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VS코카콜라.. "브랜드" 가리고 마셔본다면?

조회수 2020. 5. 28.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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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기 행동의 의미를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고 어떠한 소비나 행동을 하곤 한다. 무의식이다. 심리학에선 무의식을 ‘자동화된 사고’나 ‘의식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나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례를 통해 증명하기 어렵지만 간과하면 안 되는 무의식적 행동에 대해 알아보자.


지식착각 : 차선을 바꾸려면 어떻게 했더라?

사람들은 스스로 잘 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무의식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불편해한다. 사람들이 무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과소평가하게 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안다는 느낌’이다. 


만약 삶에서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는 ‘안다는 느낌’, 즉 의식에 대한 근거 없는 편애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기를 원한다면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핸들을 조작해 차선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잠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차선을 변경하는 정확한 조작법은 먼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은 후 다시 중앙 쪽으로 돌렸다가 이번에는 왼쪽으로 그만큼 꺾은 후 다시 한번 더 핸들이 중앙에 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 방향 전환 문제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전형적인 지식 착각에 해당되는 답변을 한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의식은 우리의 실제 모습을 좀처럼 따라가지 못한다.


자동화된 사고: 이름이 주가에 영향을 줄까?

무의식의 막대한 영향력을 도외시한 채 굳이 의식의 관점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이유는 없다. 특히 무의식의 내용 중 스스로 의식하고 싶어하지 않을 만한 것이 있는 경우, 우리는 그럴수록 내면의 무의식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무의식은 우리가 잘 적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자동차와 아파트 임대를 위한 조건들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들은 전부 제공됐다. 


참여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읽으면 최상의 선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한 그룹의 참여자들에게는 정보를 읽고 최선의 선택을 위해 고민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산수 과제를 내 방해했다.

흥미롭게도 의식적 사고 조건보다는 무의식적 사고 조건의(의식적으로 자동차나 아파트를 생각하지 못한) 참여자들이 최상의 조건을 선택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자동차를 고르거나 아파트를 구입할 때처럼 고려해야 할 정보가 많은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자동화된 사고에 기초한 선택이 더 효과적이었다. 개인이 인정을 하건, 안 하건 간에 경제 활동에서 무의식의 역할은 중요하다.

다른 사례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의식을 지혜롭게 고려할 때의 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잘 보여준다. 앨터(Alter)와 오펜하이머(Oppenheimer)라는 기업 이름이 실제 주가에 영향을 줄까? 상식적으로 판단한다면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이 회사의 이름을 보고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그러한 상식과 달랐다. 연구자들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회사 10개의 주식과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회사 10개의 주식을 조사했다. 


1000만 원을 투자했을 경우 상장 첫날,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회사의 주식 가격이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회사의 주식가격보다 112만 원 더 높았다. 1년 후 그 차이는 333만 원으로 벌어졌다.


출처: DBR

물론 장기적으로 이러한 차이는 점차 사라져가게 된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기업에 대한 정보가 축적될 경우,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이름이 주는 익숙함과 안정감 이외의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모으기까지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왜 이름이 더 쉬운 주식이 가격이 높은지 인지하고 못하고 투자하는 것과, 인지하고 투자하는 것은 다르다. 결론적으로 지혜롭게 활용할 수만 있다면 무의식은 충분히 좋은 것이다. 따라서 굳이 의식만을 부당하게 편애할 필요는 없다.


집단 선호: 초록색 같은데 왜 파란색이라고 하는 거지?

우리의 무의식은 집단의 선호를 따른다. 프랑스 심리학자 세르주 모스코비치의 실험에선 개인이 집단의 명백히 잘못된 결정을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스코비치는 사람들이 특정 색을 오랫동안 응시한 후 백지를 보게 되면 앞서 봤던 색상의 보색이 흰 종이에 잔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현상을 이용했다.

실험 결과, 99% 사람들이 초록색으로 보는 색을 참여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참여자인 척하는 실험 진행자 여러 명이 초록색을 파란색이라고 보고했을 때, 참여자들은 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록색을 파란색이라고 응답했던 참여자들은 나중에 흰 종이를 봤을 때도 파란색의 보색인 주황색 잔상을 보고했다. 실제로 그들이 봤던 색은 초록색이었기에 흰 종이를 보면 나타나는 잔상은 보색인 빨간색이어야 했다. 


참여자들의 뇌는 초록색을 봤을 때조차도 동조효과로 파란색으로 지각한 셈이었다. 집단의 선택이 우리의 뇌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는 힘은 정말 강력하다.

실험은 많은 경우 사회적인 선호 판단이 개인적인 선호 판단보다 상대적으로 더 우위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소비자의 행동을 조사할 때 개인적인 선호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실제 행동의 방향을 예측하는 데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유명한 마케팅 실패 사례로 자주 다루는 것 중 하나는 코카콜라(Coca-Cola)사의 뉴코크(New Coke)일 것이다.


출처: flickr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만 해도 무려 60%가 넘던 코카콜라의 시장점유율은 1980년대에 25% 수준으로 급락했다. 콜라 시음회에 참여한 사람들 중 무려 3분의 2가 코카콜라보다 펩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경쟁사가 반복해서 유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카콜라사는 시음회에서 기존 코크보다 맛이 더 좋을 뿐만 아니라 펩시보다도 맛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은 신제품 뉴코크를 출시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뉴코크 출시 후 코카콜라사의 고객센터에는 항의 전화만 40만여 통이 걸려왔다. 결국 코카콜라는 기존 제품을 다시 시장에 내놓았고 뉴코크는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에 많은 연구에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진행되는 상황과 실제 소비자의 구매 상황은 다르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그 어떤 소비자도 판매대에서 상표가 가려진 채로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뉴코크의 실패 사례는 개인 선호에 대한 집단 선호의 우위현상을 보여준다. 코카콜라 상표는 집단선호에 대한 증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선택 과정에서 개인 선호가 아니라 뇌가 예측하는 집단 선호 신호에 더 강하게 이끌린다.


fMRI를 활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블라인드 테스트로 펩시를 시음했을 때와 달리 자신이 무엇을 마시는지 아는 상태에서 펩시를 시음했을 때 사람들의 뇌 반응은 달랐다. 


알고서 마실 때에 비해 모르는 상태에서 펩시를 시음했을 때 뇌의 *복측 피각(ventral putamen)이 5배나 더 강하게 활성화됐다. 개인적인 선호 측면에서 볼 때 확실히 펩시의 맛은 코크보다 시음자의 뇌에 더 강하게 어필했다.

하지만 시음자들은 자신이 어떤 걸 마시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늘 그러했듯이 코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음자가 집단의 선호를 반영하는 코크를 마실 때는 뇌의 내측 전전 두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 MPFC)이 활성화됐다. 


이 부위는 보상 및 손실과 관련된 의사결정, 기본적인 정서적 반응, 그리고 행동 계획 등과 관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마시는지 모를 때만 펩시를 더 선호했으며 사람들이 코크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맛 때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상 뇌가 대중의 집단 선호를 반영하는 제품인 코크를 더 좋아했던 것이지만 우리의 의식은 이것을 잘 알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 개인의 선호하는 가치에 높은 활성화를 나타내는 뇌의 부분


지불의 고통: 간편 결제가 늘어나는 이유

우리는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하는 중에도 불쾌한 감정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들의 뇌 속에 보상 경로뿐만 아니라 반-보상 경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보상 경로는 특정 대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산출하는 뇌 영역 간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러한 반-보상 경로는 싫어하는 대상뿐만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활성화될 수 있다.

소비에도 보상 경로와 반-보상 경로가 존재한다. 소비는 즐겁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죄의식의 세금’을 부과한다. ‘지불의 고통(pain of paying)’ 이다. 지불의 고통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면서 돈을 지불할 때 심리적인 고통을 경험하는 것을 뜻한다. 


fMRI를 활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사람들이 돈을 지출할 때 신체적인 고통을 처리하는 뇌 영역을 자극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늘어나는 간편결제는 이런 무의식을 조종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선불방식일 때 상대적으로 많이 구매하게 되고, 후불방식일 때 상대적으로 더 적게 지출하며, 개별 항목을 구입할 때마다 지불을 해야 하는 방식을 취하면 가장 지출을 적게 하게 된다. 


곧바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여행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모든 액티비티와 코스를 한꺼번에 다 결제하는 풀패키지 여행 상품을 선택할 경우 한 번에 큰돈을 쓰지만 딱 한 번만 결정을 하면 더 이상 ‘죄의식의 세금’을 낼 필요가 없기에 총액이 커도 고통이 그리 크지 않다.


지불의 고통 문제와 관계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아마존의 ‘원클릭’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아마존이 자사가 보유했던 특허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방어 전략을 썼던 핵심 아이템이었다. 


이 시스템에서는 고객이 마우스를 단지 한 번만 클릭함으로써 원하는 모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은 지불의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효과적인 책략 중 하나다. 페이팔(PayPal) 혹은 애플페이(Apple Pay) 등과 같은 간편 결제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대조적으로 다음의 사례는 소비생활에서 지불의 고통 문제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2012년 제이시페니(JC Penny)백화점의 신임 CEO 론 존슨(Ron Johnson)은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백화점에서 상품의 가격을 고의로 높게 책정한 뒤 마치 할인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격표를 만들어 붙이는 관행을 없애버린 것이다. 


문제는 백화점의 고객들이 이러한 공정한 가격 정책을 상당히 혐오했다는 점이다. 관행과 새로운 가격 정책의 차이는 실제 15만원짜리 물건을 15만원 가격표가 부착된 채 사느냐, 아니면 동일한 상품을 일단 200만원 가격표를 부착한 후 25% 할인해서 원래 가격인 150만원에 판매하느냐 정도였다. 


하지만 수많은 고객이 백화점으로 향하는 발길을 끊어 버렸고, 백화점은 1년 만에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치명적인 손해를 봤으며, 결국 론 존슨은 해고됐다. 론 존슨은 소비자가 같은 가격이라도 정가에 샀다고 생각하면 '지불의 고통'을 더 느낀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의식은 일상 곳곳에 숨어 소비, 선택, 디자인, 심지어 결혼생활에까지 영향을 준다.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고 무의식을 멀리 할 필요는 없다. 무의식을 잘 활용하면 남들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개인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지식 착각' '자동화된 사고' '집단 선호' '지불의 고통' 이 네 가지를 기억해두자.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6호

필자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인터비즈 김정관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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