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경제 악영향 어느 정도..과거 메르스·사스와 비교분석

조회수 2020. 3. 15.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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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국내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일까? 감염자 확산이란 시급한 불이 꺼지면 우리 사회가 생존을 위해 맞닥뜨려야 할 화두다. 최근 여러 기관을 통해 발표되는 경제 지표는 전에 없던 위기를 예감케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96.9)는 조사 시점이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이전이었지만 전기 대비 낙폭(-7.3포인트)이 메르스가 창궐하던 당시와 같은 수치를 나타냈다. 역대 최악의 소비시장 위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한 예고다.


*소비자심리지수: 소비자의 경제 전반에 대한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 100을 넘기면 앞으로 생활 형편이나 경기, 수입 등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2008년부터 조사가 이뤄졌다.


전염병에 의해 위축된 소비 심리는 결국 반등하게 돼 있다. 선례(先例)를 따르자면 공포감에 의해 일시적으로 움츠러든 소비는 아예 사라진다기보단 실행되는 시점이 현재에서 미래로 미뤄지는 경향을 보인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발발한 2003년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약 4.95% 감소했다가 이듬해 다시 22.33%가 증가했던 것이 한 예이다. 문제는 언제, 얼마큼 반등하느냐인데 위축 시기가 길고 낙폭이 크면 각 산업의 회복력이 고갈돼 반등의 폭도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력을 따질 때도 마찬가지 요인을 살펴야 한다. 소비가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생산자가 생존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소비나 투자가 이뤄지는지, 또 그렇게 버티는 기간이 얼마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코로나19 위기 국면, 얼마나?

일각에선 코로나19가 2000년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역대 감염병 중 그 위기 상황의 지속기간이 가장 긴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포심의 정도가 이전에 비해 크다는 얘기다. 그간 2003년 사스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H1N1),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세 번의 감염병 위기를 겪은 한국은 코스피 지수나 소비심리 지수 등 경기 선행지표가 회복되는 게 길어도 6개월을 넘지 않았다.

지금의 공포심이 예전보다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주로 백신 개발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에 없이 가파르게 확산하는 감염자 추세에 그 근거를 둔다.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46일 만인 5일 오후 6시 기준 국내 코로나19의 감염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6088명). 그 사이 직장 폐쇄, 조업 중단과 같은 기업의 극약 처방이 나오는 사례가 속출했다. 국내에서 78만 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온 신종플루 때만 해도 2009년 4월 첫 환자가 나온 이후 50일이 지났을 때 확진자가 100명을 갓 넘겼다.


1948년 세계 질병 기구(WHO)가 설립된 이후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선포된 것은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때가 전부다. 국내 확진자 추세로만 봐도 코로나19는 이미 신종플루 때를 넘어서며 팬데믹의 세 번째 선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감염병이 전파되는 국가의 수도 여전히 증가세를 보인다. 이날 오후 기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공개하는 코로나19의 현황 통계를 보면 감염자가 나온 국가는 이미 80개국 이상으로 2009년 6월 11일 신종플루에 의한 팬데믹 선포 당시 74개국을 뛰어넘었다.


이 암울한 전망을 뒤집을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백신의 시판 시점이다. 감염병의 종식 이전이라도 대처 수단이 생기면 소비와 투자를 비롯한 경제 행위가 기지개를 켤 가능성이 높다. 실제 신종플루가 득세하던 2009년 5월 백신 개발이 가시화된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이때를 기점으로 소비심리지수를 비롯한 여러 경기 선행지표가 'V자' 회복세를 나타냈다. 당시 확진자가 5000명이 넘어선 9월(1호 감염자 발생 5개월여 뒤)에는 백신의 임상시험 접종이 진행됐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시판이 이뤄졌다.

메르스와 같이 전파력이 낮되(치사율↑) 백신 개발이 안 되는 바이러스는 확진자 증가세가 꺾여도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그 확산 추세나 치사율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사태의 진행 과정이 메르스보단 신종플루에 더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코로나19의 백신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말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감염자가 1만 명 이상이 넘어간 시점에도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어 방역의 유일한 대책으로 자가격리 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국내 연구진(한국화학연구원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이 사스와 메르스의 항체를 이용해 코로나19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찾아낸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에 예상되던 백신 개발 시기보다 더 빨리 시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외 변수, 중국 경기의 회복세

중국은 이번 코로나19가 발병한 진앙지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8%, 교역량의 10.6%를 담당하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소비 및 생산 국가이기도 하다. 사스가 발병했던 2003년 당시 이 수치는 각각 4.3%, 4.6%였다. 더욱이 이 기간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은 18.1%에서 25.1%로 늘었다. 애증의 문제를 떠나 중국은 세계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데다가 한·중의 '경제 동조화'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만큼 한국 경제의 회복 시점은 중국 경제의 안정화 시점과도 크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출처: 세계은행

중국 당국의 발표 수치만 보면 일단 중국 내 코로나19의 확산 추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중국 내 확진자 수가 8만 명을 넘어선 3월 이후 그 증가율은 전일 대비 0.5% 미만으로 유지된다. 일단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진단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3월을 전후로 다시 3000선 안팎으로 회복되는 모양새다. 앞서 춘절(1월 24일~2월 2일) 직후인 지난달 3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직전 종가(23일, 2976.53) 대비 229.922포인트(약 7.7%)가 빠지며 2746.61포인트를 나타냈다. 실물 경제에 앞서 금융 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는 것. 이에 중국 내 코로나 사태가 상반기(1~6월) 안에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전망대로 '상반기 내 안정화'가 이뤄져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연간·실질 GDP)은 6%대를 지켜내기 힘들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중국은 6.1%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일 '중간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중국은 1분기(1~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상반기 GDP가 2%나 감소하면서 2020년 연간 성장이 4.9%에 그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애초 OECD는 지난해 11월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7%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는 내수시장의 불황 이외 중국 경제성장률 급락에 따른 추가적인 악영향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6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0.5% 포인트 하락한다. OECD의 전망치와 이 분석이 맞는다는 가정 아래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0.6% 포인트 하락할 대외 요인과 맞닥뜨린 것이다. 만약, 이번 사태가 상반기를 넘어가도 해소되지 않으면 그 하락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 경제성장률 사수가 관건

위기 상황의 지속 기간 이외 감염병의 경제적 손실 정도를 가늠할 주요 변수라고 볼 수 있는 경기 위축의 낙폭(공포심)도 역대 감염병 사례 중 가장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언급한 소비자심리지수 이외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65)는 메르스 당시 최저 기록이었던 67(2015년 7월)과 사스 당시의 75(2003년 4월)보다 낮다. 신종플루는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미 BSI가 50미만으로 떨어져 있던 상황에서 4월 60에서 시작해 5월 72를 찍은 뒤 이후 증가세를 보였다.


기업경기실사지수(100보다 높으면 경기 호전, 미만이면 침체를 전망)는 일선 기업가가 체감하는 경기 수준이다. 메르스 때보다 더 떨어진 소비자심리지수와 이 지수의 현황을 고려하면 국내 경제의 소비와 생산 양쪽 부문이 최악으로 움츠러들고 있는 것이다. 감염병 사태의 일차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서비스 부문의 2월 물가 상승률만 봐도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0.4%를 나타냈다.


이에 정부는 2013년(17조 3000억 원) 이후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11조 7000억 원)을 투입해 중소상공인들의 '버티기'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 그 추경 규모는 사스(4조 2000억 원)와 메르스(11조 6000억 원)를 한참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하는 등 꺼져가는 민생 경제의 불씨를 살려내려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올해 국내 경제 산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를 사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떠오른다. 3일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내놨던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낮은 수준. 그 조종(하향)폭은 메르스가 국내를 휩쓸었던 2015년, OECD가 각각 6월과 11월에 내놨던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차이(0.3% 포인트, 3%→2.7%)와도 같다.


반면, 영국 경제분석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1.5%로 조정하는 등 일각에선 1%대 성장률을 예견하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2% 미만 성장률은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0.8%) 이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처럼 공포심이 극대화된 상황에 백신의 개발이나 확진자 감소처럼 'V자' 반등을 앞당길 수 있는 희소식이 나타나지 않으면, 2%의 경제성장률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이 힘겨워 질 것이라는 걸 예감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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