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으로 돈 바람 불어 넣는 "이 회사"의 비결

조회수 2020. 1. 20.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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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터비즈
스위트 스팟 김정수 대표

왜 ‘공유 경제’를 내세우지 않는지 궁금했다. 투자 유치를 하는데 이만한 수식어가 또 어디 있다고...“서비스가 연관이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충분히 갖다 써도 무방해 보이는 사업임에도 굳이, 아니란다. 가깝기로는 전대차(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는 임대) 사업이 더 맞단다. 이게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38)의 스타일이다. 포장하기 보단 실속차리는 걸 더 선호하고, 담백하되 자신감이 넘친다.


김 대표는 2015년 10월 빈 공간을 임대하는 공간 대여 플랫폼 '스위트스팟'을 설립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 8년간 직장 생활을 한 뒤였다. 처음에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중개 플랫폼을 구상했다. 방향을 튼 것은 지인 소개로 우연히 영국 공간 대여 업체인 ‘어피어히어’를 알게 되면서다. “건물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면 어떨까?” 당시 김 대표의 머리를 사로 잡은 화두였다.


그렇게 에스컬리이터 옆, 1층 로비 등 놀고 있던 건물 내 공간에 '돈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추가 수익을 원하던 건물주와 가성비 좋은 마케팅 공간을 찾던 소규모 브랜드의 가려운 곳을 긁었다.​ 설립 4년 여 만에 스위트스팟은 360개 공간을 확보, 그 중 250 곳에서 팝업 스토어가 운영된다. 매출을 밝힐 순 없지만 성장률로만 보면 연평균 200%가 넘어간다고 한다.


*스위트스팟: 원래 이 단어는 골프채나 라켓 등으로 공을 칠 때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빠르게 날아가게 하는 최적 지점을 뜻한다.

상가 공실률 10% 넘어가도...확장일로

출처: 동아일보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의 동아일보 기사.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국내 상가 공실률(9월 말 기준)이 역대 최고 수준인 11.5%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서울 평균 오피스 공실률이 10%를 넘어서며 여기 저기서 "상권이 죽어간다"는 곡소리가 터져나온다. 상업 부동산 중개업체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 사이에서 "성장보단 생존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말이 돌고 있는 이유다. 그 와중에 홀로 고속 성장하는 스위트스팟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초반에는 제가 전에 펀드 일을 할 때 쌓아둔 인적 네트워크로 회사를 홍보하고 건물을 섭외했어요. 나중에는 건물주(임대주)가 먼저 연락을 해왔죠. 버려지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 그간 갈증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니었던 것 입니다."


바늘로 툭 건드리기만 했는데 건물주(주인)들의 곪아있던 니즈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는 소리다.'빈 공간' 임대라는 발상의 전환 만으로도 공간 확보는 어렵지 않았다. 임시사업장 신고 제도를 활용, 그저 통로에 불과하던 에스컬레이터 옆, 대형건물 로비, 지하상가 복도 등의 공간을 상업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서울 광화문 그랑서울, 서울역 서울스퀘어, 여의도 IFC몰 등 주요 상권과 대형상가 건물도 다량 확보했다.


브랜드를 끌어들이는 데에는 데이터가 활용된다. 스위트스팟은 입점 브랜드에 포스 단말기를 제공해 모든 매출 데이터를 축적한다. 매장의 위치와 상품에 따른 판매량을 파악하는 것이다. 입점을 원하는 브랜드별로 최적의 장소가 어딘지, 컨설팅 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보와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알아서 노른자 땅을 선별해 주는 스위트스팟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임대료 대신 매출의 일정량을 수수료로 내면 돼 망해도, 임대료 폭탄을 떠안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는 일별매출, 브랜드 별로 어느 공간에서 더 매출 실적이 좋은지 등 대략적인 것만 파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고객 데이터는 그 공간에 어떤 팝업스토어를 운영 할 때 가장 효율성이 좋을지,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합니다. 그 지표를 기반으로 (입점 장소를) 추천하거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죠."

출처: 인터비즈
스위트스팟 사업구조. 스위트스팟은 전대차로 브랜드에게 공간을 임대 중개하는 게 주 사업이다. 그외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위탁 판매도 하고, 브랜드에게 팝업스토어와 관련된 컨설팅도 제공한다.

소규모 브랜드의 놀이터를 발굴하다

출처: 인터비즈
9일 서울 중구 한 건물 지하에서 만난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가 브랜드 파트너사 '몬스터 리퍼블릭'의 팝업스토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몬스터 리퍼블릭’은 스위트스팟의 장기 고객(B2B) 중에 한 곳이다. 가방 모자 등 자체 제작한 패션 잡화를 판매하는 캐주얼 브랜드다. 특이점은 패션·캐주얼 브랜드 임에도 따로 전용 매장을 두지 않는다는 것. 스위트스팟이 짜준 스케쥴에 맞춰, 지역을 옮겨다니며 팝업스토어를 연다. 에스컬레이터 옆, 건물 로비 등이 주 무대다. 임대료가 없는 대신 매출이 생기면 그 중 일부분을 수수료로 스위트스팟에게 준다.


스위트스팟으로 팝업스토어를 여는 업체 중 절반 이상이 몬스터 리퍼블릭과 같은 소규모 브랜드다. 비싼 임대료 대신 매출 수수료를 지급하면 돼 파산 위험성이 적다는 게 이들에겐 매력적인 요소일 터이다. 이런 가성비 좋은 공간들은 영세 브랜드가 창의적인 마케팅 실험을 하고 성장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다. 과거처럼 목 좋은 자리에 비싼 돈을 내며 '한탕' 수익을 노리기에는 지금의 경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상황.


"몬스터 리퍼블릭만 해도 스위트스팟을 통해 80번 가량 팝업 스토어를 열었어요. 이밖에도 'Enoughlip'를 비롯해 스위트스팟으로 30회 이상 팝업스토어를 함께 연 소규모 브랜드가 5개 이상입니다."


그렇다고 팝업스토어는 소규모 브랜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형 기업도 스위트스팟의 파트너사다. 사실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기획 마케팅 행사를 열 때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것은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디즈니, 르노삼성(자동차), 스와로브스키(주얼리) 등 외국 기업과도 제휴를 맺었는데 팝업스토어는 국내 진출을 원하는 해외 업체가 시장의 반응을 먼저 살피고 다음 전략을 구상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로 꼽히고 있다.

"신 유통회사를 꿈 꿉니다"

스위트스팟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75억 원에 달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털 알토스, 홍콩 3대 재벌 그룹이자 거대한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한 뉴월드그룹, 국책은행 KDB산업은행과 국내 대표 사모펀드 'DS자산운용' 등이 이곳에 투자했다. 사업 확장에 든든한 실탄을 확보해 둔 것이다. 김 대표가 그리는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스위트스팟은 기존 상업용 시설의 장·단기 임대 중개에 이어 올해 이를 매입·매각 하는 전문 서비스 등을 추가하며 종합 부동산 업체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아직까지 스위트스팟의 뿌리이자 주 서비스는 1년 미만의 상업 시설을 단기 임대하는 팝업스토어 중개이지만 사업 확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스위트스팟의 고객 데이터가 보물 같은 자산이 될 것이다.


“향후 유통 시장에서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가 더 확대될 것이라 생각해요. '미래의 소비는 오프라인이다(Future retail is off-line)'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점점 직접 경험하는 소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팝업 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매장이 더 각광받게 될 거에요. 확대되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저희 스위트 스팟이 신유통 회사로 자리잡는 게 목표입니다.”

(좌) 디즈니 팝업스토어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김정수 대표 (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내 팝업스토어 전경
인터비즈 김재형 박소영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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