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난리난 S사의 이 "냉장고"는?

조회수 2020. 1. 22.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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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냉장고'하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가? 부엌 한 켠을 차지하는 투박한 사각형의 회색빛을 띄는 기기가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구글에 냉장고 이미지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출처: GOOGLE
냉장고 키워드 검색 결과

'식품이나 약품 따위를 차게 하거나 부패하지 않도록 저온에서 보관하기 위한 상자 모양의 장치.' 네이버 국어사전에 명시된 냉장고의 정의다. 하지만 상식을 깨는 냉장고가 출시됐다. 다름 아닌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다.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을 고르는 '맞춤형 냉장고'로, 이제는 냉장고마저 '나만을 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비스포크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가전 기기 시장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DBR 287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원문 기사 더보기

'응답하라 2010년'에나 나올 냉장고는 가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좌),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우)
기존의 냉장고(좌)/삼성 비스포크 냉장고(우)

기존 냉장고는 '성능'과 '크기'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국내 가전 회사들은 냉장고를 개발할 때 얼마나 온도를 잘 유지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최소 4인 가족이 충분히 쓸 수 있는 크기와 수납공간을 갖췄는가 등을 고려했다. 하지만 이제 냉장고는 더 이상 식품을 차게 보관하는 창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냉장고의 디자인, 집안과의 조화 등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다.


‘비스포크(Bespoke)’는 흔히 서양에서 맞춤 양복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맞춤 양복처럼 맞춤 냉장고인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였다. 한 개의 신제품 모델 대신 9개의 타입을 출시했고 냉장고 문패널 소재는 3가지, 색상은 9가지로 다양화했다. 고객은 14도어 냉장고와 1도어 냉장고의 조합으로 무려 2만 2000개의 다른 냉장고를 주문할 수 있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직접 냉장고 모델과 냉장고 문 패널 색상과 소재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량 고객 개인화'를 실현했다.

출처: 삼성전자
다양하게 조합 가능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

그래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출처: 삼성전자
삼성 냉장고 제품 내 비스포크 판매 비중

삼성전자 비스포크는 냉장고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출시 이후 7개월 정도 지난 현재,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밀레니얼세대가 주축인 신혼부부, 비혼 세대는 물론이고, 큰 냉장고를 선호하는 일부 기성세대도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택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전체 냉장고 중 비스포크 냉장고 판매 비중이 지난해 6월 20%에서 11월 56%까지 증가했다. 6∼11월 월평균 매출 성장률도 약 36%에 달한다.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와 제품 니즈를 면밀하게 파악해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낸 덕분이다.

비스포크 냉장고가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다보니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고객들의 후기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는 냉장고를 구매한 고객들이 자신의 구매 경험을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 공유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반면 비스포크를 구매한 고객들은 자신이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 어떻게 배치했는지 등 상세한 구매 후기를 자발적으로 올리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서 비스포크와 관련된 언급이 있었던 게시글은 5만 건에 달한다.

어떻게 탄생했나

"지금부턴 가구를 맞추듯 가전을 맞추는 시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주목한 것은 고객의 '경험'이다. 삼성전자는 '미충족 경험'을 반영하기 위해 상품 개발에 돌입하기 전 1년 동안 소비자가 냉장고에 대해 느끼는 불만이나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고객 설문 조사, 내부 직원 평가를 실시하고 외부 SNS 분석 전문 업체와 함께 SNS를 살폈다.

그 결과 밀레니얼세대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키워드가 '자립'이다. 1인 가구, 독립화 등 가정의 형태가 변화면서 대형 냉장고보다는 자신이 필요한 용도나 상황에 맞는 냉장고에 대한 니즈가 나타났다. 식생활 습관이 변화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맞벌이 가정이 늘고 배달 음식을 즐기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요리를 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났다. 당일 배송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식재료를 오랜 기간 냉장고에 보관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었다.

출처: 게티

또, 주방의 의미가 가사 노동의 공간에서 모임의 장소로 변화하면서 인테리어가 중요해졌다. 즉, 냉장고는 일상생활에서 가사 노동을 줄이는 요긴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파티와 같은 사회적 모임에선 주방과 일체감을 주고 집안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예쁜 디자인을 갖춰야 했다. 하지만 그 자체로 튀면 안 된다. 고객들은 냉장고가 주방 가구와 어우러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각 개인의 니즈에 맞춘 새로운 개념의 냉장고가 설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이 이를 통해 입증됐다.

출처: 삼성전자
문 패널 색과 구조가 다른 냉장고 구대를 조합해 나만의 '맞춤형' 냉장고를 구성할 수 있다

고객들의 변화한 소비행태도 무시할 수 없다. 밀레니얼 고객은 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과 성능보다는 생활 속 가치를 따진다. 서울대가 냉장고의 수납 편의성에 관해 조사한 결과,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냉장고의 용량 부족을 불편해하지만 인테리어 면에서 돌출된 외관을 좋아하지 않고 외부 손잡이의 편의성을 중시하지만 돌출된 도어 그립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싱글족이나 신혼부부들은 대용량 냉장고가 필요 이상으로 집안 공간을 낭비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비스포크 냉장고의 구매자 대부분은 주방의 벽면을 활용하여 냉장고 공간을 확보하고 수납의 편리성을 위해 서랍형 냉장고와 1문형 냉장고를 선택했다. 비스포크가 냉장고의 수납 편리성과 주거 환경과의 조화, 두 가지 토끼를 함께 잡은 셈이다.

출처: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CF

비스포크는 밀레니얼만 공략하는 제품이 아니다. 모든 소비자가 자신의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냉장고를 선택해 모듈화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자신이 처한 생활환경, 가족 형태,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필요한 냉장고의 형태와 기능이 다른데, 필요에 따라 덧붙일 수 있는 모듈형 냉장고는 이러한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대량 고객 최적화' 위한 프로세스 혁신

출처: 게티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선 제조 기술과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태스크포스(TF)팀은 최초 제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 치열하게 논의했다. 제조, 영업, 물류, 경영관리, 개발, 구매 등 8개 부서가 모여 개발 전 단계를 세밀하게 검토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각 부서에서 관련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고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덕분에 키친핏*모델 냉장고를 수월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키친핏은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지 않았던 제품이라, 과거 유럽 시장에서 제조됐던 세미 빌트인 제품을 응용했다. 냉장고를 일반 서랍장이나 책장처럼 가구 간 틈이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숙제였다. 냉매를 통해 내부를 차갑게 하고 흡수한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선 충분한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냉장고가 다른 가구들보다 앞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측면에 나 있는 열 배출구를 냉장고 하단과 상단으로 옮겨 문제를 해결했다. 단열을 유지하며 외벽 두께를 줄일 수 있는 소재를 찾아 기본보다 8㎜ 가량 줄였다.



*키친핏은 가전제품 본연의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빌트인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출처: DBR
삼성전자 냉장고 공급망관리(SCM) 변화

개인화된 제품을 제작해 고객에게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선 기존과 다른 시스템이 필요했다. 삼성전자를 주문 후 고객 집까지 4일 만에 배송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먼저 각 냉장고 높이는 1853㎜로 단일화하고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도 동일하게 구성했다.


생산 체제는 이원화했다. 화이트나 메탈 소재같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재고를 확보했다. 다양한 색상의 모델은 고객이 주문한 후 제작하는 BTO(build to order)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통합 시스템에 입력되는 주문번호를 통해 생산 계획과 배송 일정 등은 컴퓨터로 관리한다. 정확한 예측 시스템에 따라 생산 완료 시점과 배송 일정을 결정하여 생산 및 배송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향후 효율적인 수요 예측, 재고관리 및 공급망 및 생산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된다.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선호하는 기능 및 성능 모델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 개발로 연결된다.

아마존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이미 여러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고객 데이터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회장은 여러 공개석상에서 "현대 기업에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경영자는 멍청한 경영자이며, 데이터를 모으는 경영자는 훌륭한 경영자"라고 설명한 바 있다. 비스포크 시스템은 이러한 데이터 기반 제조를 위한 의미 있는 시작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7호 

필자 윤명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인터비즈 김정현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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