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사별을 겪었을 때, 관리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회수 2020. 1. 22.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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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슬픔은 보편적인 인간경험이다. 죽음 역시 그렇다. 아무리 평소 감정을 잘 통제해왔어도 가까운 이의 죽음 앞에 초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회사 안에서 그런 슬픈 감정을 노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독한 상실감을 겪은 직원에게 조직문화는 그다지 다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죽음을 경험한 직원들의 마음은 회사 안에서 곪아간다.상을 당한 직원에게 동료, 관리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HBR 2019 7-8월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죽음에 대한 기존 조직의 태도는 상당히 경직돼 있다. 사무실을 죽음으로부터 격리하고 유족이 된 직원을 며칠 정도 혼자 내버려 둔다. 이 직원이 금방 업무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이런 방식을 사별 전문 심리치료사이자 <Grief Works>의 저자인 줄리아 새뮤엘(Julia Samuel)은 '침묵의 음모'에 경영진이 동참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런 '음모'는 상실 그 자체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애도의 시간에 직장에서 줄 수 있는 지원을 빼앗고 동료 간 유대의식을 약호시켜 직장생활과 일터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직원이 상실로부터 회복되도록 돕고 싶은 관리자를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사별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제스처를 보여주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관리자는 조직을 대표하므로 관리자가 지지를 표명한다는 것은 직장에서도 직원을 보살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라는 큰 상실을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직장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 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꽃이나 카드를 보내는 것 역시 사려 깊은 행동이다. 추모식에 참석해도 좋을지 물어볼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 업무 복귀를 위한 규정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조정 가능 여부를 함께 의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사별을 겪은 직원들에게 업무복귀에 대해 얘기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직원들에게 명확성은 필요하다. 인생의 소용돌이처럼 느껴지는 사별을 마주한 순간, 일은 익숙한 구조와 선택이라는 '구명 뗏목'이 돼 줄 수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연방법은 기업에 사별에 따른 휴가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인사관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유급 장례 휴가를 준 기업은 90%에 이른다고 한다. 2016년 미국 기업 직원들은 평균적으로 배우자나 자녀 장례에는 4일, 다른 가까운 가족 구성원의 경우 3일의 휴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COO와 셰릴 샌드버그와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교수 애덤 그랜트는 공저 <Option B>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휴가를 너무 적게 준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과 마스터카드의 경우 직계가족의 사망 시 휴가를 20일까지 부여했다. 휴가가 절실한 직원에게 다른 직원이 휴가를 기부할 수 있는 휴가 공유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기업도 있다. 엑센추어, 국립보건원, 다수의 중소기업에서 이런 정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 인사부문 수석부사장 라즐로 복은 명확하고 관대한 정책을 수립하면 관리자에게 지나친 재량권을 부여하지 않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관리자의 재량권이 지나치면 직위가 높고 근무기간이 길거나 회사에 아는 사람이 많은 직원이 특혜를 보게 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직원을 향한 인내와 도움이다. 케슬러에 따르면 사별을 겪는 직원들이 불만을 품게 되는 것은 HR 정책 자체가 아니라 이 정책을 적용하는 방식, 업무 복귀 시 동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한다.

직원의 '불안정성'을 인내하라

관리자는 불안정한 직원의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관리자는 슬픔이 집중력, 일관성, 추진력 등 직장에서 '능력'이라고 일컫는 것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상실을 겪은 후 비일관성이 나타나는 것, 도전과 변화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모두 정상이다. 



하지만 둘 다 직원이 업무능력이나 일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는 신호는 아니다. 이런 행동을 이해하고 관리하면 많은 오해와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상사가 슬픔을 겪는 이들에게 이전과 똑같이 대하면서도 똑같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위안이 된다. 상사의 이런 태도는 이들이 '그 전과 같은 사람'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상실을 겪은 후에도 재능 있고 헌신적인 사람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이 과정에선 제도적 유연성이 도움이 된다. 관리자는 이런 직원이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거나 자신의 삶에 있어 다른 부분을 보살피고자 하는 니즈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업무로 배정할 수 있다.

열린 마음을 갖고 직원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라

셰릴 샌드버그와 그랜트는 빅터 프랭클의 고전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인용하며 이렇게 썼다. "죽음을 스쳐 지나본 자는 새 삶을 얻을 수 있다." '외상 후 성장'이라고 불리는 이 효과에는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 보다 회복성이 강한 희망, 다른 사람들과의 더 깊은 관계,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며 살겠다는 결의가 포함된다.

외상 후 성장이 끔찍한 상실의 느낌이나 슬픔의 필요성을 대체하진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만 내가 아직 살아있고 삶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의의가 있다. 자신의 일에 더 몰두하고 집중하든, 상실을 둘러싼 금기를 깨기 위해 책을 쓰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든 인생을 살아내게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직원이 상실을 겪은 후 희망의 조짐이 보인다면 관리자는 확신을 줘서 이들을 도울 수 있다

직원들이 상실을 겪은 후 희망과 결의가 나타나는 조짐이 보인다면 관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관리자는 직원들이 삶과 일에 대해 발견한 새로운 마음가짐에 관심을 보이고 확신을 줘서 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특기 초기, 즉 사별을 겪고 인생에 대한 새로운 느낌과 생각을 갖는 시점에 도움이 된다.



직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비전을 주며 사로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직원들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현재를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을 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관리자가 가장 도움이 되는 관리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관리자가 상실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모든 관리자가 상실을 겪고, 이를 연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별로 인한 고통은 아니더라도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을 것이고, 이런 경험을 활용할 수도 있다. 장 클로드 노엘은 자신의 암 투병 후 고객과 삶의 마지막에 관한 문제를 더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별을 겪은 직원의 태도나 집중력 변화에 관심을 가져보고, 조심스럽게 물어볼 수도 있다. 공간과 허락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깊은 관계, 실제 대화, 의미 있는 일에 대한 갈망을 실현하려 행동하게 될 것이다. 지원을 받고 고통을 극복한 이들은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이 겪은 상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이런 선순환이 반복될 때 직장은 더이상 죽음을 금기화하지 않고 서로를 위로하는 장소로 변화할 수 있다.



출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BR 2019 7-8월호

필자 샐리 마이틀리스(Sally Maitlis)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 조직 행동학 및 리더십 교수

인터비즈 이다희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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