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선 답십리역, 7호선 상도역에 "지하철 식물공장"이!?

조회수 2020. 4. 24. 15: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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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밥상에 올라온 작물은 '농부가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으로 길러낸다'는, 당연해 뵈던 생각이 틀어지고 있다. 스마트팜이 등장하면서다. 스마트팜은 기존 농업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ICT)을 활용한 선진 농업 시스템이다.


농업용 드론을 활용해 파종에 적합한 토양을 3D 지도로 제작할 수 있고, 딥러닝 기술을 통해 작물을 재배하는 환경정보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판별하기도 한다. 작물에 맞게 온도와 습도, 그리고 배양액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해 노동력을 최소화하면서 작물 품질을 높이는 게 스마트팜의 핵심이다.


스마트팜은 버티컬 팜 또는 식물공장의 형태로 도심까지 성큼 들어왔다. 바로 '메트로팜(metro farm)' 이다. 메트로팜은 서울교통공사와 농업회사 팜에이트(구 미래원)가 합작해 만든 스마트 농업 브랜드다.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지하철 역에 자리한 농장이다. 7호선 상도역에서 팜에이트 여찬동 재배팀 선임을 만났다.

도심 속 인공 텃밭, 왜 지하철이었을까?

메트로팜은 2019년 5월 답십리역에 이어 9월 상도역에 오픈했다. 메인 거점은 실 사용 면적 100평(395m2) 가량으로 가장 넓은 상도역이다. 이어 천왕역, 충정로역, 을지로 3가역도 오픈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왜 많고 많은 장소 중에 '지하철'을 선택한 것일까.


"지하의 공간 특성 상 여름이나 겨울에 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기도 하고, 사람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오고 가면서 스마트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지하철을 선택했습니다." 여 선임은 스마트팜이 건물 내부에 있어야 온도나 습도 유지가 쉽다고 설명했다. 지하라는 특성 외에도 사람들이 대중교통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설치했기에 홍보 효과가 크다고도 전했다.


단, 지하철 내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만큼 역사 안에서 자라는 작물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역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전체 농도는 오후 10시 기준 200 - 300 ㎍/m³수준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환경기준 '매우나쁨'을 한참 초과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 선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밀폐해서 운영하고 있고, 헤파필터를 통해 정화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측정기를 항상 설치해뒀는데 0-5㎍/m³정도로 오히려 외부의 미세먼지 '좋음'보다도 더 청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트로팜은 실제 수치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작물들이 청정한 공간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직원 단 2명이 관리하는 식물 공장..수확기간은 노지재배 절반

메트로팜은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메인 재배실과 체험 재배실을 철저히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 “옷이나 신발을 통해 벌레 알이 들어갔다거나 할 수도 있어서 실을 분리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스마트팜의 본질은 청정하고 벌레 없는 공간입니다. 애초에 병충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위생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체험 재배실에 직접 들어가 '실내수직농장'을 더욱 자세히 살펴봤다.

실내수직농장에서 길러지는 버터헤드레터스에 대해 설명 중인 여찬동 선임

실내수직농장에선 식물재배용 LED 전등과 배양액으로 햇빛과 토양을 대신해서 작물을 길러내고 있다. 토양 오염이나 병충해에 관한 걱정이 없다. 항상 일정하게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지도 않고, 3無(무농약, 무GMO, 무병충해) 환경 속에서 청정 채소를 24시간 365일 재배하고 있다.

이자트릭스, 버터헤드레터스 등 샐러드 재료로 많이 쓰이는 작물들이 주로 자라나고 있다. 각 작물은 처음엔 모판에서 촘촘하게 길러지고, 추후에 공간이 비좁아지면 넓은 공간으로 퍼뜨려준다. 이를 정식이라고 하는데, 작물 별로 파종날짜와 정식날짜를 꼼꼼히 기록해뒀다.


초록잎 채소 뿐만 아니라 식용꽃, 허브류, 레드를 포함한 엽채류도 실내수직농장에서 키울 수 있다. 특히 잎이랑 꽃을 모두 먹을 수 있는 팬지, 채심, 한련화 등을 일부 재배했었는데 테스트 후에 현재는 기르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단, 여 선임은 과채류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채류도 재배는 가능한데 당도가 발현되는 부분은 더 연구해야 해서 재배 작물로는 선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직원 2명이 50여평 규모 재배실을 관리하고 있었다. 특히 실내수직농장 수확물은 직원들이 직접 수확하고 있다. 걸리는 시간은 노지 재배보다 확연히 짧았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약 38일이다. 노지 재배의 절반에 불과한 시간이다.

물론 모든 과정이 자동화 된 시설도 있었다. 메트로팜 한켠에 위치한 오토 팜은 파종부터 재배, 수확까지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팔 다리가 있고,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로봇은 아니다. ICT 기술로 대기가스 농도, 빛, 온도, 양액 조성 등 재배환경 조건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었다.


오토팜의 가장 위쪽에는 발아한 씨앗들이 모판에 흩어져 있었고, 가운데 층엔 싹이 터서 조금 자란 작물들이 있었다. 가장 아래층에 있는 작물은 거의 다 자란 상태였다. 오토 팜에서는 주로 재배 기간이 짧은 작물들을 위주로 길러내며 24시간 내내 생산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각종 '체험 비즈니스' 강점..수익 개선은 과제

메트로팜은 작물만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미래형 농업을 체험할 수 있게끔 문화복합공간을 갖춰놓았다. 대표적으로 팜 카페와 팜 아카데미다.

팜 카페는 메트로팜에서 수확한 채소들로 샐러드와 주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카이피라는 잎이 크고 아삭한 식감이고, 에즈라는 잎이 얇고 보들거린다는 등 메트로팜에서 길러낸 채소에 대한 설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는다.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와 주스 뿐만 아니라 원물(포기 형태)도 판매 중이다.


단, 원물의 6할 정도는 계약을 맺은 일반 농가에서 받아오고 있다. 생산량보다 수요량이 훨씬 많아서다. 도심 속 메트로팜의 장점은 물류비를 절감해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재 등에 민감한 지하철 역사 내에 시설을 구축하다 보니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적인 이점이 상쇄됐다.


실제 팜에이트 재무제표에 따르면 2019년도 영업이익은 1억 1400만원으로 2018년 대비 흑자 개선에 성공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1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각종 영업 외 비용이 많아진 탓이다. 메트로팜이 문을 열었던 시기(2019년) 75억 원 가량을 차입해 유형자산 구축 등 각종 시설 투자에도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부채 비율도 1126%로 확인됐다. ​회사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제품을 온라인몰에서 사는 것보다도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 경 팜 카페에는 고객 7명이 앉아 있었다. 코로나 19 확산 이전에는 마련해둔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손님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고객 연령대는 다양한 편이다. 주변 대학교의 학생들이 주 이용층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어르신 분들은 물론 아이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

메트로팜에서 재배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를 직접 구입해 먹어봤다. 첫인상은 풍성했다. 채소가 충분히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외에 올리브, 계란, 당근 등 다양하게 들어가있었다. 특히 전날 혹은 당일에 수확한 채소로 바로 만들어서인지 신선도가 높았다. 야채 종류도 일반적인 양상추 등이 아니라 메트로팜에서 재배한 레터스 계열의 유럽 채소들이라 새로웠다.

팜 아카데미는 스마트팜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채소를 직접 수확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팜 체험재배실에서 실제로 채소가 자라는 것을 가까이서 보고, 만지기도 하면서 미래형 농업을 체험할 수 있다.


코로나 19 국면 직전까지 팜 아카데미는 큰 인기를 끌었다. 보통 한 차례 20명을 기준으로 하루에 4차례 진행되는 교육이 항상 풀타임으로 이뤄졌다. 5세 ~ 10세까지의 아이들부터 청소년 및 성인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단,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다.


메트로팜은 기존의 체험 프로그램 외에도 새로운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특히 시민들이 직접 스마트팜에 작물을 심고, 때가 되면 수확해가는 일종의 '분양'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도심 속에서 생태 감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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