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네~" 뒤에서는 딴소리하는 팀원..어쩌지?

조회수 2020. 5. 31.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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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팀원을 최대한 예우하고 있어요."

임 팀장 팀에는 나이가 6살 많은 팀원(A)이 한 명 있다. 연상이다 보니, 혹시라도 나이 어린 팀장으로 인해 마음이 상할까 배려한다. 업무 지시를 하거나 회의 시 존칭에 각별히 신경쓴다. 다른 후배들 앞에서 민망하지 않도록 부정적 피드백도 조심해 전달한다. 회사에서는 나이가 아니라 직급으로 움직인다고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상 아직 나이 어린 팀장이 나이 많은 팀장을 대하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자꾸 뒷말을 하는데, 그냥 넘어가야 하나요?"

처음 A가 팀원으로 온다고 했을 때 임 팀장은 부담스러웠지만 잘 지낼 거라 생각했다. 회사에서 마주한 A는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함께 업무를 하자 갈등이 시작됐다. 업무 지시를 하며 "이 부분 다시 수정해서 가져오시죠"라고 말하면 앞에서는 "알겠습니다, 팀장님"이라고 답하고는 바로 돌아서서 구시렁댔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근처에 앉은 팀원에게 "이 방향이 맞아? 전혀 아닌 것 같은데"라고 얘기하는 소리가 임 팀장 자리까지 들렸다. 민망해져 "제 생각과 조금 다르신가봐요?"라고 물으면 "아닙니다. 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다시 싹싹한 답이 돌아왔다.

뭔가를 지시하면 앞에서는 흔쾌히 대답을 하고 뒤에서는 다른 직원들에게 "논리가 이상하다" "팀장이 뭘 잘 모르는 것 같다" 등 업무 스타일을 지적하는 뒷말을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임 팀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적하자니 쪼잔해보일 것 같고, 넘기자니 화가 나고!


요즘은 나이 어린 팀장과 나이 많은 팀원이 한 팀에서 일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시대가 바뀌어 예전처럼 조직에서 연공 서열이 중요하지 않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본인보다 나이 많은 팀원을 만나면 조심스럽다. 나이 어린 팀원을 대할 때와는 다른 차원에서 신경 쓸 점이 많다.

나이 많은 문제 팀원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일 잘하면서 팀장을 존중하지 않는 부류와, 일도 못하면서 불만만 가지는 부류다. 사실 팀장 입장에서 더 안전한 건 후자다. 일처리도 제대로 못 하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은 주위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다른 팀원들도 팀에 도움이 안 되는 고참이라 생각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팀 분위기엔 긍정적이진 않지만 팀장 위상에 직격탄을 입히진 않는다.

전자는 다르다. 경험도 많고 업무 능력도 있기 때문에 팀 내에서 '빅마우스' 역할을 한다. 그런 사람이 후배 팀원들에게 팀장의 일처리 방식이나 능력을 시시때때로 비판하는 건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팀원들 대부분이 나이 많은 팀원의 이야기에 동조하게 되면 팀장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팀장의 지시에 팀원들이 사사건건 "저건 아닌 거 같은데" "우리 팀장은 왜 저래"라고 말하는 걸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단속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대놓고 팀장에게 반기를 든 것도 아닌데 따로 불러 시시콜콜 이야기하자니 쪼잔해 보일 것 같다. 쿨하게 넘기자니 도무지 머릿속에서 그 상황이 떠나질 않는다. 밤마다 침대에 누워 '얘기할 것 그랬나? 아니 안 한 게 잘한거지?'를 반복하며 뒤척일지도 모른다.

썩은 사과의 법칙은 반드시 적용된다


'썩은 사과의 법칙'은 경영학자 미첼 쿠지와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홀로웨이가 만든 개념이다. 조직을 망치는 문제적 인물, 썩은 사과(Bad Apples)는 3가지 독특한 행동패턴을 보인다. 첫째, 누군가를 창피하게 만드는 행동을 한다. 대상을 정해서 지속적 모멸감을 준다. 둘째, 소극적 적대행위를 한다. 대놓고 앞에선 싸우지 않도 소극적으로 공격하며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본인이 같은 생각을 하도록 패거리를 만든다. 원래 슬쩍 던지는 말 한마디가 더 잊지 힘든 법이다. 마지막은 업무 방해다. 이들은 원활한 업무 흐름을 끊어 협업을 저해한다.

어디서 본 얘기 같지 않은가? 놀랍게 임 팀장 사례에 나오는 나이 많은 팀원 A의 행동과 딱 들어맞는다.

다른 과일이 썩기 전에 상한 사과를 꺼내듯, 조직에서도 '썩은 사과'의 문제 행동을 도려내야 한다. 썩은 사과의 행동을 하나 둘 참고 넘기다보면 썩은 사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팀장이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 팀장 뒷담화를 했고, 그걸 듣고도 팀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순식간에 정상적인 팀 모습을 잃어버릴 수 있다.

썩은 사과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나이 많은 팀원과 계속 일을 해야 한다면 한 번은 잘못된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를 '인생 선배'로 대접하는 건 그 후의 일이다. 일대일로 만나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팀장으로서 불쾌했다는 점과 다시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는 점을 정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해당 팀원의 일처리 및 업무 태도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면 팀원을 내보내는 게 낫다.

경영학 조직행동론 교과서에 'Leadership is not friendship'이란 문구가 있다. 리더는 팀을 이끄는 대표이자 상사이지 친구가 아니라는 기본 원칙을 꼭 기억하자.

​필자 성균관대 경영학부 함규정 겸임교수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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