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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앞바다 섬을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인 사연은?

조회수 2020. 6. 29.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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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토비에 등장하는 4명의 캐릭터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 그중에서도 키가 가장 큰 보라돌이는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 항상 보라색 옷을 입고 다닌다. 20년도 더 된 프로그램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머릿속엔 그 특유의 색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도 '보라색'하면 떠오르는 마을이 생겼다. 섬 전체가 보라색으로 꾸며져 있어 일명 '퍼플섬'으로 불리는 곳이다.


주민들의 한마음 한뜻으로 만들어진 '보랏빛' 마을

전남 신안군 안좌도 앞바다에는 반월도와 박지도라는 두 섬이 있다. 두 섬은 1.4km의 다리로 건너올 수 있을 만큼 가까운 형제섬이다. 두 섬의 인구는 120명 정도. 신안군에 따르면 이 한적한 마을에 지난 5월,매 주말마다 4000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과거 그 흔한 카페 하나 없던 공간이 '퍼플섬'으로 단장한 이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 섬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2015년부터 진행해 온 테마 섬 조성 사업과 관련이 있다. 신안군은 40억 원을 들여 약 5년 동안 보라색을 콘셉트로 한 '퍼플섬'을 만들어왔다. 섬에 있는 집 지붕과 담벼락, 다리, 정자, 공중전화 부스, 식당 등 섬 안의 모든 곳은 똑같은 보라색으로 칠했다. 해안 산책로에는 라벤더, 수국, 자목련등의 보라색 계열 꽃을 심어 보랏빛 둘레길과 등산로를 개설했다. 섬 곳곳에는 퍼플섬의 콘셉트에 맞게 보라색으로 칠한 조형물도 찾아볼 수 있다.


신안군이 퍼플섬으로 색을 입기 시작한 것은 2024년까지 진행되는 '가고 싶은 섬 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가고 싶은 섬 사업은 전국의 24개의 섬을 선정해 주민은 살고 싶고 관광객은 찾아오고픈 섬 조성을 위한 정책이다. 반월도와 박지도는 2015년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어 주민과 전문가들이 협력해 퍼플섬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퍼플섬으로 테마를 정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 없지만, 신안군에서 슈퍼도라지를 시범 재배할 당시 도라지꽃이 보라색인 것에서 착안해 퍼플섬으로 명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섬 주민들 역시 보라색 섬 가꾸기에 적극 동참했다. 보라색 옷과 마스크를 맞춰 입고 나와 관광객을 맞이하는 등 퍼플섬에 자연스럽게 어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관광객들을 위한 마을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바리스타 교육을 받거나 넓은 섬을 쉽게 돌아볼 수 있도록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 중이다. 퍼플섬은 현재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7월에는 관광지로서 정식 개장과 유료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반월·박지도는 몇 년에 걸쳐 '퍼플섬'으로 변화해가면서 해당 섬의 자연경관, 시설, 명소 등을 일관된 컬러 콘셉트로 만들었다. '퍼플섬'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부터는 '반월·박지도'보다 관광객들이 더 쉽게 떠오르고 더 오래 각인시키는 이름이 되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사진 명소로 알려지며 SNS를 통한 바이럴 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다. 어느 지역에나 꽃과 나무, 다리, 집 등 자연 경관과 시설들이 존재하지만 여기에 보라색을 더해 퍼플섬만의 특색을 만든 것이다.

퍼플섬과 같이 도드라지는 특징은 관광객의 이목을 사로잡은 수단이 된다. 지금 당장 어딘가로 떠난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자연경관이 있거나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곳, 에펠탑과 같이 도시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는 곳처럼 그 도시만의 특색이 있는 곳을 떠올릴 것이다. 도시들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특색 있는 곳이 되고자 노력한다.


뉴욕의 '아이러브뉴욕'과 포르투의 '푸른타일'은 색깔, 디자인을 통해 확실한 콘셉트로 브랜딩한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에 가면 거리의 포스터, 관광 상품, 가게 등 어디서나 쉽게 'I ♡ N.Y'를 볼 수 있다. 이는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은 슬로건으로 심플하면서도 애국심과 도시의 평화라는 의미를 한눈에 표현했다. 슬로건이 만들어질 1970년대 후반 당시 도시를 살리기 위한 희망에서 출발해 아직까지도 뉴욕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포르투(Porto)는 포르투갈의 항구도시로 도시 곳곳에 물결을 상징하는 '푸른타일'의 벽이 많았다. 파란색과 흰색의 조합으로 조화롭게 장식되어 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파란색을 메인 컬러로 정하고 포르투의 공공시설물과 명소 등을 표현한 아이콘을 만들었다. 이후 거리에 아이콘을 이용한 옥외광고나 공공시설물에 이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포르투만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한 가지 색과 간단한 디자인으로 아이콘 하나로도 포르투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고유 색깔 가진 마을? 해외선 유명해!

도시에 색을 입히는 것 역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강력한 요소가 된다. 특색이 대중에게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토리가 입혀지면 특색은 더 강렬해진다. 해외에서는 색깔을 이용해 관광지로 유명해진 곳이 여럿 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후스카르(Juzcar) 마을은 다른 스페인의 마을처럼 새하얀 색깔의 건물과 집들이 줄지어있는 특색 없는 마을이었다. 산속이라 인적도 드물고 마을 사람들도 점점 더 고령화되면서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후스카르는 201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의 시즌2 영화 시사회 장소로 제의를 받았다. 20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작고 아담한 마을인데다가 버섯 생산지로 유명해, 유럽의 깊은 숲속에 옹기종이 모여 버섯집에서 생활하는 스머프와 이미지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제안을 받아들인 이후 후츠카르는 영화 홍보를 위해 마을 전체를 파란색으로 도색했다. 마을 곳곳에는 스머프 동상과 버섯집, 포토존을 설치하고 벽화를 그려 동화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는 곧 '스머프 마을'로 알려지면서 200명 정도 거주하던 마을에 영화 프로모션 기간동안 약 2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마을 주민들도 스머프 마을로 변한 이후 '마을에 생기가 생겼다'면서 스머프 복장을 하고 마을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화 시사회가 끝나면 마을을 다시 하얀색으로 도색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투표에 따라 파란색의 마을로 남았다. 이후 스머프 박물관이나 음식, 기념품 등도 제작하며 현재까지도 관광객들 유치에 성공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 파추카에 있는 팔미타스(Palmitas) 역시 도시에 색이 입혀져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독특하게도 이 마을은 무지갯빛으로 물든 마을이다. 사실 파추카는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은광 도시로 주로 일용직 근로자들이 살던 곳이었다. 심지어 경사가 가파른 산지에 집들이 매우 가까이 붙어있는 빈민촌이었다.


출처: 저먼 크루 인스타그램

이 마을에 변화가 일어난 건 스트리트 아트 그룹, 저먼 크루(Germen Crew)와 멕시코 정부가 협력해 거대한 마을 벽화를 만들면서부터다. 이들은 제각기 다른 외벽을 균일하게 다듬고 흰색 페인트로 덮은 후 다시 형형색색의 색깔의 페인트로 벽을 칠해 한 폭의 그림을 완성했다. 1년 2개월 동안 2만 리터의 페인트를 사용해 6만 5천 제곱피트, 총 209가구에 벽화를 그렸다.


출처: 저먼 크루 인스타그램, 익스피디아

주민들 역시 처음에는 의욕이 없었지만 차츰 색이 입혀지면서 자발적으로 채색작업을 도왔다. 이후 팔미타스는 멕시코 내의 관광지로 거듭나 주민들은 일자리를, 마을에는 관광수익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청소년 범죄율도 크게 줄어들었다.



※ 참고 자료 : 편의점 하나 없는데 관광객 북적···'와서 보라'는 신안 퍼플섬

※ 출처 미표기 이미지 :신안군, 박월·박지도 홈페이지

인터비즈 박은애 조정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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