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로 연매출 700억 회사 벼락부자된 '이 회사', 신세경 효과?

조회수 2019. 12. 23.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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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요가강사였던 신애련 안다르 대표(27)가 창업을 마음먹었을 때 수중에 있던 돈은 2000만 원이었다. 요가학원에 판매하는 게 목표였다. “필라테스, 요가학원이야말로 마땅한 요가복 없어서 느끼는 불편을 제일 잘 알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화를 돌리느라고 처음엔 애 좀 먹었죠.”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학원들의 주문이 쏟아지면서 첫 3개월 매출만 8억 원을 넘겼다. 이후로는 줄곧 성장이었다. 안다르는 이후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늘리면서 항상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에만 의존하던 애슬레저 시장을 최근에 급격히 대중화한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신 대표도 빠르게 성공신화가 됐다.

벼락스타라는 평가 속엔 여러 가지 의미가 숨어있다. “시장 흐름을 읽은 회사”라는 평이 있는 반면 “운이 좋았을 뿐 경영을 잘 모를 것”이라는 댓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외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 9일 경기 파주시 안다르 본사서 신 대표를 만났다. 안다르의 ‘진짜 실력’은 무엇일까. 신 대표는 회사가 어떻게 시작했는지부터 설명했다.

초짜여서 가능했던 질문

“정말 좋은 요가복을 사려고 해도 루트를 몰랐을 때예요. 해외 직구를 하거나 요가원에서 사야 했죠. 저만 그런 게 아녔어요. 사실 옷 살 곳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걸 모두가 느끼고 있었죠.”

어렸을 때부터 몸매 가꾸기에 관심이 많았던 신 대표는 20대 초반 나이에 요가강사로 뛰어들었다. 신 대표는 시중에 팔고 있는 필라테스복, 요가복은 비싼데다가 운동 용도에 맞는 걸 찾기 어려워서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큰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당시 남자친구(현재 남편)에게 고민을 말하자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가장 좋다며 그걸 입으라고 했다. 그러나 전통 스포츠의류는 광택이 있어서 필라테스 기구에 닿으면 미끄러웠다. 나이키를 입고 갔더니, 초짜 티만 났다. 신 대표는 다시 남자친구에 말했다. “나이키가 최고 아닌 거 같아” 그 말을 듣고 남자친구가 당황한 표정이 됐다. “어떻게 나이키가 최고가 아닐 수가 있지?”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였다.

결국 요가학원에서 사는 옷을 사다 입었는데, 재질이 좋지 않아서 금세 보풀이 일었다. 게다가 땀이 닿으니까 조여오기까지 했다. 제대로 된 봉제 기술로 요가에 적합하게 만든 옷은 많지 않은데다가 비쌌다. “국내서 해외 브랜드 직구를 통해서 소수 물량이 들어오고 있긴 했는데 한 벌에 15만 원씩 할 때였어요” 신 대표의 설명이다.

당시 학원 수강생을 유치해야만 월급을 벌 수 있는 강사 신분으로선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신 대표의 당시 월급은 적을 땐 80만 원, 많을 땐 150만 원 수준이었다. 신 대표는 다시 남자친구에게 불평을 하며 하소연처럼 직접 옷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흘렸다. 말만 하지 말고 해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래 까짓거 하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의류 전공자도 아니었던 신 대표는 서울 동대문구 일대를 돌면서 요가복을 만들어줄 봉제공장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어린 청년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질문엔, 요가복은 안 한다며 문전박대만 돌아왔다.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용어라도 알기 위해 커피라도 사들고 대표들에게 말을 건네는 요령은 나중에 생겼다고. 덕분에 의류업계에서 무슨 용어를 쓰고 대화하는지 정도는 알아듣게 됐지만, 그뿐이었다.

신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래시가드를 만드는 공장을 찾았다. 그 공장이라면 요가복의 특성을 이해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48종에 달하는 디자인을 전달하면서도 실제 주문량을 보면 한 종당 51개(S 30장, M 20장, L 1장)에 불과해서 큰 주문건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딱 한 곳. 그곳에서 주문을 받아주었다. 젊은이가 열의가 있으니 한 번 같이 해보겠다는 식이었다.

2015년 6월. 사업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카페24가 지원하는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처음부터 요가학원들이 반응이 좋아서 3개월 만에 8억 매출을 올렸죠. 처음부터 성공한 거 아니냐고요? 그때도 위기였어요.”

주문량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옷 발주를 늘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만, 첫 제작에 이미 종자돈을 다 털어넣은 뒤였다. 매출이 빠르게 오르긴 했지만, 판매 후 돈은 천천히 들어오고 주문은 돈이 들어오기 전에 더 빨리 넣어야 한다는 사실이 압박으로 조여왔다.

정통 마케팅이 몰랐던 것...댓글이 진짜 무시무시한 이유

신 대표는 어디서 돈을 빌려야 하나 머리를 싸맸다.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곳을 살피다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이었다. 이쪽에 다짜고짜 문의했을 때 의외로 초기창업대출자금이 있다는 걸 알고 1억 원 대출을 받았다. 의외로 쉽게 받을 수 있는 자금이어서 놀랐다고. 덕분에 다시 발주를 넣고 원활히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회고했다. 사업 잘 몰라서 가슴 쓸어내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첫 번째는 이 때였다.

비교적 빠르게 바닥을 다진 후에 애슬레져 시장 선점을 노리던 롯데백화점이 안다르에 먼저 입점 제안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다. 요가 강사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먼저 입소문이 타고, 오프라인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까지 아우르게 된 것이다.

출처: 안다르 공식 홈페이지

이 무렵 안다르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더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 대표는 마케팅 자문을 맡기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들었다고. “이 회사의 타깃 연령대는 어디입니까?”

신 대표는 전통 마케팅은 분명한 타깃 연령대를 원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때 신 대표의 머릿 속엔 요가 학원과 오프라인에 옷을 사러 오는 고객들, 온라인 댓글 반응 등이 스쳐지나갔다. 보통은 40대 엄마가 10대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다. 신 대표는 “전부 다요”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정통 마케팅의 입장에선 초짜처럼 보이는 대답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신 대표는 현장에서 느끼는 감은 달랐다고 말했다.

최근의 젊은 세대들은 누구보다도 부모 세대와의 친밀감을 느끼는 세대다. 특히 딸과 엄마일수록. 그들은 같이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고 취미를 공유한다. 세대별로 취미활동이 단절돼 있다고 보는 건 신 대표 눈엔 옛날 감각이었다. "댓글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같이 운동하려는데 엄마 요가복 사주고 싶다거나, 딸 요가복 필요하다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우리의 타겟은 이랬거든요." 세대를 아울러 공략해야 한다. 신 대표가 내린 결론이었다. 10대, 20~30대, 40대 별로 모두 모델을 둔 이유가 이것이다. 최근엔 70대 모델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진행한 게 1+1 프로모션이었어요” 신 대표는 1+1을 통해서 애슬래져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건드렸다. 엄마와 함께 운동하려는, 혹은 딸과 함께 운동하려는 엄마에게 비교적 쉽게 두 벌을 살 수 있게끔 문을 열어준 것이다. “처음에 요가옷을 살 때 화려한 프린팅과 어두운 색 프린팅을 놓고 고민하는데 이 고민을 덜어준다는 의미도 있었죠”

요가학원에서 직접 고민해봤기 때문에 이 전략이 다른 데 비해서 유독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짐작했고, 이는 시장에서 적중했다. 재작년 68억 원 매출이 지난해 매출이 400억 원까지 커진 건 이런 통찰 덕분이었다.

마케팅 전략도 인상적이다. 신 대표는 몇 가지 이미지 상을 두고 광고모델을 정했다고 말했다. 당당한 여성상을 표현하는 광고모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이라는 게 단순히 건강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서 받아들이고 있어요. 운동 잘 하는 게 아니라 당당한 사람이어야죠.”

운동선수 보다 20~30대에게 당당한 이미지로 어필하는 사람을 찾았고 신세경 배우가 가장 그런 이미지에 가까받고 보고 선정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10대(ITZY)와 40대 모델(소이현 배우) 등을 함께 캐스팅했다. 전 세대를 아우른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브랜드 이미지를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갔다.

시장 성장에 기대서 성장한 브랜드?

안다르의 성공은 애슬래저 시장의 성장과도 맞물려 있다. 성장하는 시장을 제대로 읽어낸 안목을 높게 평가하는 쪽이 있는 반면, 그저 운이 좋았다는 시각도 있다. “제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시장이 작았어요. 시장이 성장해서 기업이 성장했다는 건 맞죠.” 신 대표의 말이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저희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했어요. 당시 다른 국내회사들은 재고를 안 남긴다는 마인드로 검은색이나 회색 등 단순한 색감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었거든요. 저희는 화려한 프린팅으로 차별화했어요.”

화려한 색감을 강조했던 건 신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관련이 있다고. 20대 초반에 초짜 요가강사였던 신 대표는 수업 때마다 멘붕의 연속이었다. 초짜 강사가 싫다는 이유로 요가매트를 접어서 나가는 수강생들이 수업마다 있었던 것. 초짜강사를 쏘아붙이는 눈빛에 철렁했다.

의기소침한 신 대표는 자신의 실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한편으론 실력 외에도 화려한 프린팅 옷을 입고 요가 강사의 ‘포스’를 보이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고. “실력이 안 되니까, 옷이라도 화려하게 입어서 강사는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나봐요”

어떤 디자인을 입으면 멋있고, 전문성이 있어 보일까. 그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여러 디자인을 시도했다고. 사업 4개월 차에 디자인을 꾸리고 여기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재고가 좀 남더라도 전문성과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요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았기에 디자인 요소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워낙 다양한 종류의 프린팅과 소재를 실험하다 보니 사업 초기에 3000만 원 어치 원단으로 만든 옷을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잘못 만든 옷은 버렸어요. 옷 만드는 데에선 작은 차이라고 하는데 입는 사람이 왜 몰라요. 요가 하는 사람은 미묘한 것까지 다 알아요. 사업 초반이라 타격이 적지 않았지만 제 결단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려면 회사의 규모도 더 커져야겠다고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고. 그래야 원단이나 봉제공장서도 여러 시도들을 이해해줄 수 있어서다.

신 대표에게 안다르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 평가를 들려주었다. 기능 보다는 여성의 몸매 보정에만 신경을 쓰고 옷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었다.

"몸매 보정에 신경을 썼다면 가슴을 더 돋보이게 했겠죠. 기능적으로 가슴을 커보이게 하는 게 기능 측면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저희는 그런 강조를 하진 않아요. 다만 레깅스 같은 경우엔 편하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당당하게 입을 수 없는 사회적 시선이 있잖아요.



사회적 시선이 어떻든 그냥 입으라고 말하면 입을까요? 그냥 입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민망하지 않게끔 제품을 만드는 건 중요하죠. 광택은 줄이고 매트한 택스쳐로 만드는 것도 신경을 쓴 거죠. 몸매가 아니라 체형 보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춥니다"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사회의 문화와도 조화를 이루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안다르의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 향후 5년안에 아시아권에 있는 모든 연령층 사람들 옷장에 안다르 제품이 하나씩은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해외시장 공략과 남성 의류 시장으로의 진출이 화두가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 대표는 더 깊은 본질을 파고들었다.

"애슬래저는 옷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거든요. 다양한 사람들의 삶속에 녹아들기 위한 고민은 필요하죠. 그런 생각 속에서 목표를 세운 거예요. 보세요. 요가는 문화가 될 겁니다."

인터비즈 임현석 신혜원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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