 직원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시행한 지 몇 개월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얇은 책이나 만화책 위주로 대여가 늘어나는가 하면 읽지도 않으면서 월말에는 대량으로 책을 대여했다가 반납하는 건수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직원들은 책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바꿔야 사내 도서관이 의도했던 대로 잘 운영될 수 있을까?


단순히 대여한 책의 수량을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에는 애초에 직원들이 책을 읽게 만들겠다는 목표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회계에서는 올바른 KPI를 선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① 측정 가능성 ② 업무 대표성 ③ 관리 가능성 등을 소개하고 있다.


측정 가능성이란 말 그대로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직원의 행복지수’를 KPI로 선정할 경우에는 이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행복지수’를 객관화해 평가하기는 극히 어렵기 때문에 측정 가능성 측면에서 좋은 KPI라고 볼 수는 없다.


업무 대표성은 선정된 KPI를 통해 수행하는 업무가 목표 달성을 위해 갖고 있는 대표성을 뜻한다. ‘도서관 출입 횟수’ 같은 지표는 도서관 활용을 장려하는 보조적인 지표로는 활용될 수 있지만 도서관에 자주 방문한다고 해서 책을 빌리는 횟수가 직접적으로 늘어난다고는 볼 수 없다. 즉, 업무 대표성 측면에서 적절한 KPI 지표라고 보기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관리 가능성이란 선정된 KPI가 내부적인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령, 물가지수를 KPI로 선정하고 급여 인상을 물가지수에 연동한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물가지수는 한 회사의 직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관리하기 어려운 지표이므로 KPI로 선정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KPI가 문제? 활용을 잘 못해서 문제!

출처: 출처 : Klipfolio website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나무종합회사가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대출 권수’로 측정되는 현재의 KPI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 실제 직원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책을 읽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간략한 ‘독서감상평’을 사내게시판 등에 등록한다든지, 아니면 책과 관련된 퀴즈를 풀게 하고 통과하는 경우에 한해 책을 읽었다고 인증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단순 독서 장려가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독서를 장려하거나 인문학 등 특정 분야와 관련된 책 읽기를 장려하는 게 목적이라면 도서 유형별로 가중치를 둘 수도 있다.

 

또한 한 달간 가장 많은 책을 대여한 사람, 한 달간 독서감상평을 많이 제출한 사람, 전공 서적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 등 복지 포인트를 다양한 기준으로 분산해 제공하는 것도 두루두루 독서를 장려하는 방법일 수 있다.

 

기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KPI 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불만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다. 때로는 KPI 무용론을 주장하거나 기업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날 선 비판이 들려오기도 한다. 조직이 목표로의 몰입만을 강조하면 직원의 창의성을 저해하기도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목표를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KPI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올바른 KPI를 발굴하지 못하고 원활하게 운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90호

필자 김범석 회계사

인터비즈 조지윤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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