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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을 인수하면 망한다? 구글, 레노버도 추락시킨 "저주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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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도 모토로라의 저주에 빠진 것일까.


흔히 대형 인수합병 뒤에 기업이 휘청거리는 사례를 일컬어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고 표현한다. 막대한 지출을 감수하며 회사를 인수했지만 예상 보다 실속이 없어 손해가 막심한 상황을 일컫는다. 한때 휴대전화의 원조로 글로벌 시장 지배자였던 모토로라도 승자의 저주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대개 승자의 저주에 빠진 기업들이 언급되는 것과는 달리 모토로라는 저주를 걸고 다닌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기업들은 이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 스타택과 레이저 모델로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하던 모토로라는 어쩌다가 이런 불명예를 안은 것일까. 

플리커

영광에 취한 모토로라...무너지는 것은 한순간

모토로라는 휴대전화의 원조로 대접 받는 기업이다. 1928년 가정용 라디오 부품 제조업체로 시작해 최초의 위키토키 무전기를 개발했을 만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달에 도착한 최초의 인간 닐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했다"라고 교신에 쓴 무선 통신기도 모토로라 제품이었다.


모토로라는 인류 최초의 휴대폰 제품을 1973년 개발에 성공했고 양산을 위해 10년간 1억 달러를 투자한 결과, 최초의 상업용 휴대폰인 다이나텍8000X(아래 사진)를 시장에 내놓는다. 무선통신의 역사를 쓴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휴대전화 명가는 1996년 첫 폴더형 제품인 스타택을 내놓으면서 한때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40%을 넘기기까지 한다. 2004년 베스트셀러 모델인 ‘레이저폰’으로 1억 4000만 대 판매고를 올리며 세계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전성기는 이때까지였다. 2007년 등장한 아이폰발 스마트폰 혁명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하락세에 접어든다. 

플리커

시장 점유율 2% 모토로라 덥석 물었던 구글...손실 3배, 수 조 원 날아가

2011년 들어 시장점유율이 2%까지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되자 모토로라는 휴대폰 사업부문을 매물로 시장에 내놓는다. 이를 덥석 문 게 구글이다. 단말기 제조로 영역을 넓히는 한편 애플과 대항하는 안드로이드 체제를 강화한다는 포석이었다.

난 둘 돠. 모토로라 레이저 모델(사진)은 출시 이후 1억 4000만 대의 판매고를 올린다.이게 모토로라의 마지막 전성기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출처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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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수 대금.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에 들인 돈은 130억 달러(약 14조 517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390억달러의 30%가 넘는 규모였다. 이미 쇠퇴해가는 기업에 들인 돈 치고는 너무 많다는 게 당시 반응이었다.


실제로 삼성과 애플에 밀려 회생의 기미조차 보이지 못하고 손실만 늘어나는 애물단지가 된다. 구글이 인수한 뒤 1년만인 2012년 3분기 모토로라는 5억27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데 이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3배나 영업손실이 늘어난 것이다. 이 무렵 한국서 모토로라가 몰락한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3년엔 한국 시장에서도 철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조업체를 무리하게 인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기업의 명성 때문에 가치를 잘못 파악한 사례로 꼽힌다. 결국 구글은 모토로라의 핵심 특허들을 남긴 채 3년 만에 모빌리티 사업부를 또 다시 시장에 내놓는다. 이때 모토로라를 떠안은 기업이 중국의 레노버다. 2014년 당시 인수가는 29억 달러(약 3조 1337억 원)였다. 우리 돈으로 10조 원 가치가 날아간 셈이다. 모토로라는 결국 연구개발(R&D)과 특허는 구글에, 생산시설 및 경영권 등은 레노버로 분리되는 굴욕을 맞이한 셈이다.

물론 구글이 핵심특허는 대부분 보유했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10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긴 어렵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 당시 감독기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을 55억 달러로 산정하고 있다. 특허가치는 인수가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10조 원 까진 아니지만 최소 수 조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스마트폰 죽쑤는 레노버...모토로라 인수 실패작 되나

중국 레노버는 미국 IT산업의 상징과도 같던 IBM의 PC사업 분야를 인수하며 컴퓨터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기업이다. IBM PC사업을 인수하면서 PC시장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인수 합병을 통해 대성공을 거둔 기업이어서 당시 인수는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IT산업의 두 전설적인 기업을 손에 쥔 레노버가 어떻게 시장을 흔들지 많은 이들이 주목했으나...모토로라의 저주라는 표현이 여기서 등장한다.

현재 중국의 레노버는 야심차게 확장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다. 글로벌 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모토로라를 포함한 레노버 그룹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중저가는 레노버, 하이엔드 제품은 모토로라로 양분해서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은 현재까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를 비롯한 레노버 그룹은 2014년 인수 직후 삼성과 애플에 이어 스마트폰 출하량 3위에 반짝 올랐으나 현재 8위까지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카운터포인트 통계.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가 약진하는 가운데 레노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다.

출처카운터포인트

이는 믿었던 중국 시장에서 구글 접속 차단으로 말미암아 모토로라를 철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2016년 3월 모토로라 사장 릭 오스텔로가 구글 하드웨어 책임자로 옮기질 않나... 지난달까지 미국 모토로라 본사 직원 절반 가량을 해고하면서 중국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반감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모토로라는 그나마 선방하는 중남미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려 하지만 이쪽엔 시장 점유율 과반에 달하는 삼성이라는 존재가 부담스럽다.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은 북미라고 보고 있으나 여기도 삼성이... 결국 지난해 삼성 끌어내리기를 전략으로 삼고 비교광고를 내보내면서 삼성의 라이벌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아직도 레노버는 중국과 미국 등 거대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가져갈지 명백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지난해 12월 북미시장에서 공개한 삼성 광고(위)와 이를 패러디한 모토로라 광고(아래). 갤럭시로 업그레이드하라는 카피를 업업그레이드라는 표현으로 받았다. 삼성전자의 라이벌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모토로라의 저주 왜? 인수 대상의 잠재력을 과대 평가하는 승자의 저주

레노버의 IBM PC분야 인수는 성공적인 인수합병의 사례로 꼽힌다. IBM을 인수할 당시엔 IBM의 브랜드 가치를 흔들지 않기 위해 기존 판매망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IBM의 기술과 관행을 존중해 성공을 거뒀다.


반면 모토로라의 경우, 인수대상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면서 무리하게 중국 시장 진출에 집중했다. 레노버의 경험을 이식한다며 경험이 없는 PC 사업부의 임원을 책임자로 임명한 것또한 사업 전략에 혼선을 초래했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 또한 오락가락하면서 어느 한 지역에서도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모토로라는 2015년 중국으로 재진출할 때 아이폰 수준의 가격(700달러)을 책정했으나 하이엔드 시장에선 외면받았다. 스마트폰 전략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에 이를 추진하지 않은 점도 악수였다.

모토로라의 전성기를 이끈 레이저 모델

출처동아일보DB

레노버는 지난해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PC시장에서도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하던 HP에 따라 잡히면서 글로벌 시장 2위 사업자로 떨어졌다.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는 여파가 핵심사업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스마트폰 부진이 계속될 경우 레노버는 대형 인수합병의 성공 사례이자 실패 사례로 동시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휴대전화 명가 모토로라 또한 과거의 영광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 처지로 기억될 듯하다.


모토로라의 저주는 두 가지 교훈을 남긴다. 우선 이처럼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차지했던 기업들도 부침을 겪는다는 것. 또 브랜드의 실제 가치와 잠재가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란 극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다.


모토로라의 저주에 얽힌 기업들은 전부 각 분야에서 1등기업이었으나 각자 자신의 필드에서 하던 방식대로 신사업에 접근하다가 실패를 맛봤다. 물론 단순히 기업 탓만 할 수도 없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기업환경도 이전과는 달리 녹록치 않다. 모토로라는 언제쯤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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