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 훌쩍 넘기는 '이 패딩', "대체 왜 이렇게 비싸?"

조회수 2019. 11. 1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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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누가 캐나다 사람들보다 추위에 대해 더 잘 안단 말인가." 캐나다구스(Canada Goose) 회장 다니 레이스(Dani Reiss)의 말이다. 그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든 제품을 캐나다에서 생산한다. 인건비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패딩 하나에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데도 소비자들은 캐나다구스를 택한다. 덕분에 캐나다구스는 15년 넘게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외조부에게 물려 받은 가족 사업을 수십억 달러의 브랜드로 만들어낸 다니 레이스, 그의 이야기를 담은 HBR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더보기

출처: 캐나다구스 인스타그램

소설 작가가 되고 싶던 청년, 여행 경비 모으려다 가족 사업에 뛰어들다

캐나다구스는 작은 가족기업으로 시작했다. 폴란드 이민자였던 다니의 외조부, 샘 틱(Sam Tick)은 1957년 토론토에 메트로 스포츠웨어(Metro Sportswear)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울 베스트, 레인코트, 스노모빌슈트 등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산업용 의류 공장이었다. 1970년대에 다니 레이스의 아버지 데이비드 리스(David Reiss)가 회사에 합류했고 오래지 않아 회장이 됐다.

출처: pinterest
메트로 스포츠 웨어를 설립한 샘 틱(Sam Tick)

데이비드는 옷에 거위털을 채우는 기계(volume-based down filling machine)를 발명했다. 덕분에 회사는 효율적으로 일하며 제품군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또 그는 캐나다구스의 전신인 스노구스(Snow Goose)라는 내부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브랜드의 코트는 세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 하나인 온타리오(Ontario) 지방군 특수부대에 공급됐는데, 엄청난 보온력 덕분에 북극권 지역에 '코트 팬클럽'까지 생겨났다.

출처: 캐나다구스 홈페이지
캐나다구스의 대표모델인 Expedition Parka

​당시 회사 수익의 대부분은 프라이빗 라벨(private-label)사업의 수수료에서 나왔다. 다른 회사의 이름을 붙인 외투를 만들다 보니 주문량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니 레이스의 부모는 공장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주문을 다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다니 레이스는 우연한 기회에 회사에 발을 들였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작가를 꿈꾸던 그는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졸업 후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96년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시급 12달러를 받고 3개월 동안 부모님 공장에서 일하며 재미를 느꼈다. 그는 " 이 회사가 결코 단순한 ‘파카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 그들이 만드는 제품들에는 '고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렇게 예정됐던 3개월은 6개월로, 이후 몇 년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2001년 CEO가 되었다.

100% '메이드 인 캐나다'를 고집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다

출처: HBR
다니 레이스 캐나다구스 CEO

다니 레이스는 그의 아버지가 취하던 전략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기 시작했다. 프라이빗 라벨 계약을 하나씩 줄여가고, 스노구스란 이름 대신 '캐나다구스'에 집중했다.


98년부터 전 세계 무역박람회에 참석했는데, 당시 일본과 유럽엔 '스노구스'가 이미 상표등록이 돼있었다. 이름을 쓸 수 없어 '캐나다구스'란 브랜드를 쓰기 시작했는데 다니 레이스는 이 이름이 일본과 유럽 고객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에 살고 일하는 사람들이 캐나다구스를 입는다는 것. 그는 '진짜'라는 평판을 토대로 상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출처: 캐나다구스 홈페이지
캐나다구스 라벨

그는 품질과 캐나다를 통해 브랜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메이드 인 캐나다(Made in Canada)'는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방법이었다. 몇몇 의류회사들이 높은 국내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제조공장을 옮기고 있지만 그는 'Made in Canada'를 고집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속가능한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보다 질을 우선 가치로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전역을 두루 다니며 소비자들로부터 얻은 결론도 '품질'이었다. 소비자는 제대로 디자인되고 완벽하게 꿰매진, 최고의 재료로 만든, 엄청나게 따뜻한 코트를 원했다. 고품질 제품을 위해선 기꺼이 투자할 용의도 있었다.


캐나다라는 원산지 역시 중요했다. 캐나다구스 재킷을 소유하는 건 캐나다의 작은 일부를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이를 위해선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생긴다. 스위스의 롤렉스, 영국의 레인지로버처럼 말이다. 다니 레이스는 "캐나다구스가 캐나다를 대표하는 명품 대접을 받고 선망과 수집의 대상이 된다면, 국내 생산비를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캐나다구스는 화려한 광고 캠페인보다는 입소문과 진짜 스토리를 들려주는 데 주력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나오는 북극 탐험대원들과 멀리 떨어진 추운 지역에서 촬영하는 TV와 영화 제작진에게 무료로 패딩을 나눠줬다. 또한 지구에서 가장 추운 환경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러자 점차 여러 영화나 유명 스타의 파파라치 사진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광고 집행 여력이 부족해 내린 차선책이었지만, 이것이 더욱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불러왔다.


그 결과, 2010년부터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생산시설이 부족해 제조시설을 늘려야 할 때도 그는 '캐나다'를 잃지 않았다. 토론토에 공식적으로 Global Headquarter를 세웠고, 점차 공장을 늘려 현재 8개 공장 체제로 확장했다. 캐나다 내에서 바느질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기 힘들어지자 훈련 학교를 세워 산업용 재봉틀 사용법과 지퍼 다는 법 등을 가르친다. 위니펙에서는 지역 정부 및 채용 에이전시와 협력해 회사 프로그램에 들어올 학생들을 모은다. 현재 캐나다구스는 캐나다 전역에서 3500명 이상을 고용, 캐나다 재봉 산업 인력의 6%를 고용하여 연방정부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했다.

'캐나다구스다움'을 잃지 않을 것

캐나다의 임금은 해외 제조공장보다 최대 다섯 배 높다. 그러나 다니 레이스는 “캐나다구스의 제조시설과 숙련된 기능공들이 세계 무대에서, 그리고 고객의 마음속에서 회사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고 믿는다.


하지만 새로운 의류 카테고리를 추가할 때는 인건비에 상관없이 가장 품질이 좋은 제품을 필요한 만큼 만들 수 있는 장소를 선택했다. 외투 이외 캐나다구스의 첫 제품군이었던 니트웨어의 경우는 많은 연구 끝에 이탈리아와 루마니아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 땅에서 핵심 거위털 제품을 모두 제조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과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출처: 캐나다구스
캐나다구스의 니트웨어

2016년, 캐나다구스는 토론토와 미국 뉴욕에 첫 자체 매장을 열었다. 고객들에게 캐나다구스의 전통과 전체 제품군을 보여주고 캐나다구스의 스토리에 몰입시킬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수많은 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사업으로의 확장은 전 부서에 걸쳐 사업과 운영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오늘날 전 세계 12개 도시에 캐나다구스 점포가 있으며 온라인 판매도 글로벌하게 이뤄지고 있다. 옷의 기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에게 탁월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근에는 매장에 ‘콜드 룸’을 만들었다. 고객들은 구매 전 영하 25도의 낮은 온도에서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다. 이는 고객이 완벽한 재킷을 구매하도록 도와주는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는 방법이다.

출처: 캐나다구스 홈페이지
캐나다구스 뉴욕 매장

2017년, 회사는 상장했다. 포춘코리아에 따르면, 상장 후 회사 주가는 2배 이상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약 35억 달러(약 4조 582억 원)까지 올랐다. 또한 상장 후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9개월 동안 매출은 32.2% 상승한 3억 7,000만 달러(약 4293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4억 6000만 달러(약 5332억 원)의 매출을 냈으며, 캐나다의 우수 신발 제조업체인 배핀(Baffin)을 인수하며 신발 사업에 발을 내딛기도 했다.


캐나다구스는 지난 15년 동안 매년 성장해 왔다. 하지만 다니 CEO는 '이제 시작일뿐'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적든 많든, 인근 지방에 살든 해외에 살든, 야외 탐험가이든 패셔니스타든, 사람들은 모두 품질과 진정성, ‘캐나다구스다움’이라는 DNA를 유지하려는 그들의 노력에 반응할 것이다. 그것이 캐나다구스가 성장하고 오래가는 브랜드를 구축하면서도 의미를 잃지 않는 방법이다.



​출처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HBR 2019 9-10월호

번역 김선우 에디팅 조진서 

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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