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직원들은 "왜 나서서 회사 홍보를 하는걸까?"

조회수 2020. 3. 19.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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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회사에 애정을 가지는 직원들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기아차 멕시코 직원들은 다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SNS에 기아차를 홍보하곤 한다. 왜일까? 멕시코 국민들은 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데 기아차는 CSR활동을 통해 직원들에게도 지역사회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10년 걸린다는 사회공헌기업 인증서(ESR)도 4년만에 받았고 기업이 진출한 도시의 실업률이나 범죄율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곤 했다. DBR198호에 실린 멕시코 기아차법인의 사례를 알아보자.

왜 멕시코인가?

기아차는 2014년 남미진출을 결정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했다. 기업들이 멕시코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로 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멕시코의 지리적 경쟁우위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미국-멕시코 국경은 미국의 4개 주와 멕시코의 6개 주에 걸쳐 있다. 특히 멕시코 쪽 국경지대는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와 지리적 위치 덕에 오래전부터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의 전략적 생산기지로 각광을 받아 왔다. 실제로 국경 인근의 산업단지를 지칭하는 마킬라도라의 경제적 규모는 멕시코 경제의 6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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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멕시코는 중남미 지역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 잠재적 내수시장 역시 거대해 한국 기업은 물론 전 세계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멕시코에서의 생산을 늘리고 있다.


셋째, 노동 비용이 저렴하다. 지난 10년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 중국의 시간당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저임금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중국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은 3.6달러로 멕시코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 2.1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특히 멕시코의 제조업 임금 수준은 중국, 브라질 등 주요 생산밀집국가에 비해 안정적인 편인데 2016년부터 2018년 3월 현재 2.5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DBR 198호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문제점으로 현지 근로자들의 노동 의식 결여와 낙천적 성격, 낮은 생산성, 높은 결근율 및 높은 자발적 이직률 등을 꼽을 수 있다(국세청 2010). 하지만 멕시코 기업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CSR로 시작하는 멕시코 진출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진출 당시부터 지역경제 발전을 주된 CSR의 기조로 삼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멕시코 소비자의 41%가 제품 구매 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고려해 구매결정을 하며, 70%의 소비자는 사회공헌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2016년 한 해 동안 시에 공익용 차량을 기부하고 다양한 문화 이벤트, 재활용 캠페인, 시민 대상 교육 훈련 등 사회공헌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수행했다. 실제로 기아차가 지역사회에 기여한 직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는 약 1만9000명에 달했고 간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는 6만6000명이나 됐다. 2015년 멕시코 통계청에 따르면, 누에보레온의 실업률은 2014년 말 5.8%에서 2015년 초 4.7%로 하락했으며 지역 경찰청에서는 기아차 진출 이후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범죄율이 하락했다고 발표했다.고 발표했다.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이러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소비자 만족도 조사 업체인 JDPower 평가에서 준중형차인 포르테와 소형차인 리오가 각 분야1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은 7위(2017년 기준)에서 현재 5위로 올랐다.

브랜딩 전략으로서의 CSR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적극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브랜드 전략으로 CSR 활동을 활용하기로 했다. 목표는 지역과 멕시코의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성장이었다.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CSR 환경 분석을 실시했고, 그 결과 CSR 핵심 영역을 교육과 보건으로 좁혔다. 멕시코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인적자원에 대한 사회적 투자 요구가 높았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저소득층은 교육과 보건 두 분야의 제도적 혜택에서 소외돼 있으며 빈곤이 대물림돼 빈부격차가 사회구조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었다.


다른 기업들도 이를 인지했지만 그들의 CSR 활동은 주로 소외된 저소득층의 가정에 현금이나 현물을 기부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현금 기부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의 가치 창출의 동력원인 인적자원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교육 부문과 의료 부문에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을 꾀했다.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포르테 판매 대수에 연동해 대당 300페소(5000원)의 기부금을 조성,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개안 수술을 지원했다. 그리고 불치병 소년, 소녀를 대상으로 아이들의 ‘소원 들어주기’ 캠페인을 실시하면서 아이들의 소원인 디즈니랜드 방문을 지원했다. 또한 소아암 어린이를 위해 리오 모델의 판매대수와 연동한 기부금(대당 300페소)을 조성, 수술 자금을 마련했다.

출처: DBR 198호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CSR활동

교육 부문의 경우 소외 계층 어린이들이 다니는 교육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컴퓨터 기부 및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다. 그리고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찾아가는 도서관’인 이동도서관(Biblioteca Móvil) 활동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산간지역 어린이들과 같이 지리상 소외된 어린이들이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했다.


또한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매년 교수와 학생들의 공장 방문을 지원하고, 기아차 멕시코법인 매니저들이 ‘기아차 학기제’에 참여해 교수들과 공동으로 학생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할 뿐만 아니라 졸업생을 중심으로 한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내부도 탄탄하게

기아차 멕시코법인은 2019년부터 외부적 CSR에 회사 내부적인 CSR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의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지 직원들의 일과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기아자동차 멕시코법인은 2019년부터 주요한 당면 과제로 멕시코 조직문화를 작업현장에서 개선하는 것으로 삼고 이를 위해 회사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CSR을 강화했다. 기아차의 내부적 CSR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직원 친화적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내부 구성원 중심의 직원 친화형 공장은 직원의 작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작업공정을 작업자의 자세 개선과 작업피로를 경감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보건센터를 운영하면서 종업원들이 감기부터 어깨 결림 등을 치료 및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직무 만족 중심의 경영 지원이다. 직무 만족과 동기부여를 위해 직원들의 참여를 늘리고 임직원 간의 소통을 활성화했다. 또한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직원고충지원센터(Zona de Pits)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직원들의 급여, 복지 혜택 관련 문의만 아니라 개인적인 법률 자문과 심리 자문까지 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셋째, 교육기회를 확대했다. ‘기아패밀리정책’이란 이름으로 시행되는 교육 정책을 세우고 자기성장프로그램(Individual Development Program)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직무와 관련된 교육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스킬, 의사결정, 마음 챙김(Mindfulness) 등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강좌를 개설해 직원들이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게 했다. 관리자 직급에게는 단계별 리더십 교육과정을 통해서 리더십 역량 향상을 꾀하고 있다. 또한 성장 욕구가 높은 팀 리더들에게는 고등학교 및 대학교 진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영어 교육과정과 한국 본사 및 기아 해외 공장 연수 프로그램을 개설해 직원들이 기아차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내부적 CSR의 주요 성과

1. 이직률 감소



기아차 멕시코법인이 내부적 CSR을 강화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직률의 감소다. 2016년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이직률은 4.6%였으나 2019년 4월 이직률은 0.63%다. 작년 누에보레온주 평균 이직률 4.9%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멕시코 완성차 업체 평균 1.2%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멕시코 노동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받으면 직장을 옮기기에 한 조직에 머무르며 경력 개발을 하기보다는 잦은 이직을 임금 인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직문화에 익숙해 직원들을 몇 달, 아니 몇 주 뒤 이직할 소모 인력으로 바라봤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계속 높은 이직률이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기아차는 교육제도를 확장하고, 일정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승진 기회를 확대해 장기적인 경력 개발을 도와 직원들의 직무만족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이로 인해 기아차는 멕시코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이직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2. CSR로의 진화와 생산에의 활용



직원들이 CSR 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역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생생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지역 커뮤니티센터 어린이 방과 후 교실 지원, ‘전기 절약’ 교육 수행, 지역 병원(국립병원) 대기자 100명분 점심 샌드위치 제공, 지역 학교(Rolando Guzman School) 졸업식 참석 및 졸업 선물 기부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직원들을 통해 제안됐다. 채택된 아이디어에 따라 직원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에 나섰다.


CSR 활동을 매개로 직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기 시작하자 현지 법인은 아예 혁신문화확산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CSR 활동만이 아니라 다양한 개선 활동을 제안하도록 한 것이다.이 중 일부는 실제 실행돼 재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낳았다.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제안방법도 개선했다.


3.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외부 CSR 참여 확대



CSR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외부 CSR 참여가 활발해졌고 참여자도 늘었다. 예를 들어, 2015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종업원 수는 15명에 불과했으나 2019년 7월까지 379명으로 늘어났다. 전 직원 대비 20% 수준까지 증가한 것이다.


현지 직원들이 외부 CSR 활동에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데는 지역에서의 긍정적인 평가가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다른 회사와 차별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자신이 기업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지역사회에 투영된 회사 이미지는 곧 자신들의 정체성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믿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참여하는 외부적 CSR 활동이 확대되면서 기아차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평판이 높아졌고, 이는 구직에 나선 지역 인재들의 지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4. 문화적 충돌 감소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



기아차의 내부적 CSR 강화의 성과는 직원 스스로가 지역사회에 한국과 한국 기업인 회사의 홍보대사 역할에 나선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기아차의 CSR 활동을 알리고 있고, 이것이 현지 언론에 인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 반대로 이렇게 언론에 공개된 활약을 통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자발적인 기여가 늘어나면서 한국인 관리자들의 인식도 변화했다. 직원들의 고충 해결을 위한 다방면의 커뮤니케이션 제도를 운용하면서 현지 직원들에 대한 문화적 이해도가 높아졌고 현지 직원들을 중요한 인적 자산으로 인식하게 됐다. 특히 언어장벽으로 인한 비용보다 문화장벽으로 인한 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한국인 관리자들의 문화적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갈등 관리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함께 성장하기

이미 전 지구적으로 소비자들의 윤리경영과 환경보호의 이해가 높아졌으며 기업의 CSR 활동 정보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의 주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맥락에서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사례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CSR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제는 남아있다. 멕시코법인 현지인 매니저는 설문조사를 통해 협력사와의 CSR활동을 늘리고, 기아차 멕시코법인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멕시코 전면으로 확대하려고 한다.이를 통해 기아차는 멕시코에서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회사가 아니라 멕시코 국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과실을 나누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국가를 이용하고자 하면 안 된다. 오히려 같이 함께 간다고 생각해야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98호

필자 김주희 한국 IBM Global Technology Services 전략마케팅팀 실장

인터비즈 김정관 박은애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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