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가 로고를 바꿨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이유?

조회수 2020. 5. 30.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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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가 되면 매출량이 급증하는 책이 있다. 바로, ‘트렌드’ 도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9년 11월부터 약 2달간 온, 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0’이 1위를 차지했다.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반영된 기록이다. 이처럼 트렌드를 잘 알고 대응하는 것은, 때때로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미래를 예측해 소비의 흐름을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트렌드에 집착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면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트렌드라 부른다고 다 같은 트렌드는 아니다

우리가 뭉뚱그려 부르는 ‘트렌드’는 지속 기간과 영향을 미치는 범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자연 생태계처럼 아주 긴 기간 동안 천천히 변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메타 트렌드(meta trend)라고 한다. 그다음으로 20-30년 터울로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사회문화적 변화를 메가트렌드(mega trend)라 부른다. 보통 10년 이상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조하는 흐름이며 대표적으로는 IT 트렌드가 있다.

단기간, 일부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마이크로 트렌드(micro trend)라고 부른다. 이는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싹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주류로 부상하고 정치, 경제적으로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영향력이 커진 트렌드다. 마지막으로 6개월 혹은 1년 정도 밖에 지속되지는 않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다음에 급속도로 사라지는 것은 패드(fad)라고 한다. 하얀 국물 라면, 패션 트렌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트렌드 타면 무조건 성공하는 기업이라고?

바람의 힘으로 가는 배는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면 배가 항해하기 수월하다. 반면, 바람이 반대로 불면 항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어떤 분야에서 기술이 발전하거나 소비자의 수요가 많아지면 그 분야의 사업이나 기업들은 훨씬 수월하다. 이처럼 트렌드를 타면 사업하기 더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어떤 경우에 그럴까?

첫째, 어떤 트렌드가 오래갈 줄 알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그 트렌드가 이어지지 않고 패드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우, 기업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둘째, 어떤 트렌드가 매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일부 계층에만 국한돼 더 넓게 확산되지 않는 경우다. 기업이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가 팔리긴 하지만 시장이 제한된다.

셋째, 특정 트렌드가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트렌드이면 기업들이 서로 이 분야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진다. 그만큼 기업의 수익성은 약해진다.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들었는데 어느새 레드오션으로 바뀌는 것이다.


트렌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렇다면 트렌드 함정에 빠지지 않고 트렌드를 잘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초기에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늘어나는 수요에 적절히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렌드를 너무 일찍 발견하면 수요가 늘어나길 기다리다 지칠 수 있다. 또 트렌드의 수명이 짧으면 상품을 개발해도 판매를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트렌드를 파악했다 해도 상품을 실제로 개발해 판매에 나설 때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일찍부터 친환경적인 로하스(LOHAS)1트렌드를 감지했다. 그들은 자사의 모든 면제품을 100% 유기농 면으로 만들고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만든 솜털을 개발해 제품에 사용했다. 또한 직원들은 환경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후원하여 친환경적 가치관을 몸소 익혔다.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환경친화적인 기업으로 인식되어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까지 파타고니아 매출은 2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는 사명 아래 필(必)환경 소비 트렌드에 걸맞는 브랜드로 성장해가고 있다.

둘째, 트렌드와 무관하게 행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개성과 취향보다는 시대적 조류와 타인의 소비에 민감하게 반응해 자신의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관, 취향에 따라 구매를 결정한다. 무작정 트렌드를 따르기보단 자신만의 색깔을 확고히 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18세기에 시작한 아일랜드 흑맥주 브랜드 기네스는 트렌드에 맞추어 브랜드 로고를 오랜 시간 변화시켜왔다. 하프 모양의 심볼, 로고타입, 설립자 아서 기네스의 시그니처로 구성된 로고는 트렌드에 맞게 조금씩 바뀌었다. 하프모양은 심플하게, 로고타입은 세리프체(타이포그래피에서 글자와 기호를 이루는 획의 일부 끝이 돌출된 형태)에서 세미 세리프체로, 시그니처는 좀 더 곡선이 큰 유연한 모양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2016년 리브랜딩을 진행한 기네스는 심플해지던 로고를 과거 사용하던 디테일한 하프 모양 로고로 다시 바꾸었다. 유행에 따른 심플한 로고엔 기네스만의 풍부한 유산과 전통이 담겨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트렌드를 만드는 트렌드세터(trend setter)가 되는 것이다. 어떤 현상이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생긴 직관으로 대세가 될 트렌드인지 파악하고 용기 있게 이를 추진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마켓컬리는 새벽 배송 시장을 연 트렌드 선도자다. 2015년, 김슬아 대표는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고기, 채소, 우유 등 신선식품을 문 앞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준 서비스에 관심이 쏠리며 시장이 커지자 2018년 쿠팡이 '로켓프레시'를 선보였고, 2019년엔 이마트가 뛰어들었다. 다양한 유통 강자들 등장에 마켓컬리의 운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 4289억원에 영업손실 98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에서 여전히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대명사로 불리고, 최근 2000억원대 투자를 받는 등 차별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는 만큼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트렌드보다 조금 늦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선두주자는 화려하지만 사업 리스크가 많고 상품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른 기업의 상품을 잘 모니터 했다가 시장이 무르익으면 아주 공격적으로 진입하는 것도 현명한 전략이다. 대신 후발주자는 무조건 달라야 한다. 선발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다른 무언가를 제공하지 못하면 결코 추격할 수 없다.

인터비즈 조정현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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