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팔아 '5천억 원'번 이 남자.."대체 어떻게?"

조회수 2019. 11. 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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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캠핑의 꽃은 바비큐다. 캠핑장에 가면 큰 그릴에 다양한 고기와 야채를 구워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기업의 그릴이 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릴까?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펠릿(pellet) 그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은 '트레이거(Traeger)'라는 곳이다. 트레이거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1985년에 설립된 미국 기업으로 3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기업이다.

출처: 트레이거 홈페이지

하지만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이 회사를 주목한 것은 이 회사의 시장에서의 위치 때문이 아니다. 1970년대 확보한 특허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실적이 유지되고 있고 변화를 싫어하고 자기가 뽑은 최고경영자를 불신하는 대주주가 있으며 오랜 기간 이 회사에서 편하게 관습적으로 일하는 이른바 '고인물'들이 있는 회사를 변화시키고자 새로운 CEO가 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반발과 그 반발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지가 최근 5년간의 이 회사의 이야기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5년 만에 트레이거의 조직문화를 완전히 바꾸고 매출을 7,000만 달러(약 815억 원)에서 4억 달러(약 4660억 원)로 끌어올린 트레이거의 CEO인 제레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업가가 되고 싶다' 여기저기 돌고 돌아 트레이거로

출처: 트레이거 블로그
트레이거의 CEO 제레미 (Jeremy Andrus)

트레이거의 CEO인 제레미는 대학 졸업 후 다양한 일을 했다. 경영컨설턴트, 주식 데이트레이딩 등을 거쳐 2002년 하버드경영대학원 졸업한 그는 다른 일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텍사스 댈러스(Dallas)의 작은 냉동 음료 기업의 파트너로 일을 시작했다. 이 작은 회사에서 트레이거는 창고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다가도 곧바로 은행 직원과 협상을 했고 그러다가 도매상에 제품을 팔곤 했다. 사업의 모든 분야를 접해볼 수 있다는 점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자신이 사업자로서 일할 때 제일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수년 후 제레미는 소개를 통해 매출 50만 달러의 이어폰 및 헤드폰 업체인 '스컬캔디(Skullcandy)'의 창업자 '릭 올던(Rick Alden)'을 만났다. 2005년 스컬캔디의 운영담당 부사장이 된 제레미는 이후 CEO의 자리까지 올랐다. 8년간 일하면서 스컬캔디를 매출 300만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주식 상장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그는 상장된 기업을 운영하는 데엔 흥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많은 주식 공매도 세력을 상대해야 했고 이는 스트레스였다.

출처: 트레이거 페이스북

2013년 초, 제레미는 스컬캔디를 떠나 인수해서 직접 경영할 수 있는 소규모의 기업을 찾기 위해 '사모펀드(Private Equity)' 회사를 이용했다. 그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13년 봄, 제레미는 트레이거를 처음 알게 됐다. 당시 트레이거는 26년 된 기업으로 '우드펠릿 그릴'이라는 것을 처음 만들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였다. 사람들이 난방용 기름의 대체용품을 찾던 1970년대 석유파동 때 우드펠릿 난로가 가정용 난방 기구로 인기를 얻게 됐고, 1980년대 초 오리건에서 난방업체를 운영하던 조 트레이거(Joe Traeger)가 같은 기술로 야외용 그릴 만들기에 시도해 성공했다.


하지만 제레미에겐 그저 낯설기만 했다. 그는 트레이거와 30분 동안 통화하며 회사를 탐색했지만, 본인과 맞는 기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에겐 뒷마당 그릴 사업은 그다지 흥미로운 사업이 아니었다. 몇 달 후 트레이거에 대해 알려준 사모펀드 기업에서 제레미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그들은 트레이거의 지분을 인수했고 당시의 CEO와 파트너를 맺었는데 일이 잘 안돼 회사를 이끌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 당시 제레미는 매수할 기업을 10개월째 찾고 있었던 터라 전보다 좀 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회사의 순수추천고객지수(Net Promoter Scores) 관련 데이터를 보니 상태가 매우 좋았다. 트레이거 그릴을 구입한 고객들은 지인들에게 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구매를 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 끝에 제레미는 트레이거의 CEO로 자리를 맡게 된다.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다" 대주주가 만든 공포문화,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무기력함

트레이거의 CEO가 된 제레미의 눈에는 개선할 부분이 많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트레이거의 조직문화에 큰 문제가 있음을 감지했다. 트레이거의 대주주는 8년간 사주로 있었는데 제레미는 그가 고용한 여덟 번째 고위 경영자였다. 직원들은 제레미를 뒤에서 스페인어로 '여덟'을 뜻하는 '오초(Ocho)'라고 부르곤 했다. 이전의 7명의 CEO들처럼 얼마 못 가 그만둘 것이라 생각한 것. 그들의 생각은 행동에 그대로 나타났다. 중요한 데이터를 달라고 하면 무시하기 일쑤였으며 본사를 방문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려 했지만 스케줄이 바쁘단 이유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레미가 그의 상사였음에도 말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주주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직원들은 마치 그가 책임자인 양 행동했다. 대주주는 회사에 '두려움의 문화'를 만들었고 직원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이는 조직을 부정적이고 비협조적인 문화로 만들었다. 제레미는 회사를 위해선 더 나은 경영진들을 빨리 수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컬캔디에서 알던 임원 몇 명을 고용했는데 이는 의도치 않게 조직 문화의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제레미와 새로운 경영진 그리고 대주주와 오래된 직원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타파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대주주를 몰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제레미는 트레이거에 합류한지 약 5개월 후인 2014년 6월 20일, 사모펀드 기업과 함께 대주주의 지분을 사들이고 그를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

속속 드러나는 회사의 문제점들...

그러나, '고인 물'들은 큰 관심이 없었다

소유권 문제를 해결한 제레미는 다른 이슈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레미가 처음 회사에 합류했을 때 트레이거는 7,000만 달러 규모였다. 그러나, 관리와 절차는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지 못했다. 창고는 낡고 작아서 성장세는 고사하고 현 거래량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무 쪽을 분석하다 보니 유통채널 관리에도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트레이거는 온라인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팔았지만 에이스 하드웨어(Ace Hardware)나 대형 홈 임프루브먼트 체인 소매점을 통해서도 판매했다. 그런데 고객 직접판매 제품의 대부분은 소매 파트너들이 트레이거에게서 물건을 사 가는 가격보다도 낮은, 크게 할인된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매 고객들은 트레이거를 제품은 비싼 값에 넘기고 끔찍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비난했다.

출처: 트레이거 페이스북
트레이거 CEO 제레미

제레미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본사로 돌아와 상위 직원 30~40명을 만나며 회의를 했다. 정량적인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조직문화 설문을 실시했고 익명의 피드백도 받았으며 소통을 늘렸다. 그러나, 소통을 시작한 뒤에도 전혀 변화의 조짐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2대에 걸쳐 트레이거에 오래 있었던 조직 내의 '고인 물'들은 이미 기존의 조직 문화에 젖어있었고 변화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높은 리스크 감수하고 조직을 리셋해 해로운 문화를 떨쳐내다

출처: 트레이거 페이스북
트레이거 로고

해결책을 고민하던 중, 트럭 방화가 일어났다. 2014년 10월 트레이거가 창고와 트럭운송 사업 부문을 닫고 UPS에 외주를 줄 것이라는 발표를 한 다음 날 아침, 트레이거의 대형 트럭에 불이 났다. 그리고 당일 아침, 앨라배마 주의 한 회사에서 불만을 품은 직원이 동료 2명을 총으로 살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소식은 트레이거에서 벌어진 일이 얼마나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에 대해 염려하게 만들었다.


제레미는 해로운 조직문화를 처리할 유일한 방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제레미는 회사의 본사를 오리건에서 제레미와 새로운 임원들이 거주하고 있던 유타로 옮기려는 계획을 짰다. 45일 동안 비밀리에 계획을 짜고 내보내는 직원들에게는 퇴직금을, 새 본사를 준비하는 동안 오리건에 남아서 일할 인력들에겐 유지 보너스를 지급했다. 이렇게 극적으로 이전을 한다는 점이 불편했지만 그대로 방치해뒀다간 부정적 태도가 뿌리 깊게 박혀 조직에 변화를 불러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레미는 본사를 유타로 이전할 때 데리고 갈 직원을 결정하는 데 많은 공과 시간을 들였다. 오리건에 있는 약 90명의 직원을 능력과 문화적인 적합성에 따라 평가했다. 평가 등급을 업무 역량과 능력이 아닌 '긍정적인 문화리더', '중립', '문화훼손자'로 구분하고 문화적으로 중립적이면서 새로 뽑기 어려운 자리에서 일하는 숙련된 직원들에게 함께 유타로 가자고 권했다. 단 2명에 불과한 긍정적인 문화리더 역시 데려갔지만, 일을 잘하는 문화훼손자들은 데려가지 않았다. 조직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출처: 트레이거 페이스북

추리고 보니 유타로 함께 가게 된 직원들은 대체로 회사에서 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기술을 배우고 싶은 야망이 있었고 승진에 목말라했으며, 맡은 임무를 쉽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트레이거에 있던 불신이 팽배하고 협력적이지 않은 기존의 부정적인 문화에 동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반면, 장기근속 직원들은 적응 능력이 떨어졌고 부정적 문화에 완전히 동화된 상태였다. 제레미는 격리 수용의 관점에서 이를 생각했다. 새로운 문화를 해롭게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은 데려가지 않았다.

브랜드에 충실한 공간을 만들다

2015년 9월, 유타로 옮긴 본사가 문을 열었고 2016년 초엔 오리건의 마지막 직원에게 작별을 고했다. 본사를 이전한 뒤엔 더 많은 직원들을 고용해 전 세계적으로 450명의 직원을 두게 되었다. 트레이거에 생긴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제레미는 본사를 유타로 옮긴 후, 브랜드에 잘 들어맞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건축가들과 논의했고, 그 결과 회사는 폐목재로 만든 가구들이 있는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또, 트레이거의 정체성이 그릴의 금속과 기계가 아니라 요리와 음식이라고 생각해 요리하거나 앉아서 음식을 먹기에 아름다운 장소들을 많이 배치했다.


특히 제레미는 트레이거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 외에도 전략과 마케팅, 제품 라인을 정비했고 소셜미디어와 현실에서 팬과 인플루언서로 이뤄진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 결과 트레이거는 제레미가 CEO로 합류한 이후 6배의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제레미 안두루스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단순히 재무제표와 본사의 분위기만 변한 것이 아니다. 소매파트너들도 변화의 증거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펠릿 그릴이 가스나 숯 그릴보다 나은 점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걸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내가 이 회사에 처음 관심을 갖게 만든 연구에서 유래한다. 사람들이 한 번 펠릿 그릴을 사용해 보면 다른 그릴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연구 말이다.

출처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9 3-4월호

번역 김선우 에디팅 이미영

인터비즈 김동섭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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