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잘나가는 기업" 에 워런 버핏은 투자하지 않는 이유

조회수 2019. 11. 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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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투자의 신'으로 알려져 있는 워런 버핏의 말이다. 그는 주식을 한 번 사면 오랫동안 팔지 않고 보유하는 장기 투자자로 유명하다. 단기간의 주가 변동에는 신경 쓰지 않으며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사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연차보고서 내용과 재무제표를 꼼꼼히 읽고 회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라고 매번 강조한다.

워런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를 통해 투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얘기한다. 매년 '버핏과의 대화'를 입찰에 부쳐 입찰에 승리한 사람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은 유명해진지 오래다. 사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 부자로 꼽히는 그의 '투자원칙'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버핏은 실제로 자신의 투자원칙에 맞게 투자하고 있을까. 그가 주식투자로 성공한 것은 그의 투자원칙 덕분일까. DBR 272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버핏의 투자관 : 가치있는 재화.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왜 버핏은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을까?

 버핏은 ‘시장가격’을 잣대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산출물의 공급량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소비자가 구매하고 싶어하는 재화. 서비스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교환하고 싶어하는 대상을 생산하는 자산이라면 미래에 어떤 화폐를 사용하더라도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버핏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가치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길 원한다.

우리는 우주탐사에 박수갈채를 보내지만 우주선에 타고 싶지는 않습니다.

​버핏의 이 한 마디는 그가 '혁신기술'에 대해 견지하는 입장을 보여준다. 그는 경쟁 가운데 살아남는 혁신 기업은 매우 소수임을 잘 알고 있다. 혁신기술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시인 항공산업은 심각한 수익성 문제를 안고 있다. 높은 원가를 낮추기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를 견지하는 버핏은 안정성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혁신기업에 대한 관심은 높음에도 투자를 지양한다.

출처: pxhere
워런버핏은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조개와 같다"고 말했다

2017년 비트코인의 국내 가격은 16배 급증했다.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부상했다. 그럼에도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조개와 같다"며 그의 투자원칙을 고수한다.

회계 처리와 공시에 대한 버핏의 견해 : 보수적. 장기적으로

출처: 동아일보

그는 회계장부에 표시되는 이익 수치로 인해 경영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걸 꺼려한다. 1998년 발행된 버크셔해서웨이의 연차보고서에서 "경영자는 무엇이 중요한가를 고려해야지,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를 고려하면 안된다(We want our managers to think about what counts, not how it will be counted.)"라고 말한 적도 있다.

구체적으로 그가 회계 및 공시에 관련해 언급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를 의사결정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회계의 보수성'에 해당하는 감가상각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경영학적으로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둘째, 단기 이익이나 성장률 예측치를 발표하고, 이 예측치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단기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 발전에 좋지 않다. 차라리 단기 예측치를 발표하지 않는 게 더 낫다.

셋째, 과거 경영자가 발표한 예측치나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한 예측치를 달성했다고 자랑해선 안된다. 경영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이 아니다. 예측치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자들이 이익을 조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퇴직자들에게 미래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의미하는 퇴직급여나 연금부채를 추정할 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가정을 해야 한다.

다섯째,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사업보고서에 사용해야 한다. 외부 사람들이 읽었을 때 이해하기 힘든 설명을 사용하는 경영진은 무엇인가 숨기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발언대로 투자하는지 확인해 본 결과, 실제로 버핏이 투자한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보다 셋째, 넷째 기준을 잘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자들이 예측치를 달성했다고 과시하지 않으며 퇴직자들의 토직급여.연금부채를 보수적으로 가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기준에서는 버핏의 투자 기업과 다른 기업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걸로 나타났다.

경영자 보상과 이사회 구조에 대한 버핏의 견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워런버핏은 경영자 보상이 주주의 부와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핏은 경영자 보상이 주주의 부와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편적으로 회사의 경영 성과가 좋을 때는 기업 성과와 경영자에 대한 보상의 연계 정도가 높고 반대로 경영 성과가 나쁠 때는 그 연계 정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회사가 잘될 때는 주주와 경영자 모두 많은 보상을 받는데 회사가 잘 안될 때는 주가가 떨어져서 주주는 손해를 보는 데도 경영자의 보상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가 경영자 보상과 이사회의 구조에 대해 언급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자 보상은 경영자가 얼마나 많은 초과 이익(이익 - 자본비용)을 올렸느냐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면 이익이 더 커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단순히 이익이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라 투하된 자본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올렸는지를 진정한 성과로 봐야 한다. 경영자 보상도 이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둘째, 경영자 보상 중 스톡옵션의 비중은 적어야 한다. 스톡옵션이란 회사의 임직원 등에게 자사의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따라 일정 기간 내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매수선택권'이라고 도 불린다. 스톡옵션은 경영자가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경영자와 주주의 부를 연동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버핏은 스톡옵션으로 인해 경영자가 과도한 위험을 추구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고려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다.

셋째, 이사회의 다수는 사외이사여야 한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사들은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사들이 주주와 동일한 마음으로 행동할 수 있다.

넷째, 이사는 이사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선정돼야 한다.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에서 또는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라서 뽑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사회의 다양성이란 이사회 안에 얼마나 많은 여성 또는 백인 이외의 인종 또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포함되느냐를 의미한다. 많은 미국 기업은 단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이사를 고르고 있다.

실제로 버핏이 투자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다른 기업들에 비해 경영진의 보상에 대한 첫째 원칙, 이사들이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셋째 원칙, 이사의 능력에 대한 넷째 원칙을 잘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기업들의 사외이사 숫자가 다른 기업보다 적은 것은 그의 원칙에 반한다. 나머지 기준에서는 버핏 투자기업들과 다른 기업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나는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가 : '알기 쉬운 주식투자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학자들은 좀 더 간단히 버핏이 투자하는 기업들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변동성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업. 둘째, 내재가치가 현재 주가보다 높은 기업. 셋째, 수익성이 우수하고 빠르게 성장하며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는 기업이다.

앞서 설명한 버핏의 철학은 대부분 옳다. 그러나 모든 원칙이 옳다고 볼 순 없다. 또한 일부가 옳지 않다고 해서 그런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안 된다는 뜻도 아니다. 버핏의 투자 성향에 따라 특정 성격이 가진 기업들이 선택된 것뿐이다. 혁신기업으로 대표되는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는 버핏의 투자 성향을 비판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엔 손정의의 투자 스타일이 워런 버핏보다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다. 버핏은 확고한 투자 철학을 갖고 있으며 피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이런 기준을 적용해서 해당 기업을 철저히 분석한다. 버핏은 연차보고서 내용과 재무제표를 꼼꼼히 읽고 회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장기 투자를 하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과연 나는 어떻게 투자를 하고 있는가? 나도 버핏처럼 확고한 투자 철학을 갖고 있는지, 사업보고서나 재무제표를 열심히 읽고 투자대상 기업을 분석하는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서 장기 투자하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풍문이나 언론 보도 내용만 보고 투자하지는 않는가? 주식을 샀다가 조금 올랐다고 일주일 만에 팔아버리지는 않는가?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식으로 주식 투자를 한다.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이 시장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알기 쉬운 주식 투자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것이 있다고 홍보하는 책은 대부분 가짜다 주식 투자에 대해서만 공부한다면 20년보다 짧게 걸릴 수 있겠지만 어쨌든 주식 투자에 성공하고 싶으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재무제표조차 찾아보지 않거나 찾아보더라도 기초적인 내용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면 주식 투자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2호

필자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인터비즈 이다희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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