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앞 마스크 줄 없애겠다고 나선 순이용자 1300만명의 "앱 개발업체"

조회수 2020. 4. 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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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마크스 판매 첫날. 여유롭게 마스크를 살 거라 생각하고 나갔다 길게 늘어선 줄에 당황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대책이었지만 사는 사람의 불만도, 파는 사람(약사)의 불만도 여전했다.


이 기다림을 없앨 수는 없을까? 매장 운영∙분석 서비스 나우웨이팅을 운영하는 ‘나우버스킹’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나우웨이팅은 가게 앞에 놓인 태블릿PC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차례가 되었을 때 카카오톡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나우버스킹은 이 서비스를 약국에 무상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최근에는 정부와 협의해 선별 진료소와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 신청을 받는 소상공인진흥공단 각 센터로도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나우버스킹 전상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인터비즈
나우버스킹 전상열 대표

[ 맛집 앞에도 안 서는데··· 약국 줄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

Q) 나우웨이팅 서비스를 약국에 도입하겠다는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A) 코로나19 사태에 저희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았어요. 저희가 기다림을 없애는 서비스를 하니까 마스크 줄을 없애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고, 빠른 실행을 위해 바로 발표를 했어요. 원래 계획은 대구∙경북 지역 약국 100곳에 서비스를 무상 지원하는 거였어요.


그러던 차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정부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스타트업을 찾고 있었는데 저희 발표 내용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셔서 같이 진행하게 된거죠.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에 대출을 받으러 오는 분들을 위한 알림 서비스는 중기부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센터에 비치된 태블릿에 연락처와 사업자등록번호, 매출 수준, 융자 희망 금액을 입력해두면 차례가 되었을 때 알림을 받을 수 있어요. 덕분에 차례를 기다리느라 센터에서 2~3시간 대기할 필요가 없어졌죠.

Q) 원래 계획은 상황이 심각했던 대구∙경북 지역에 먼저 들어가는 거였는데, 서울 약국에만 도입됐네요?

A) 사실 (저희 서비스를) 잘 모르세요. 신청을 해주셔야 나가서 설치를 할 수 있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 신청하는 곳이 없었어요. 다행히 카카오에서 홍보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앞으로는 신청하는 약국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나우웨이팅 서비스는 서울 지역 약국 10여 곳과 선별 진료소 1곳에 도입되었다. 소진공 전국 62개 센터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 오프라인을 온라인에 연결하는 서비스 만들고 싶어 시작 ]

Q) 어떻게 ‘기다림’을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게 되셨나요?

A) 사실 지금의 나우웨이팅 서비스를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회사를 차린 건 아니에요. 회사에서 부품처럼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돼 존중받으며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음 맞는 친구 3명과 함께 회사를 차리게 됐어요.


다만 회사가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은 명확했어요.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하자는 거였죠. 네이버에서 일하면서 모든 서비스가 포털로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주: 전 대표는 창업 전 네이버에서 근무했다) 언젠가 오프라인도 온라인에 연결될 테니 그걸 공략해보자고 뜻을 모았죠.

Q) 창업은 2014년인데, 나우웨이팅 서비스가 나온 건 2016년입니다. 그 사이에 다른 서비스를 하셨던 건가요?

A) 처음에는 나우플레이라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고주파나 와이파이 등을 통해 사용자의 오프라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장소별 광고 노출 빈도 등 오프라인 데이터를 측정하는 서비스였어요.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데 소상공인들은 관심이 없더라고요. ‘이런 데이터를 어디에 써?’ 이런 반응을 보이시길래 데이터를 모아 오프라인 상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 효과 본 사장님들 입소문 덕에 확대 ]

Q) 처음 반응이 궁금합니다.

A) 약 한 달 정도 ‘영동족발’이라는 곳에서 서비스 운영 검증을 했어요. 사장이 고등학교 동창이라서 들어간 곳인데, 가서 보니 줄서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서울 3대 족발로 꼽힐 정도로 잘 되는 곳이라 대기줄때문에 이웃들과 갈등을 빚고 있었어요. 직원들이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골목 쓰레기 줍는 일이었다고 해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요.


초기에는 손님들에게 기계에 번호를 입력해달라고 하는 대신 저희 멤버들이 손님이 오실 때마다 010-0000-0001 이런 식으로 임의로 전화번호를 적고 순서가 됐을 때쯤 시스템으로 호출을 해보면서 실제 손님들이 입장하는 것과 비교해봤어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정식으로 도입했죠.

출처: 나우버스킹 제공
매장의 웨이팅을 간편하게 해결가능한 서비스다

나우웨이팅을 도입하니 웨이팅 안내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어졌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매번 손님이 올 때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라고 묻는데 손님은 한 번 물어도 사장님들 하루에 수 백번 대답을 해줘야 하니까. 안내를 하지 않는 시간에 음식 맛을 개선할 수 있고, 그 외에 다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효과를 본 사장님들이 소개해줘서 저희가 확장할 수 있었어요. 저희 영업팀에서도 서비스 도입 효과에 대해서 설명하지만 그것보다 입소문 효과가 크더라고요.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상점은 3월 기준 2200여개, 한 번 이상 이용해본 순이용자수는 1300만 명에 이른다.

Q) 손님 입장에선 별도의 앱을 깔지 않고 카톡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한 것 같습니다.

A) 저희가 세운 원칙이 크게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사용자는 게으르다. 따라서 그들이 불편해할 행위를 요구하지 말자. 둘, 우리 서비스와 기술이 시장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자.


첫번째 원칙에 따라 저희는 처음부터 앱개발을 고려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알림톡’이 지금처럼 널리 활용되지 않았는데 카카오톡과 기술 제휴를 통해 쓰게 됐습니다.

출처: 나우버스킹 제공
앱을 깔지않아도 카톡서비스로 순서를 받을 수 있다

두번째 원칙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은데요, 저희는 매장주가 잘 돼야 저희도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루이비통 매장을 찾아올 때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오는 거지 거기 설치된 저희 서비스 때문에 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알림톡을 보내거나 태블릿 PC에서 안내할 때도 ‘나우웨이팅’이라는 브랜드는 숨겨요.

Q) 나우웨이팅 서비스에 줄서기를 없애는 서비스 말고 다른 것들도 있던데

A) 사업을 하면서 친해진 사장님들이 많아졌어요. 그분들이 포스(POS)나 키오스크는 안 만드냐고 의견을 주셔서 영역을 확장하게 됐어요. 현재 나우웨이팅은 기존 서비스 외에 카카오톡 챗봇주문(카카오톡으로 주문하고 픽업하는 서비스), 키오스크, POS, 포인트 적립 등으로 확대됐어요. (주: POS와 키오스크는 현재 오픈 베타서비스 중이다) 입장, 주문, 결제 등 오프라인의 모든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저희가 지향하는 바와 일맥상통합니다.

[ 데이터로 고객 관리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 ]

Q) ‘웨이팅 관리’라는 개념이 신선하긴 한데, 다른 업체가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사업을 시작할 때 비슷한 공교롭게도 비슷한 콘셉트로 시작한 곳이 저희 말고 2곳 더 있었고, 현재 카피캣들이 20여 곳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번호 입력 후 차례가 되었을 때 연락을 준다는 콘셉트는 따라하기 쉽죠. 저희의 차별화 포인트는 수집한 데이터를 매장주들이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어요.


매일 사장님들께 ‘데일리 리포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 주문수, 고객 방문 수, 신규∙단골 고객 추이 등을 매일 받아보실 수 있어요. 더불어 고객 맞춤형 홍보도 진행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고객이 다른 가게로 갈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할인 쿠폰을 보내는 거죠. 카카오톡 광고 메시지 사용률이 2%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희는 60% 수준이에요.

Q) 이렇게 메시지가 오면 개인정보 때문에 꺼려하는 손님들이 있을 것 같은데.

A) 개인 정보 문제는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줄 서기 위해 번호를 남겼는데 갑자기 광고 메시지가 오면 이 사업 자체가 망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사장님들 중에 광고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께 법에 위반될 수 있고 광고 효과도 별로 없다고 알려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건 사전에 고객들께 안내를 드리고 진행하고 있어요. 광고로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사장님이 기다려주는 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드리는거라 받으신 분들이 기분 나빠하신 경우를 본 적이 없어요.

Q) 그러면 나우웨이팅의 매출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A) 현재 두 가지가 있어요. 월 정액 사용료 3만 5000원 받는 것 그리고 선택적인 마케팅에 따른 추가 비용. 월 사용료의 경우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업 초기에는 알림톡 발송 건수에 따라 비용을 받았었는데 많이 내는 곳은 한 달에 70만~80만원을 내기도 하고, 매달 얼마가 나갈지 예측이 되지 않아 정액제로 바꿨어요. 이건 사장님들이 불편을 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거니까 저희 사업이 잘 될수록 금액을 낮춰보려고 해요.


CRM(고객관리마케팅)이 저희가 키워가려는 부분입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매장 특성에 맞는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고, 단골은 더 자주 오게 만드는 거죠. 불만으로 이탈이 예상되는 고객도 세심하게 케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 '데이터 3법' 활용이 앞으로의 숙제 ]

Q) 최근 ‘주류 스마트주문’ 신청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던데

A) 바뀌는 데 2년 걸렸네요. 주류 판매를 잡았던 건 술을 팔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정확하게는 오프라인에서 결제를 휴대전화로 하는 것뿐인데 옛날 규제 잣대로 주류 온라인 판매 안 된다고 하기에 바뀌었으면 한 거예요.


규제 샌드박스 통과로 다음 달부터 주류를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다만, 음식점이나 편의점에서만 수령 가능하다. 스타벅스에서 주문할 때 ‘사이렌 오더’를 통해 가는 길에 음료를 시키고 매장에 가서 확인 후 받아가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Q) 데이터 3법 통과로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 같습니다.

A) 조금씩 늘어나고 있죠. 저희 사용자 데이터가 1200만 명분이 넘는데, 인구 4분의 1 수준이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유의미하게 써보지 못한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개인 정보에 민감하다 보니 아직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활용해 마케팅에 써도 될지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현재는 데이터랩 조직을 따로 만들어 고민을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상점 사장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경계선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인터비즈 박은애 조정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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