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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이 더 이상 재미없는 이유?

조회수 2020. 6. 5.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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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퇴사하려고 해요?"

"회사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어요. 일도 너무 재미 없고."

커리어 컨설팅 때 자주 나누는 대화 중 하나다. 왜 많은 직장인들은 산업과 직무를 막론하고 같은 불만을 토로할까. 원인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고민을 정리해본 결과 아래와 같은 그래프가 도출됐다.

X축은 시간이고 Y축은 배움의 기쁨이다. 업무 초기에는 시간이 갈수록 배움의 기쁨이 커져 일이 재미있고 나랑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지면 배움의 기쁨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업무 난이도에 따라 그래프가 꺾이는 시점은 달라진다. 누군가에겐 몇 년이지만 또 누군가는 고작 며칠만에 그래프가 꺾이기도 한다.

'업무 초기의 만족도 착각'이라 이름 붙인 이 그래프는 언젠가는 꺾인다. 직장에서의 업무는 언젠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배움의 기쁨이 평행 상태를 지속하게 되면 소위 말하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일에서 흥미를 잃고 종국에는 이 일이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그래프를 아는 것만으로 현재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커리어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Refresh에 대해


인간은 배움의 기쁨이 끊임없이 우상향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직장에서 그런 일은 만나기 쉽지 않다. 그래프가 우상향하는 형태 외에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형태가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배움의 기쁨이 refresh되는 형태다.

배움의 기쁨이 자주 refresh되는 일의 대표적인 예가 컨설팅펌이다. 3~4개월마다 담당하는 산업과 기업의 종류가 바뀌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루틴한 업무가 아닌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하는 홍보대행사나 광고대행사도 비슷하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배움의 욕구가 큰 사람이 많다. 그 외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업무 특성사 배움의 기쁨이 refresh되지 않기 때문에 직무 변경이나 이직을 통해 그 효과를 얻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승진이 되거나 팀장이 돼 배움의 기쁨이 refresh되기도 한다. 새로운 역할에 따라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기고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진다. 직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따로 공부해야 하고, 리더십과 조직관리에 대해서도 신경써야 한다. 그래서 승진하거나 직책이 생기면 개인 입장에서 매너리즘이 줄어들고 다시 일에 몰두하게 된다. 물론 배움의 기쁨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커지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인간은 정체보다는 '성장'을 좋아한다.

'업무 초기의 만족도 착각' 개념을 개인의 커리어 고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실제 커리어 컨설팅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 조언한 내용을 소개한다.

김지연씨(가명)는 두 번의 이직을 거쳐 현 회사에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다시 이직을 고민 중이다. 처음엔 일이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재미 없어지면서 비전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지연씨에게 '업무 초기의 만족도 착각' 그래프를 소개했다. 이직은 그래프를 refresh 시키는 하나의 방편일 뿐, 배움의 기쁨이 포화되면 또 비슷한 불만을 가지게 될 거라 설명했다. 상담 후 지연씨는 현재 회사에서 혹은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배움의 기쁨을 얻는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4년차 직장인 김대욱씨(가명)는 최근 회사생활에 대한 짜증과 불만이 커졌다. 회사 가기도 싫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매너리즘 때문이지 애당초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 그런건지 정확한 이유를 몰라 더 답답하다. 일에 대한 이해도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 대욱씨는 '업무 초기의 만족도 착각'에 크게 공감했다. 3년차까진 일이 재미있었는데, 그 이후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업무 주기를 두 번 반복한 시점과 일치했다. 루틴이 반복되는 데다 업무하며 생긴 다른 불만들까지 덕지덕지 붙으면서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됐다.

흔히 회사 3~4년차에 고비가 온다고들 한다. 이 말은 업무 초기 만족도 착각 그래프와 연관된다. 이 그래프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회사생활이 재미없는 이유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물론 배움의 기쁨이 포화된 것 이외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더 이상 성장하고 배울 여지가 없다는 현실이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불만을 해결하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불만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해결책 또는 대안을 찾을 있다.

둘째, 배울 수 있는 주제를 직접 찾아나설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회사는 우리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계속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회사가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직접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우리는 초중고등학교 때는 수능을 위해 달려왔고, 대학 때는 취업을 위해 내달렸다. 늘 외부에서 주어지는 숙제를 완수하는 삶을 살다보니 스스로 숙제를 찾아 완수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회사는 회사가 필요한 만큼의 숙제만 내준다. 더 배울 게 없다고 느껴진다면 직접 숙제를 찾아 배움과 성장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

팀장이라면, 팀원들이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상태인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화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배움의 기쁨이 포화상태인지 확인해보고 일하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을 함께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팀원들 역시 과거의 당신처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필자 전준하 대표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 그래픽 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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