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세대나 입는다는 오명 씻고자 젊은 애들 공략 나선 이 "브랜드"?

조회수 2020. 5. 3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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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과 아웃도어 룩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아웃도어 범주에 등산이 포함되지만 대중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전혀 다른 카테고리처럼 느껴진다.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등산복은 원색에 촌스러운 디자인 그리고 중장년을 떠오르게 한다. 반면, 아웃도어는 ‘요즘 스타일’이다.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는 사람이 늘면서 파타고니아 등 아웃도어 브랜드가 인기다.

코오롱스포츠는 스스로 아웃도어 브랜드임을 내세우지만 ‘등산복’ 이미지가 강했다. ‘코오롱=등산복’은 두 가지 측면이 담겨있다. 1973년 등산복으로 시작해 인기를 누렸던 브랜드의 영광과 올드한 이미지. 많은 장수 브랜드가 비슷한 문제에 봉착한다.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젊은 세대들에겐 ‘부모님 세대의 브랜드’로 인식되곤 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제품 리뉴얼만으론 부족하다. 코오롱 스포츠는 ‘공간’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에 나섰다.

청계산과 낙원상가에 자리잡은 ‘솟솟’

지난해 ‘솟솟’이란 이름의 콘셉트 매장 두 곳이 각각 청계산과 낙원상가에 문을 열었다. 솟솟은 코오롱스포츠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상록수 로고를 한글로 형상화한 것이다. 팔도비빔면을 ‘괄도네넴띤’, 너구리 라면을 ‘RtA’ (거꾸로 보면 너구리로 읽힘)로 표기하는 요즘 트렌드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콘셉트 매장 위치로 산을 택한 건 뻔해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뻔하지 않다. 청계산 등산로 입구엔 아웃도어 의류 판매 상설 매장이 줄지어 있다. 철수했던 코오롱이 다시 들어온다고 하자 주변 매장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코오롱이 왜 이렇게 작게 들어와?”란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솟솟618’은 옷을 팔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휴식 공간을 콘셉트로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닥에 깔린 자갈이 밟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자연에서의 경험이 단절되지 않고 솟솟618로 이어진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나무 바닥과 나무로 깎은 의자 등이 진짜 산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벽난로는 이 공간에 아늑함을 더한다. 매장 밖 볕이 잘 드는 곳엔 캠핑 의자가 놓여있다. 매장 안팎에서 1층 카페에서 산 음료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출처: 솟솟618 내부

코오롱스포츠 비주얼팀 김정은 팀장은 “솟솟618은 옷(제품)이 아닌 신뢰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언제든 편히 와서 쉬고 기댈 수 있는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낙원상가에 자리잡은 ‘솟솟상회’는 의외의 선택처럼 보인다. 코오롱스포츠와의 접점이 없어 보인다. 여기엔 자연뿐만 아니라 도시 속에서 만나는 자연도 아웃도어 영역으로 끌어들이고자 한 코오롱의 생각이 깔려 있다. 청계산 솟솟618과는 타깃층이 다르다.

한 가지 더. 낙원상가는 코오롱과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51년 된 낙원상가와 47년된 코오롱스포츠는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서울이지만 젊은 세대에겐 낙원상가가 낯선공간으로 다가간다는 것도 이곳을 고른 이유 중 하나다.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 역시 특유의 낯섦으로 젊은 층을 끌어 당겼다.

고객이 오지 않는다면 찾아나서자

‘솟솟’의 궁극적 목적은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것이다. 코오롱스포츠는 보통 백화점 매장이나 직영점에서 판매된다. 기존 코오롱 고객들은 백화점 매장을 찾지만 젊은 세대는 다르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된 요즘, 백화점에서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 백화점 매장에선 공간의 한계 때문에 코오롱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다.

“잘 성장해왔고, 계속 성장 중인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다.” 코오롱스포츠가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다. 공간 한편에 처음 나이론 원사를 국산화한 것, 신발끈 ‘헤라클레스’가 가장 강하고 질긴 신발끈으로 기네스에 오른 것, ‘Ver.09 라이프텍 재킷’이 2020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것 등 코오롱의 역사를 적어두었다. 고객들로부터 재구매한 70~80년대 헤리티지 제품들도 전시해놓았다.

또, 코오롱의 슬로건인 ‘자연으로 가는 좋은 방법(Best way to nature)’을 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솟솟618과 솟솟상회 모두 인테리어에 폐자재가 활용됐다. 솟솟상회의 경우 오픈 즈음 문을 닫은 코오롱 청담직영점을 철거하며 나온 자재들을 가져와 재활용했다. 청담점 벽면이 솟솟상회에선 입구와 계산대 그리고 벤치가 됐다. 또, 만든 지 3년이 지나 소각 대상인 재고를 가져다 리폼한 제품을 판매한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김 팀장은 “매장 전체가 자연으로 가는 방법을 소개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많은 패션 브랜드가 그렇듯, 코오롱스포츠 역시 친환경을 중요한 제품 생산 원칙으로 삼고 있다. 2023년까지 코오롱스포츠 상품 절반에 친환경 소재나 친환경 공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노아 컬렉션 상품은 이미 100%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다. 매장에서 자주 쓰는 옷걸이도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 전국 매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기사를 찾아보지 않는다면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긴 쉽지 않다. 반면 매장을 방문해본 사람이면 코오롱이 추구하는 바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체험의 힘이다.

그들의 언어로 말한다

메시지 못지 않게 전달 방식 역시 중요하다. 타깃으로 삼은 그들의 언어로 말해야 통한다. 솟솟은 재미와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에 맞춰 네임택을 만들고 와펜을 부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솟솟618에 가면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은 자투리나 재고 원단에 원하는 문구를 자수로 새긴 네임택을 만들 수 있다. 솟솟상회에선 코오롱의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와펜들을 옷이나 신발, 가방 등에 부착해준다. 대부분의 와펜이 코오롱 제품이나 과거 로고 등을 활용해 제작됐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코오롱의 역사를 소개한다.

출처: 코오롱 로고 등을 활용한 와펜들

고객들은 코오롱 제품이 아니어도 와펜을 부착한다. 파타고니아 티셔츠에 코오롱이라 써 있는 로고를 붙이는 식이다. 네임택과 와펜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은 젊은 세대의 특성을 제대로 파고 들었다. 인스타그램에 ‘솟솟’을 검색해보면 네임택과 와펜 부착 아이템 게시물이 다수 나온다. 고객에게 일부지만 코오롱을 ‘소유’하게 하며 자발적 SNS 바이럴까지 유도하는 셈이다.

최근 3인조 인디밴드 새소년을 모델로 발탁한 것도 밀레니얼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솟솟상회와의 연결고리도 있다. 코로나19로 무산됐지만 코오롱스포츠는 솟솟상회에서 새소년 콘서트를 진행하려 했다. 주목도 높은 행사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함이다.

그밖에 앞으로 솟솟상회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의 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6월엔 스니커즈 브랜드 ‘마더 그라운드’ 팝업 매장을 연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며, 자연과 사람 그리고 소비자와 제작자의 상생에 관심을 둔 브랜드다. 처음부터 유통마진 없이 자체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걸 원칙으로 삼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솟솟은 결이 비슷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고객에게 코오롱을 알릴 계획이다.

인터비즈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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