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지만 세상은 알고 싶어" 요즘 난리 난 서비스?

조회수 2019. 10. 1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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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에 관심이 없냐!

21세기 극심한 경쟁사회 속 일에 쫓겨 자신을 위한 자유 시간이 없는 '타임 푸어(time poor)'족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1,628명의 직장인 중 64.5%는 자신이 타임푸어에 해당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타임푸어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포기하게 되는 것 1위로 '문화생활(13.5%)'을 꼽았다. 



그러나 자신이 타임푸어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 1위 역시 문화생활(16.8%)이었다. 이는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문화생활은 놓치고 싶지않은 타임푸어족의 문화 소비 욕구를 잘 보여준다.

출처: 잡코리아

이처럼 바빠서 시간은 없지만 세상의 다양한 소식에 관심은 많은 타임푸어족을 위한 '서머리(summary) 콘텐츠'가 급부상하고 있다. 서머리 콘텐츠란 도서,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의 핵심적인 줄거리를 요약한 것을 일컫는다. 주로 영상, 오디오 콘텐츠로 제작되는 서머리 콘텐츠는 시간과 돈이 부족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즐길 여유가 없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500p짜리 책도 '30분'만에 읽을 수 있다? 주요 내용만 추려 들려주는 '리딩북'

가장 대표적인 서머리 콘텐츠 분야는 '도서'다. 문체부의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2017년 국내 성인 10명 중 4명은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응답자의 32.2%가 뽑은 책 읽기 어려운 요인 역시 '일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였다.

출처: 밀리의 서재 공식 유튜브
밀리의 서재 리딩북 광고

사람들의 이러한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7월부터 '리딩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딩북 서비스는 책 전체를 읽어주는 일반적인 전자책 플랫폼의 '오디오북' 서비스와 달리 핵심 내용만을 간추려 들려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 페이지 수에 상관없이 리딩분의 분량은 30분으로 일정하다. 책이 100페이지건 500페이지건 한 권을 30분 만에 속독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밀리의 서재에선 총 500권의 리딩북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어느 문장이 의미 있고, 어느 부분이 중요한 지는 밀리의 서재 서적 전문가들이 선별한다. 일반 오디오북과 달리, 리딩북은 음성 낭독과 함께 전자책 본문을 보여준다. 리더(reader)로 불리는 낭독자가 읽는 부분은 본문에 형광펜 효과로 표시된다.

또한 리딩북 지원 전자책도 낭독자에 따라 여러 버전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유명 배우, 평론가, 작가 등 밀리의 서재에 리더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배우 이병헌이 리더로 참여한 스테디셀러 '사피엔스' 리딩북은 서비스 1주일 만에 1만 5천명이 찾아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팟캐스트, 유튜브 주요 콘텐츠로 급부상한 '서머리 콘텐츠'...영화, 드라마도 요약해서 본다

이러한 도서 관련 서머리 콘텐츠는 밀리의 서재뿐 아니라 팟캐스트에서 역시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국내 1위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에선 책 줄거리를 요약해 들려주는 독서 팟캐스트가 인기다. 팟빵의 도서 카테고리에 들어가보면 관련 채널이 1200개가 넘는다. 도서 카테고리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채널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구독자 13만 명을 넘어섰고, 2위 채널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은 약 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에선 '북(Book)'과 '유튜버(Youtuber)'를 합성한 '북튜버(BookTuber)'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북튜버는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를 의미한다. 이들은 책을 소개하고 필요한 내용만을 뽑아 구독자들에게 설명해주기도 하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독자들과 책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유튜브 내의 서머리 콘텐츠는 도서 분야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더 두드러진다. 검색창에 드라마, 영화 제목만 쳐도 주요 줄거리를 5분에서 10분 내외로 요약한 콘텐츠들이 줄을 선다. 드라마, 영화 서머리 콘텐츠를 공유하는 유튜버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고몽' 채널은 구독자 수가 약 94만명으로 1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017년 구독자 수가 27만 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한 예로, 영화 '내안의 그놈'은 관객수는 약 190만명을 기록했지만 고몽 채널의 서머리 콘텐츠는 조회수 1200만 회를 넘겼다.

출처: 고몽 유튜브 채널, 네이버 영화

시간이 없는거지 세상에 관심 없는 건 아닌데요? 이젠 AI가 요약해주기도...

젊은 세대는 뉴스를 '안'읽는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시간이 없어 '못'읽는 것이라고 접근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은 분야를 막론한 시사 현안들을 정리한 이메일을 뉴스레터 형식으로 매주 월수금 구독자들에게 발송한다. 뉴닉의 비전은 시간에 쫓기는 젊은 세대가 세상과 더 쉽고 재밌게 연결되는 것이다. 그에 맞게 슬로건도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로 내세웠다.

출처: 뉴닉 공식 홈페이지

뉴닉 뉴스레터만의 특징은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듯한 친숙하고 간결한 문체로 내용을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뉴스레터 정식 론칭을 시작으로 10개월째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뉴닉은 현재 구독자 86,000명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엔 미디어 스타트업으로서는 흔치않게 6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스포츠 분야의 서머리 콘텐츠 역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콘텐츠 제작 방식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8월 네이버 스포츠는 직접 개발한 AI기술을 바탕으로 'AI 득점 하이라이트' 영상 클립을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경기의 득점 상황을 AI가 자동으로 편집, 제작해 빠르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출처: 네이버 스포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보는 스포츠 서머리 콘텐츠인 하이라이트 영상은 이전까진 사람이 직접 스포츠 경기 영상을 편집해 업로드했었다. 그러나 AI 득점 하이라이트 영상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3시간을 훌쩍 넘기는 야구 경기가 끝난 후 5분도 되지않아 경기 주요 장면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부족한 시간에 빠르고 쉽게 문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렇듯 다양한 서머리 콘텐츠들이 생겨나고,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서머리 문화 현상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임진모 문화평론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을 요약하고 해석해 주는 콘텐츠 소비는 문화적 '속성과외'"라며 "원작을 접하지 않고 가공된 콘텐츠만 소비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로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편리함만 추구하다가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성이 대두된다.

인터비즈 임현석 신혜원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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