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전쟁의 시작은 언제부터?

조회수 2019. 9. 27. 17:4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LG전자가 19일 삼성전자 QLED TV 광고를 '허위·과장'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삼성이 QLED 용어를 쓴지 2년 반만의 조치다. LG 관계자는 "더 이상 삼성의 불공정 행위를 참을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삼성에 이어 TV시장 만년 2위 업체인 LG가 이를 악물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뜩이나 디스플레이 분야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LG가 주력으로 내세운 OLED 생산량 확보와도 맞물려 있다 보니 TV사업의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LG가 강공으로 나서게 된 배경이다.


최근 사업 분위기와도 무관하게 TV를 중심으로 가전 분야서 세계 시장을 양분한 두 업체간의 전쟁은 필연적인 수순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두 회사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이 처음 가전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라이벌이라는 기류가 형성됐고, 이후로도 때론 은근히 때론 노골적인 저격이 이뤄졌다.


특히 TV의 경우, 가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데다가 기술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상품이다 보니 경쟁의 최전선에 섰던 제품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전쟁사엔 두 업체간의 라이벌 의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더니...” 창업주부터 갈등 시작

LG와 삼성의 라이벌사는 창업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각각 창업주인 구인회 전 LG회장과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은 동문수학한 사이여서 한때 돈독하기 그지없었다. 이 전 회장이 고향 의령에서 신식공부를 하고자 진주 지수보통(초등)학교로 3학년 편입했는데, 이때 같은 반이 구 전 회장이었다.


둘은 사돈 관계이기도 했다. 구 전 회장의 셋째 구자학 아워홈 사장과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 씨가 혼인관계를 맺었다.

두 회사는 당초 사업 영역이 다르다보니 다툴 이유도 없었다. LG는 금성사라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로 라디오를 개발한 데 이어 1966년 첫 TV를 선보이면서 전자 회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초기 삼성은 조미료와 모직이 주력이었다.


그러나 삼성이 1968년 일본 기술과 합작으로 전자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회고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은 그해 구 회장을 골프장에서 만난 자리에서 “삼성도 전자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불쑥 통보했다. 구 회장은 버럭 화를 냈다고. 전자사업이 돈이 되니까 뛰어드는 것 아니냐며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더니...”


이후 두 회사는 신제품으로 경쟁을 펼쳐왔다. 가전 기술력을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그래도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평판 경쟁에 가까웠다.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제품이 빠르게 보급·확산되는 시기였고, 만드는 대로 팔리던 시대였다는 점도 경쟁이 제한적이었던 이유다.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1970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TV

그러나 가전 보급화 수준을 넘어 품질 경쟁기에 접어들자 견제가 노골화됐다. 두 회사가 직접적으로 소송전을 처음 벌인 전장 역시 TV였다.


1992년, 금성사와 삼성전관(현 삼성 SDI)이 브라운관 TV 시장에서 특허권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였다. 당시 양사는 특허를 서로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일단락된 갈등이 다시 표면화된 게 1990년대 말이다.

완전평면 TV 시장 주도권 놓고 네티즌 검증까지...치열한 신경전에 결론 못 내려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삼성전자는 1999년 '완전한 평면TV' 를 출시했다

1999년 들어서 삼성과 LG는 ‘완전한 평면TV’ 타이틀을 놓고 경쟁했다. 고급대형 텔레비전에 사용되는 완전평면 브라운관은 표면이 평평해서, 기존제품과는 달리 화면왜곡이 없고 빛반사가 적어 눈의 피로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당시 완전평면 제품은 1990년대 후반 두 회사가 출시한 이래 국내 전체 TV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당시 두 회사가 완전평면 TV 기술을 놓고 각자 자사 기술만이 완전평면이라고 주장하고 경쟁이 심해지기도 했다. 이에 PC통신 하이텔하드웨어 동호회가 어느 쪽 회사 TV가 완전평면인지 놓고 공개시험을 요청하기도 했다.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8년도 기사

결국 두 회사는 자사제품이 완전평면임을 증명하기 위해 PC통신인 하이텔의 서울본사에서 시험을 받았다. LG전자는 1999년 2월 6일 자사제품 플라톤과 플래트론에 대해, 삼성전자는 2월 27일 브라운관다이너플랫에 대해 테스트를 받았다. 어느 회사 말이 맞았을까? 하이텔 하드웨어 동호회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각 회사의 주장을 그대로 게시판에 게재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기술 수준이 비슷하고 두 회사의 신경전이 워낙 대단해 한 쪽 편을 들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TV서 시작한 싸움이 디스플레이 기술력 논란으로 번져

2011년 3D TV를 구현하는 기술 방식을 놓고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다시 경쟁이 격화됐다. TV분야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특허권을 둘러싼 싸움은 디스플레이로 번졌다. 2012년 4월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기술 공방이 시작됐다. 기술유출혐의로 전현직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연구원과 LG 디스플레이의 임직원이 검거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같은해 9월 갈등은 소송으로 번졌다. 9월 27일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내면서 2차전에 접어들었고, LG전자는 삼성의 갤럭시 노트와 갤럭시 시리즈가 LG전자의 핵심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간 소송은 결국 액정 표시 장치(LCD) 기술까지 확대되었다.


다음 타자는 삼성디스플레이였다. 같은해 12월 7일, 삼성디스플레이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LCD 시야각 기술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LG는 LCD 패널특허 4건과 제조공정특허 건, 모듈 구동회로특허 2건을 포함해 자사의 LCD 핵심기술 특허 7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는 당사의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 기술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삼성전자가 LG의 기술을 수용했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불리해지자 소송전을 시작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2012년만 해도 국내에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생산이 불가능했다. OLED 소재를 사용한 TV는 2013년에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손익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OLED TV 사업을 중단했다. 2016년 6월 29일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출처: LG 공식유튜브계정 캡쳐
LG전자가 2019 IFA에서 삼성전자의 8K TV 와 비교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LG전자 주도로 OLED TV 보급이 시작되자 삼성과 LG의 'TV전쟁'의 불씨가 또 다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옮겨붙었다. 올 9월 독일 베를린가전박람회(IFA)에선 삼성 8K TV를 자사 제품과 나란히 진열하는 것으로 저격하는 한편 QLED 명칭을 고스란히 드러낸 비교광고를 선보이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삼성은 이에 대해 "세계 판매량 1위는 삼성전자의 QLED 8K TV"라며 자사의 점유율을 강조하고 나섰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QLED가 OLED TV를 앞섰다. IHS 마켓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QLED TV 판매량은 190만대, OLED TV 판매량은 13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는 OELD TV 총판매량이 QLED TV를 앞섰지만 올해 들어 역전됐다. 가뜩이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쫓기는 LG가 더욱 절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두 기업의 TV 자존심 싸움...어떻게 봐야 할까?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5008억 원 영업손실과 6128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구조조정에 나선 형편이다.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LG전자의 '믿었던' TV 사업부도 부진하며 올 2분기 시장 전망치였던 7780억 원 보다 1000억 원 이상 낮은 어닝 쇼크(earning shock)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력 사업인 LCD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 실적 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결국 LG는 OLED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OLED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도 불사하며 사활을 걸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출처: LG Global 공식 유튜브 캡쳐
2014년 IFA 에서 LG 전자가 자사의 세탁기를 홍보하고 있다

앞서 주요가전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세탁기 사업과도 또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14년 9월 삼성전자가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 LG전자 조성진 사장이 자신들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고 검찰에 고소하고, LG전자가 명예훼손이라며 맞고소했던 이른바 세탁기 파손 논란을 합의 하에 일단락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다른 사업 연관성은 떨어졌고 갈등을 바라보는 소비자 눈총을 피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엔 디스플레이 사업과 맞물려 LG전자의 태도가 워낙 강경해 전망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4일 사장단 워크숍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겠다”고 강조하면서 위기 상황임을 부각했다. LG가 독기를 제대로 품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두 회사의 라이벌 의식과 기술 경쟁이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고, 결국 이를 통해 세계 가전시장을 제패한 만큼 나쁘게 볼 필요 없다는 시각이 있다. 디스플레이 품질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반면 두 회사의 비교광고와 비방 내용이 다른 글로벌 회사가 국내 기업을 공격하는 근거로 쓰일 것이라며 우려하는 반응도 나온다. 단기적인 갈등은 자극제가 되지만, 장기화될 경우 두 회사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인터비즈 임현석, 이다희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