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블랙프라이데이', 우리나라엔 '이것'?

조회수 2019. 11. 11.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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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유통업계 비수기'였다. 흔히 유통업계에서 대목으로 불리는 추석과 연말에 끼어 매출이 저조한 불운의 달로 여겨졌다. 보릿고개라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다른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11월에 열리는 해외 주요 할인행사(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엔 지갑을 연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11월은 소비시장에서 '해외 직구의 달'로 불렸고, 시장이 작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국내 유통업계서도 조바심을 느낄 만했다. 유통업계에선 소비자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전에 국내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11월에 할인행사를 집중 배치하게 된 배경이다. 11월이 유통업체들의 전쟁터가 됐다.

전쟁터가 된 11월...유통업계의 세일 집중 배치 경향 뚜렷

온라인쇼핑 업계는 11월을 '대목'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어느덧 11월이 연중 최대 할인행사 기간이 됐다. 이는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1월의 온라인쇼핑거래액은 10조 6293억 원이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22.1% 증가한 수준이다. 불과 한달 전인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10조 434억원에 비해 6000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10월엔 주말 외에도 개천절과 한글날이 끼어있어 휴가일수가 더 많았던 것에 비교하면, 차이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유통업체들은 11월에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다. 11번가는 '그랜드 십일절'을 통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섰다. 브랜드 이름에도 11이 들어있는 11번가는 10년 전부터 11월에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해왔다. '그랜드 십일절' 준비를 위해 9월 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션, G마켓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올해 '빅스마일데이'를 통해 전사적 할인을 진행한다. 행사를 시작한 1일부터 첫 주말인 3일까지 주요 상품군의 판매가 전년 대비 최대 2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을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까지 총동원되면서, 11번가가 독자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던 몇 년 전과 달리 '11월 파이 나눠먹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체로 업계 전반적으로 연말 분위기를 미리 앞당겨 소비진작을 꾀하는 전략이 시행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11월 할인 행사는 해외 유통업체들이 먼저 시작한 전통이다. 11월은 '직구족'에게 매력적인 달로 여겨졌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가 있기 때문이다.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은 블락프라이데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소비자들이 일년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큰 할인행사다. 이날 미국 소매업 연간 매출의 20%가 팔릴 정도로 쇼핑 절정기를 이룬다. 2018년 광군제(光棍節)는 한화로 60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10년 전 중국은 11월 11일을 솔로들을 위한 쇼핑의 날, 광군제로 정했고 그 이후로 알리바바, 징둥닷컴은 매년 소비자들이 솔깃할 할인을 제시하며 매출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11월에 직구를 통해서 지갑을 열기 시작한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국내 온라인 마켓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11월이 국내서도 대형 쇼핑시즌으로 자리잡았다. 온라인 쇼핑업체가 해외직구를 하려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도 있다.

쇼핑 대목된 11월...날짜 바꾼 코리아세일페스타, 무리수됐나?

11월에 쇼핑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오프라인 할인 행사도 11월로 옮겨오는 추세가 보인다. 정부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진행하는데, 올해는 기존 10월에서 한 달 늦춰진 11월에 열린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11월이 세일 대목이 되자 오프라인 행사도 이에 편승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지향하며 특히 올해는 650여 기업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 할인 열기만 보고 11월 일정에 기계적으로 편승했다는 인상도 지우기 힘들어 보인다. 실제로 온라인 행사와 비교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프라인 매장, 특히 백화점의 할인율이 높지 않아 비교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할인행사를 기회삼아 평소 구매하지 못했던 프리미엄 제품들을 '득템'하고 싶어한다. 백화점이 적극적으로 행사에 나선다면 코세페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백화점의 경우 코세페에 발맞춰 파격적인 할인을 하는데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존엔 백화점이 할인행사를 하면 입점업체가 할인액을 부담했는데, 내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에게 할인액 절반을 부담시켰기 때문이다. 무리한 할인으로 발생하는 부담을 입점업체에 떠넘기던 관행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다.

출처: 인터비즈
신촌 현대백화점에 걸린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11월까지 코세페까지 진행된다는 상황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이 제도의 시행은 내년 1월로 미뤄졌다. 그렇지만 백화점 업계는 입점업체와 할인에 대해 상의할 시점을 놓쳤다는 반응이다. 결국 공정위의 규제로 인해 백화점 할인행사에서 큰 폭의 할인을 하기 어려워졌다. 온라인 행사와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11월이 세일의 달로 여겨지자 졸속으로 행사 일정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진행하고 있는 할인은 '코세페'를 명목으로 한 것이 아닌, 업계 자체의 할인행사인 경우가 많다. 현대백화점 48주년 할인행사가 대표적이다. 이마트의 경우 신세계 전 계열사가 함께 '쓱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코세페가 이름 좋은 허울일 뿐 유통업계를 포괄하는 행사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11월 세일이 소비자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행사인 동시에 유통업계 매출 진작에도 도움이 되려면 기계적으로 시즌 일정을 답습할 게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차이점, 소비자 성향 등을 파악해 프로모션을 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인터비즈 임현석 이다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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