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함부로 대해" 망해버린 '이 기업'

조회수 2019. 10. 1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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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kipedia
포에버21의 로고

가난한 이민자에서 6조 원대 자산가로 성장한 포에버21(forever21) 창립자 장도원 장진숙 부부. '포에버21 신화'라고 불릴 만큼 주목받으며 포브스(Forbes) 커버를 장식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으나 결국 파산했다. 포에버21은 지난 달 29일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포에버21의 파산 이유를 놓고 이런 저런 추측들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우린 '불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주체인 '기업'에 대한 불만은 어떤 형태로든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에버21에서 근무했던 구성원의 불만은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포에버21의 몰락을 통해 인적 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포에버21의 CEO 장도원·장진숙 부부

"이 회사는 추천하지 않아요".. '내부 고객(직원)'도 혹평했던 회사

기업의 위기는 근무자의 불만족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종의 '내부고객'으로 분류되는 직원들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결코 수많은 외부고객, 즉 소비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기 때문이다. 포에버21 역시 파산 훨씬 이전부터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져왔다. 아래 이미지들은 미국의 대표적인 구인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에서 포에버21 근무 경력자들의 후기를 발췌한 것이다.

출처: 글래스도어(glassdoor)
포에버21의 최초 기업 리뷰

사진에서 알 수 있듯, 포에버21의 근무 환경에 불만족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무는 무난했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주변에 추천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다분하다. 가장 오래된 리뷰는 무려 11년 전에 남겨진 리뷰다. 해당 리뷰 역시 불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출처: 글래스도어(glassdoor)

글래스도어의 기업 점수 통계 자료를 보아도 평균적인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근무자들은 5가지의 지표를 통해 근무 경험 만족도를 평가하는데 5가지 항목 모두 5점 만점에 2점 대의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 어쩌면 포에버21의 파산은 곪을대로 곪은 내부의 문제가 폭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장님 나빠요", 수 년 간 이어진 불법 경영 논란

출처: Boycott Forever 21 for Supporting Forced Labor 페이스북
포에버21 보이콧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포에버21은 '노동법'과 질긴 악연이 있는 회사다. 시작은 지난 2001년부터였다. 아시아태평양법률센터(Asian Pacific American Legal Center)와 의류노동자센터(The Garment Worker Center)가 포에버21을 고소했다. 사유는 '노동법 위반'이었다. 당시 소송에 참여한 포에버21의 봉제 하청 노동자들은 포에버21이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지불했고, 초과 근무 수당없이 초과 근무를 시키는 등 근로 조건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해당 노동자들을 회사가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며 반박했지만 미국 전역에서 3년 간 포에버21 보이콧 붐이 일었다. 이 3년 간의 운동은 'Made in L.A.'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기록되었으며, 해당 다큐멘터리는 에미상(Emmy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04년 12월 합의로 종결되었다.

출처: wikipedia
포에버21의 노동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MADE IN L.A.>의 포스터

그러나 이후로도 포에버21은 노동법과 관련해 더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2012년에는 5명의 직원이 소송을 제기했다. 점심시간 휴식이 보장되지 않았고, 퇴근 시간 이후에도 '가방 검사'를 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계약 조건 외 업무 시간에 추가 수당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여기서 '가방 검사'는 도난 방지를 위해 포에버21이 미국 전 지점에서 행하는 관례다. 퇴근하는 직원들의 가방을 검사한다는 뜻이다. 이에 미국 노동부는 포에버21에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포에버21은 이에 불응했다. 노동부조차도 포에버21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6년 연방 노동부의 단속결과에서도 포에버21은 '최다 위반'으로 1위를 차지했다. 봉제업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당시 캘리포니아주 최저시급이었던 7달러보다 3달러나 모자랐다고 한다. 이 때 포에버21과 함께 거론된 로스 드레스 포 레스(Ross Dress for Less)와 TJ맥스까지 총 3개의 기업이 미지급한 노동자 임금만 110만 달러(약 13억 원)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연방 노동부는 해당 기업들에게 총 130만 달러(약 15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디지털 트렌드'에 뒤쳐진 포에버21의 말로

출처: flickr

포에버21의 전신은 1984년 LA에 문을 연 작은 옷가게 '패션 21'이다. 당시 패션 21은 1020세대를 공략해 저렴하지만 가성비 좋은 의류를 판매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것이 오늘날의 포에버21이 되었다.

포에버21은 미국 내에서만 5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었다. 그뿐만 아니라 캐나다, 한국, 일본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8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의류회사가 되었다. 하지만 포에버21의 전성시대는 그리 길지 않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포에버 21의 주된 소비층은 지갑이 얄팍한 1020세대인 만큼, 1020의 트렌드에 항상 민감할 필요가 있었다. 요즈음 1020 세대를 지칭하는 다양한 말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나고 자랄 때부터 각종 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라는 뜻이다. 쇼핑의 트렌드도 당연히 변했다. 현재 1020세대의 대부분은 온라인 쇼핑을 애용한다. 하지만 포에버21은 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38억 달러(약 4조 5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던 포에버21은 비교적 최근인 2016년까지도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그 결과 오프라인의 높은 임대료 문제와 부실한 온라인 시스템 문제로 경영난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경영인은 시대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추세에 올라타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이 담보된다. 변화에 기민하고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언제든, 어떤 기업이든 도태되기 마련이다. 또한 '기본 중의 기본'은 지키는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 상식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기업이 태반이다. 보상 없는 노동은 없다. 그건 노예제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인터비즈 박윤주 윤현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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